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미만 가상자산거래도 규제…업계 “이용자 재산손실 우려”

유동현 2026. 5. 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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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예고
100만원 이상 트래블룰 기준 삭제 방침
가상자산사업자 27곳 업계 의견서 전달
수신업자에게도 트래블룰 확대 적용 예정
수신업자의 수취 의무, 이용자 피해 초래
입금 지연·시세변동에 재산권 침해 우려

금융당국이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통해 ‘트래블룰(100만원 이상 이전 시 송신사업자의 정보 확인)’ 의무를 100만원 미만으로도 확대키로 하자 업계가 당국에 재고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자 정보 확인 등에 따른 입금 심사가 지연되면서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을 초래할 수 있고, 자칫 재산권 행사까지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업계는 당국이 특금법 개정을 통해 함께 추진 중인 ‘수신사업자에게도 트래블룰 의무’가 적용될 경우 각종 반환 절차를 야기해, 이용자에 피해가 전가될 우려도 전달했다.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27곳은 지난달 29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를 통해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및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감독규정 일부개정규정안’에 대한 이 같은 업계 공통 의견을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3월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예고한 뒤 이달 11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트래블룰 금액 기준(현행 100만원 이상)을 없애는 ‘가상자산 이전 시 정보제공 기준금액 폐지’와 함께 수신사업자에게도 트래블룰 의무를 적용하는 ‘가상자산을 이전받는 경우 정보 수취 의무 규정’이 담겨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이용자는 입출금 거래 요청 시 송·수신업자로부터 고객 확인을 마쳐야 처리된다. 시행령에는 고객 확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할 경우 송·수신사업자가 ‘거래를 거절해야한다’고도 명시됐다.

앞으로 국내 이용자가 해외 거래소로 입출금 시 해당 거래소도 트래블룰 의무를 준수해야 처리 가능하다. 하지만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해외 거래소의 협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트래블룰이 각 국가마다 규제 차이가 큰 데다 정보 유출 문제를 우려해 (해외 거래소에서)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에어드롭(무상 배포) 등 비정형적 입금이 발생할 경우 기존에는 미신고 VASP로부터 입금이 아니라면 제약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역시 송·수신업자로부터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는 수신사업자의 정보 수취 의무가 결국 이용자 피해를 초래할 거라 우려했다. 의견서에는 “위반 시 영업정지까지도 가능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기본권 제한 정도가 매우 큰 규정임에도 수신사업자의 정보수취의무가 시행령에 추가된 것”이라면서 “수신사업자가 정보수취과정에서 업무상 큰 부담과 제재에 대한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 더 나아가 거래 거절에 따른 불이익은 정보제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국민인 이용자가 오롯이 떠안게 된다”며 업계 공통 우려가 담겨있다.

특히 이용자의 입출금 업무가 지연되고 반환 처리 과정서 손해 발생 가능성을 들었다. 가상자산은 송신인이 수신인의 계좌에 일방적인 전송이 가능하다. 때문에 사실상 ‘거래 거절’은 불가능한 구조다. 이로 인해 거래소 등 송·수신업자는 트래블룰 규정을 준수하지 못한 입출금 요청에 대해 거래 거절이 아닌 ‘반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반환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시세가 변동되면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고, 반환을 위한 민원 제기 및 처리 과정에서 이용자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100만원 미만 거래로 트래블룰 확대 적용 시 재산권 침해 소지 우려를 표명했다. 송·수신사업자 양측에서 정보 확인 절차가 필요한 만큼 입금 심사가 지연되는 사이 가격 변동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소지도 불분명해 혼란이 불가피하다. 의견서는 “이용자가 재산상 손실을 입게 된다면 누구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지 불분명해 송신 가상자산사업자, 수신 가상자산사업자, 이용자간 소모적인 분쟁이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행 모니터링 의무를 고도화하고 다양한 유형의 거래와 사례에 대해 별도의 가이드라인 및 자율규제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재고를 요청한다”고 했다.

송·수신업자의 거래 거절 방법이 정의되지 않은 점도 이용자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반환에 필요한 기본 정보 확인이 어렵고, 증빙 자료 제출이 불가능할 경우 수신사업자는 저마다 내부 정책에 의존해야 한다. 가령 네트워크 특성상 TXID(트랜잭션 ID)에서 확인되는 송신 지갑주소로 반환하지 못하거나, 출금한 서비스가 파산 또는 영업을 종료할 경우 대응 방법은 부재하다. 출금업자가 협조해주지 않는다면 그 사이 이용자의 재산권 행사 가능성도 침해를 받을 수 있다.

해외 트래블룰 규정과 비교하더라도 국내 기준은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가이드라인 상 트래블룰 기준 금액을 1000달러(또는 1000유로)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트래블룰 기준이 3000달러, 유럽의 경우 트래블룰 기준이 없으나 개인지갑 KYC(고객확인) 기준 1000유로다. 싱가포르 역시 1500SGD로 국내(현행 100만원)보다 높다.

한 학계 관계자는 “모든 거래에 트래블룰을 적용하는 건 기본적으로 가상자산 거래를 잠재적 범죄라고 보는 인식이 반영된 접근”이라며 “돈세탁, 테러자금 조달 방지 등 기본적인 목적이 있겠지만 글로벌보다 엄격하고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수준이라면 검토가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한편 개정안에는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 거래를 불법 재산 등으로 간주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 특금법은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의심거래보고(STR)를 하도록 한다. 닥사가 개정안 기준을 적용해 5대 원화거래소 지난해 STR 예상 건수를 집계한 결과 544만5133건에 달한다. 기존(6만3408건) 대비 8487% 급증했다.

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모법인 특금법에서 규정한 권한을 넘어서는 만큼 ‘법률 유보 원칙’ 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실무상 부담과 함께 거래 지연 등 이용자 불편도 가중될 것을 우려했다.

개정안은 11일까지 입법예고·규정 변경 예고를 마친 후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7월 중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금법이 개정돼 법률이 위임한 세부 사항을 정한 규정은 8월20일 시행된다. 이외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안 일부 규정은 내년 1월부터 8월까지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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