‘스페이스X’는 어떻게 ‘제2의 우주시대’를 열었나 [북적book적]

손미정 2026. 5. 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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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이주’ 꿈 향한 ‘스페이스X’의 여정
스페이스X 성공 뒤 파괴적 혁신과 도전
“머스크, 어려운 선택은 늘 도전 택해”
지난 4월 29일 미국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의 발사 복합시설에서 스페이스X 팔컨 헤비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UPI]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2023년 4월 텍사스주 사우스 파드레 아일랜드. 요란한 굉음과 함께 높이 120미터에 달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로켓’이 발사대를 떠났다. ‘스타십’(Starship)이라 이름 붙은 로켓은 하늘을 맹렬히 가르며 날았지만, 4분여 만에 엔진 문제로 폭발했다. 화성 이주의 꿈을 담은 스타십의 첫 시험 비행은 실패로 끝났다.

스타십의 첫 도약을 유난히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한 사람이 있었다. “인류를 다행성 종(species)으로 만들 것입니다.”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야심으로 우주산업에 뛰어든 광기 어린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다.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한 그는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큰 로켓을 쏘아 올린 사람이 돼 있었다. 스타십의 폭발을 지켜보던 이들은 머스크의 무능함을 비난했지만, 머스크에게는 그것조차 ‘성공적인 실패’였다. 며칠 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렇게 전한다.

“스타십은 지금까지 인류가 수행한 가장 어려운 프로젝트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여러분은 정말 놀라운 일을 해냈습니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에릭 버거의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는 갓 우주산업에 발을 들인 신생 기업이 ‘제2의 우주시대’를 열기까지의 치열했던 여정을 들려준다. ‘머스크의 장난감 회사’, ‘가장 성공한 민간 우주 회사’라는 상반된 평가 속에서, 저자가 직접 취재한 기록은 여전히 논쟁적인 시선 속에 놓인 스페이스X의 궤적을 시간순으로 따라간다.

스페이스X는 캘리포니아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회사였다. 머스크는 언젠가 인류를 화성에 정착시키겠다는 꿈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과 우주선을 만들기 위해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그러나 단 한 대의 로켓도 성공적으로 발사하지 못했던 회사는 존폐의 기로 속에서 간신히 2008년 기본 로켓인 ‘팰컨 1’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겨우 작은 로켓을 쏘아 올린, 신뢰가 담보되지 않은 회사를 찾는 고객은 여전히 없었다.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에릭 버거 지음·장용원 옮김/상상스퀘어

그럼에도 스페이스X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면 늘 그러하듯 도전적인 쪽을 택하는” 머스크의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끊임없이 전진한다. 머스크는 미래를 제시하면서도 가능한 한 빠르게, 그리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그것을 달성하라고 밀어붙였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라는 그의 비현실적 주문은 스페이스X 직원들을 괴롭혔지만, 동시에 기존 우주 산업의 틀을 하나씩 무너뜨리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속도로 기술 혁신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그렇게 2009년, 스페이스X의 핵심 로켓인 ‘팰컨 9’이 첫 발사에서 궤도 진입에 성공한다. 저자는 이를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놀라운 성과였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이후 벌어지는 스페이스X의 역사적 장면들과 그 이면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전한다. 2012년 민간 기업 최초로 우주선 ‘드래곤(Dragon)’의 국제우주정거장(ISS) 도킹, ‘팰컨 9’의 지상 착륙 성공, 당시 현역 로켓 중 가장 강력한 추력을 기록한 ‘팰컨 헤비’의 첫 발사, 그리고 ‘드래곤’의 유인 발사 성공 등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현재가 미래를 앞지른 순간들”이다.

‘팰컨 9’의 재착륙은 ‘로켓 재사용’을 현실화하며 스페이스X가 경쟁사 대비 훨씬 저렴한 가격에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또한 ‘팰컨 헤비’의 발사로 미국은 초대형 우주 수송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민간 기업이 만든 첫 ISS행 우주선 덕분에 더 이상 러시아에 우주 수송을 의존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하지만 머스크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승리감에 취하지 않고 매 순간 직원들에게 ‘즉각적이고 강력한’ 가속을 주문했다. 저자는 “머스크는 팰컨 1의 두 번째 발사 성공 직후 팰컨 9에 올인하기로 했고, 팰컨 9의 첫 발사 전날에도 이미 발사 빈도를 높일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며 “여기에 머스크의 본모습이 압축돼 있다. 이것이 스페이스X가 스팀롤러(압도적인 힘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는 존재)가 된 비결”이라고 짚는다.

스페이스X의 방식은 규칙을 따르기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로켓을 바다 위에 착륙시키기 위해 일단 바지선부터 구입하는 식이다. 그때그때 상황을 보며 즉석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들의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직원들은 머스크의 빡빡한 일정과 목표에 맞추기 위해 주 100시간에 달하는 노동 강도도 감내하며 ‘안 되는 것들’을 되게 만들었다.

저자는 “직원들은 끈기 있고 똑똑하며 창의적이어야 했고, 그 과정은 짜릿하면서도 사람을 기진맥진하게 했다”며 “대부분 젊은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른 채, 모든 것이 새롭고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환경 속에 있었다”고 전한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통해 낡고 진부한 우주 비행의 구시대적 질서에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그는 테슬라를 탄 마네킹을 우주선에 실어 보내며 우주를 흥미롭고 가능성 넘치는 공간으로 바꾸었다. 로켓을 회수해 다시 발사한다는 ‘불가능한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스페이스X는 이를 바탕으로 연 150회가 넘는 발사를 수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저자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마냥 낙관적인 미래만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는 파괴적 혁신을 이끌었던 머스크가 최근 극우 정치 성향과 음모론 확산에 연루되고 있는 점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다.

저자는 “머스크는 앞으로도 변화와 혁신의 촉진자로 남아야 한다. 혼란과 업무 방해의 촉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뛰어난 사업가에서 광기의 괴짜로 전락한 항공우주 엔지니어 하워드 휴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에릭 버거 지음·장용원 옮김/상상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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