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해서 번 돈으로 집 샀다"… 코스피 불장에도 소비 잠잠한 이유

김동욱 2026. 5. 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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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 상승 따른 자산효과 1.3%
주식으로 1만 원 벌면 소비는 130원
지난해 가계 주식 소득 429조 추정
상당수 부동산 흘러가며 소비 효과 미미
코스피 지수가 7,000선에 안착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간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주가 상승에 따른 가계의 소비 증대 효과는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낮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주식 투자로 번 돈 상당수를 소비 대신 부동산 매입에 활용하면서 '주식발 소비 진작 효과'가 제한됐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주식 투자로 번 돈으로 집 산다"는 인식이 실제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7,500을 돌파하는 등 유례없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식으로 1만 원 벌 때 소비는 130원만 늘려

그래픽=신동준 기자

한국은행은 7일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 증시 호황에도 주가 상승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자산효과는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가계가 여유가 생겼다고 느끼면서 소비를 확대하는 현상을 뜻한다.

한은이 가계금융복지조사 가구패널을 활용해 국내 주식 자산효과를 추정한 결과, 주식으로 1만 원 자본소득을 거둘 때 소비로 이어지는 금액은 130원 수준에 그쳤다. 자본이득의 약 1.3%만 소비재원으로 활용됐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주식 자산효과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크게 낮았다. 유럽·미국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의 3~4%가 소비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한국(1.3%)의 3배 안팎이다. 선진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 역시 2.2%로 한국을 웃돌았다.

다만 연령별로는 청년층과 고령층, 소득별로는 중·저소득층, 자산별로는 순자산 규모가 작은 계층에서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이에 반해 고소득·고자산층은 주식으로 번 돈의 0.7%만 소비에 활용했다.

현금 여력이 작은 저소득층과 청년·고령층은 자본이득 발생 시 이를 즉시 소비로 연결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소비 여력이 충분한 고소득·고자산층은 서둘러 차익 실현에 나설 유인이 작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산효과 미미한 이유는? 주식 규모 작고 단타만

한국의 주식 자산효과가 유독 낮은 배경으로는 가계의 주식 보유 규모가 작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주가가 올라도 소비를 늘릴 정도의 자산 증가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2024년 기준 국내 가계는 전체 자산의 7%만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규모가 주식 자산의 9배에 이른다. 한은이 가처분소득 대비 국내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자산 규모를 추정했더니, 한국은 2024년 기준 77% 수준이었다. 미국(256%)과 유럽 주요국 평균(184%)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주식자산 역시 자산효과가 적은 고소득·고자산 층에 집중돼 있었다.

더구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큰 탓에 가계는 주식으로 번 돈을 '영구적인 소득 증가'가 아니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일시적 이익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주식을 장기 보유하기보다 단기에 차익을 실현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손실 종목은 오래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 상승장에서도 자산 증식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 2011~2024년 한국 증시의 월평균 기대수익률은 0.09%로, 미국 주식(0.53%)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주가 변동성은 미국(3.43%)보다 10%가량 더 높았고, 상승 지속기간도 한국은 2.3개월로 미국(3.1개월)보다 짧았다.


지난해 주식 소득 429조, 상당수 부동산으로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뉴스1

발생한 주식 소득은 대부분 부동산에 우선 투자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로 인해 소비 여력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은은 무주택 가계의 경우 자본이득의 70%가량이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 주택 매입 자금 중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이 올 1월 8.9%로 지난해 5월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가구패널조사에서 무주택자의 경우 자본이득 증가와 함께 금융부채가 동시에 늘어났는데, 한은은 주택 구입을 위해 추가 대출을 동원한 결과로 해석했다.

지난해 가계의 주식 자본이득은 과거 평균(2011~2024년)의 22배 수준인 429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대규모 자본이득이 발생했음에도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상당수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향후 주가 조정 시 역(逆)자산효과가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울 가능성도 우려했다.

김민수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최근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도 늘어나고 있어 자산가격 하락과 채무부담 확대가 동시에 경기 하방압력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이 가계 전반의 자산 형성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안정적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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