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기칼럼]윤석열의 그림자, 국민의힘의 덫

최미화 기자 2026. 5. 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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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신봉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정당의 공천은 단순한 후보 선발이 아니다. 이는 한 정당이 무엇을 반성했고, 앞으로 어떤 정치질서를 세우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자기고백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국민의힘 공천은 한 가지 물음을 남긴다. 이 당은 지방선거를 이기려는가, 아니면 윤석열의 그림자 안에서 끝까지 머물려는가.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공천 흐름을 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옥중 출마'까지 거론하며 조롱했다. 비아냥이지만, 국민의힘 스스로 그런 빌미를 주고 있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김태규 전 방통위 부위원장, 이용 전 의원 단수 공천에,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국민의힘은 다시 '윤어게인 공천' 프레임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문제는 몇몇 인물의 공천 여부가 아니다. 국민의힘 공천은 윤석열 정권 실패와 얼마나 결별했느냐가 아니라, 오히려 윤석열과 얼마나 가까웠느냐를 정치적 증표로 삼는 듯하다. 장동혁 지도부는 절연의 칼이 아니라 친윤의 끈을 쥐고 있다. 전한길이 탈당하고, 고성국이 물밑에서 움직인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도 지도부와 당권파의 목소리는 여전히 윤어게인 친윤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의 과거, 김건희의 그림자, 계엄 논란의 잔영을 안고 선거판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진석 전 비서실장 공천 논란은 그 상징이다. 당내에서도 윤석열의 흔적이 선거판 중심에 서는 것이 맞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태흠 후보, 김재섭 의원, 김성태 전 의원까지 부담을 말했다. 민주당에는 이보다 좋은 공격 지점이 없다. 국민의힘이 '조작기소 특검' 또는 '공소취소 특검'을 비판하며 이재명 정권 심판론을 외쳐도, 자기 공천이 윤석열 책임론의 늪에 빠져 있다면 그 칼날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

물론 공소취소 특검 논란은 가볍지 않다. 형사소송에서 공소제기와 공소유지는 검찰권의 핵심 영역이고, 이미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정치권이 특검이라는 우회로로 개입해 공소취소의 길을 열려 한다면 권력분립과 사법절차의 독립성에 중대한 의문이 생긴다. 야당이 이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그 비판이 힘을 얻으려면 먼저 자기 공천의 정당성과 도덕적 설득력을 확보해야 한다.

부산 북구갑은 더 심각하다. 일부 국민의힘 주류 정서는 선거 승리보다 "한동훈만 아니면 된다"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박민식 후보를 앞세워 3자 구도를 고착화하면, 결과적으로 민주당 하정우 후보에게 유리한 판이 된다. 그런데도 한기호 의원이 박민식 3자 구도를 지지하는 댓글까지 다는 모습은 충격이다. 한 석을 잃더라도 한동훈만 막으면 된다는 식이라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자해정치다.

정당의 기본은 이길 사람을 내고, 질 구도는 피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반대로 가고 있다. 한동훈을 배제하기 위해 민주당 후보에게 길을 열어주는 구도를 방치한다면, 이는 공천 전략 실패를 넘어 책임 방기다. 부산 북구갑은 한 지역구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선거 정당인지, 내부 권력투쟁의 포로인지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지방 현장의 분노도 가볍지 않다. 공천심사비 수백만 원을 냈는데도 경선 탈락 사유조차 듣지 못했다는 예비후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것을 단순한 낙천자의 불평으로만 볼 수 없다. 공천은 정당 민주주의의 핵심 절차다. 돈은 받고, 설명은 하지 않고, 결과만 통보하는 식이라면 공당의 공천이 아니라 폐쇄적 권력 행사다.

이미 시간이 흘렀다. 공천은 대부분 진행됐고, 선거 구도도 굳어졌다. 국민의힘이 윤어게인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날 최적의 시간은 지나갔는지 모른다. 그러나 늦었다고 해서 손을 놓을 수는 없다. 늦었기 때문에 더 절박하게 결단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윤석열의 그림자에서 나와야 한다. 윤어게인 공천을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을 인정해야 한다. 한동훈만 막으면 된다는 내부 권력투쟁을 접고, 이길 수 있는 구도와 책임 있는 보수의 길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이번 지방선거 책임은 민주당의 공세가 아니라 국민의힘 지도부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다.

신봉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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