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끝까지 추적한다”…디지털 성범죄 통합대응 나서는 정부[플랫]
불법 촬영물을 삭제해도 같은 영상이 반복 유포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정부가 불법 유해사이트 통합 대응에 나선다.
성평등가족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범정부 합동 ‘디지털 성범죄 피해 통합지원단’ 출범을 알리는 현판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통합지원단은 성평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이 함께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 조직이다. 성평등부 안전인권정책관이 단장을 맡고, 부단장 1명과 단원 7명 등 총 8명 규모로 운영된다. 성평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플랫폼에 대한 초기 분석 등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
정부는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약 5만3000명에 대해 153만건 규모의 삭제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피해 촬영물이 올라온 인터넷 주소(URL) 단위로 신고·삭제 요청을 하는 방식으로는 불법 촬영물이 반복 유포되는 사이트 자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서버 기반 사이트의 경우 피해가 명백한 불법 촬영물이 게시돼도 즉각적인 접속 차단과 행정 제재가 쉽지 않았다. 사이트가 삭제 요청에 불응하거나 같은 영상을 반복 게시하는 문제가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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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지원단은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축적된 불법 유해사이트 약 2만6000곳의 데이터를 분석해 불법 촬영물 유통 경로와 사이트 운영 방식, 수익 구조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또 우회 접속 통로 등을 분석해 삭제·차단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고, 반복적으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삭제 요청에 불응하는 사이트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와 과징금 부과, 신속 차단, 국제 공조 등 범정부 차원의 통합 대응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피해자가 확실한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해서는 통신사업자를 통해 신속히 접속을 차단하고, 집단 피해 등 위급·중대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통합지원단에서 직접 대응할 계획이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일부 불법 유해사이트는 차단 이후에도 계속 우회 접속 통로를 만드는 상황”이라며 “삭제 불응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지만 실제 처벌 사례는 거의 없어 방치됐던 유해사이트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정부는 단순한 삭제 지원을 넘어, 불법 촬영물의 유통 경로를 신속히 차단하고 반복 유포와 삭제 불응 행위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책임을 묻는 강력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 김지혜 기자 kimg@khan.kr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에는 멜로니 총리가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 앉아 있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진짜가 아니었다.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딥페이크 이미지였다. 멜로니 총리는 “딥페이크는 위험한 도구”라며 “누구든지 속이고, 조종하고, 표적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온라인 이용자들에게 “믿기 전에 확인하고, 공유하기 전에 생각하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인 멜로니는 2024년에도 딥페이크 기술로 자신의 얼굴을 합성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남성 2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멜로니 총리 사례는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디지털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영상을 매개로 한 디지털 성범죄는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1990년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이 ‘몰카(몰래카메라)’라는 이름으로 촬영·유통됐다. 1996년 개설된 온라인사이트 소라넷은 2015년에야 언론 보도로 수사가 시작돼 2016년 폐쇄됐다. 2019년 ‘n번방 사건’에선 텔레그램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조직적으로 제작하고 유포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2024년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내놓은 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2023년 7~8월 딥페이크 웹사이트·채널 95개를 분석한 결과,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등장한 인물 중 53%가 한국 국적으로 나타났다.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 통합지원단’이 6일 출범했다. 성평등가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이 나눠 맡아온 피해자 지원, 불법 유해사이트 제재, 운영자 수사 기능을 모아 ‘원스톱 대응’을 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피해자들의 삭제 요청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 하지만 ‘지워도 지워도 다시 올라오는’ 문제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불법 유해사이트 2만6000곳의 데이터를 분석해 불법촬영물을 신속히 삭제·차단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키로 했다.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본다. 현재 8명인 통합지원단 인원도 확충해 성과를 내기 바란다.
▼ 김민아 논설위원 makim@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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