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도시관리공사, 전국 첫 ‘소규모주택 정비지원기구’ 지정…원도심 정비 문턱 낮춘다
상담·사업성 검토, 공공지원 체계로 확대…조직·예산 확보가 실질적 실행력 관건

고양특례시 산하 고양도시관리공사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소규모주택 정비지원기구'로 최종 승인·고시되면서 노후 저층 주거지 정비를 둘러싼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지정은 기초지자체 산하 도시공사가 소규모주택 정비지원기구로 승인된 전국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제도적 의미가 크다. 주민들이 그동안 어렵게 느꼈던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 공공기관이 보다 가까이 다가가 상담과 사업성 검토, 조합 설립 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고양시는 이번 지정이 곧바로 정비사업 절차를 줄이거나 사업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 소규모 정비, 주민은 원했지만 접근은 어려웠다
고양시 원도심 곳곳에는 노후 저층 주거지가 밀집해 있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이 쉽지 않은 지역에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사업성 검토부터 조합 설립, 행정절차 이해까지 진입 장벽이 높았다. 한국부동산원 등 외부 기관을 통한 지원 체계가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이 직접 접근하기에는 거리감이 있었다.
이번 지정에 대해 고양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자체가 갑자기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고양도시관리공사가 지역 안에서 주민들과 직접 만나 초기 불안을 줄이고 판단을 돕는 구조가 마련됐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을 검토하는 주민들은 앞으로 시를 거치는 복잡한 과정만이 아니라 정비지원기구를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상담은 무료로 이뤄지며, 사업성 검토도 공사가 직접 수행한다.
◇ 전국 첫 지정 의미…공공이 초기 단계부터 '길잡이' 역할
고양도시관리공사가 맡게 될 기능은 ▶정책·행정 지원 ▶주민 상담과 교육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 수립 지원 ▶주민합의체 및 조합 설립 지원 ▶소규모주택정비 관리계획 수립 지원 등이다. 사업 초기부터 실행 단계까지 폭넓은 지원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특히 시민 입장에서 중요한 대목은 '사업성 판단'이다. 정비사업은 계획 내용에 따라 주민 부담, 분양 구조, 사업성, 향후 재정착 가능성이 크게 달라진다. 주민들이 여러 설명을 듣더라도 어떤 계획이 실제로 유리한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고양시는 정비지원기구가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행정절차 자체가 단축되거나, 인허가 절차·법정 동의 요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절차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 효과에 가깝다. 결국 이번 지정은 속도전이라기보다 정비사업의 출발선을 보다 안정적으로 만드는 제도적 장치로 해석된다.
◇ 고양시 "절차 단축보다 주민 불안 해소·접근성 개선"
고양시 도시정비과는 이번 지정과 관련해 "행정절차가 단축되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주민들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는 정보 부족과 불안을 해소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도시정비과 설명에 따르면 소규모주택정비법상 대상이 되는 사업은 모두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 소규모주택정비 관리계획 구역으로 지정된 행신과 일산 지역과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행신 지역은 2024년 6월, 일산 지역은 2025년 12월 관리계획 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공공이 참여할 경우 사업 시행구역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도 기대받고 있다. 일반적인 단위 사업보다 관리계획을 통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고, 공공 참여가 더해질 경우 법상 구역 확대 여지도 있다.
다만 이러한 공공 참여는 주민 의사가 전제돼야 한다. 조합원들이 공공 참여를 원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야 함께 추진할 수 있다.
◇ 고양도시관리공사 "조직·예산 논의가 실질 실행의 전제"
고양도시관리공사 도시정비처는 정비지원기구 지정의 목적을 '공공 정비사업 발굴과 주민 대상 홍보·설명 기반 확보'로 설명했다. 공사 입장에서는 정비지원기구라는 공적 자격을 갖춘 뒤 주민들에게 공공 정비사업의 장점과 사업 방향을 설명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공사는 특히 조합 설립 지원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조합이 없는 지역에서 주민합의체나 조합 설립을 돕고, 이후 공공과 주민이 파트너로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안내를 넘어 실제 사업 발굴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공사는 모든 기능을 즉시 전면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예산 문제가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도시정비처 관계자는 "공사는 행정기관이 아니라 개발·정비사업을 수행하는 사업기관인 만큼, 정책·상담·교육·계획 수립 지원까지 자체적으로 모두 감당하려면 별도 인력과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며 "서울시나 경기도 사례처럼 지원기구 업무에 따른 비용과 조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공사는 구상 단계에 있으며, 시 관계 부서와 필요성은 공유했지만 의사결정과 예산·조직 논의는 앞으로 더 진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전국 최초 지정'이 시민 체감 성과로 이어지려면 정비지원기구라는 간판을 넘어 실제로 주민 상담, 현장 설명, 사업성 검토, 조합 설립 지원을 맡을 전담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 미래타운 연계 기대…원주민 재정착·주민 부담은 숙제
고양시는 향후 소규모주택정비 관리계획, 이른바 '미래타운'과 정비지원기구 기능을 연계해 노후 주거지 정비의 실행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개별 필지나 소규모 구역 단위로 흩어져 추진되던 정비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공공이 초기 단계부터 개입해 불확실성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시민들이 체감할 핵심은 '내 동네가 좋아지는가'다. 덕양구 성사동에 거주 중인 윤지호(49) 씨는 "낡은 주택을 새로 짓는 것뿐 아니라 주차난, 도로, 공원, 생활편의시설 등 기반시설 개선까지 함께 이뤄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부담금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고령 주민과 세입자 보호 대책은 있는지, 정비 이후 기존 주민이 다시 정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시 도시정비과는 원주민 재정착 문제와 관련해 사업계획의 최종 방향은 조합과 조합원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공공이 참여하더라도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는 주민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공공성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영될지는 향후 사업별 계획과 협의 과정에 달려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번 정비지원기구 지정은 고양시 원도심 정비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전국 최초'라는 상징보다 실제 상담창구가 열리고, 사업성 검토가 투명하게 제공되며, 공공지원이 주민 부담 완화와 생활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다. 고양시와 고양도시관리공사가 앞으로 조직·예산·현장 적용 방안을 얼마나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이번 제도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유제원·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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