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OECD 가입 30주년’ 한국, 성장 이후를 묻다

2026. 5. 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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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파리에서는 한국의 OECD 가입 30주년을 기념하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OECD는 한국 경제가 그간 인당 GDP가 회원국 평균에 근접하는 양적 성장을 이루었고, 불평등이 일정 부분 개선되었으며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등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고 평가했다.

OECD 가입 30년 동안 한국은 분명 성장했지만, 앞으로 중요한 것은 성장의 속도가 아니라 국민이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질적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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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파리에서는 한국의 OECD 가입 30주년을 기념하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1996년 가입 당시만 해도 ‘샴페인을 너무 일찍 딴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고 실상 IMF 외환위기로 부도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다행히 CDMA 기술의 상용화와 급성장한 초고속인터넷이 위기 극복의 원동력으로 작동했다.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IT 강국으로서의 위상은 지금껏 OECD 내에서 유지되고 있다.

OECD는 한국 경제가 그간 인당 GDP가 회원국 평균에 근접하는 양적 성장을 이루었고, 불평등이 일정 부분 개선되었으며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등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문제점도 적시했다. 인구 절벽으로 인해 성장 잠재력이 약화하고 있고, 청년 일자리, 정신건강, 성 평등과 같은 삶의 영역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청년 세대의 취직이 어려워지면서 니트(NEET)·비경제활동 인구는 증가하는 추세이고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해 부모에 의존하는 비율도 높다.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은 OECD 최하위 수준으로 열악하고 청년과 노인 모두에서 사회적 단절이 관찰된다. 어린 시절부터 입시 경쟁에 내몰리고, 청년기에는 취업 병목에 부딪히며, 취업 후에는 높은 스트레스가 이어지고, 은퇴하면 생계 불안과 고립이 겹친다.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삶의 안정과 심리적 여유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래서야 아이를 낳을 여유가 없어 출산율은 OECD 최하위이다.

청년 세대의 역량과 지적 수준은, 윗세대가 지금 세대로 태어났다면 절대로 지금의 자리에 들어올 수 없었다고 생각할 만큼 높아졌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지만, 취업의 문턱을 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교육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는다고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에 대해 신규 채용과 연동된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한다든지 인턴·수습 제도를 값싼 노동력 확보 수단으로 남용하는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이들을 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성 평등도 결국은 노동시장 문제로 귀결된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최하위로 벌어져 있고 출산·육아에 따른 30대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인해 고용 곡선은 M자가 되었다. 지금은 취업난에 불경기이지만, 2020년대 말 총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본격적으로 부족해지면 출산 장려와 여성 노동력 확보는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아이를 낳고 돌보는 일이 경제적 불이익이 되지 않을 정도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AI의 노동 대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일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고 기술 보다 우선되어야 하기에 기술 변화를 어떻게 제어할 것이며 사회적으로 과실은 어떻게 분배해야 할 것인지를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

OECD 가입 30년 동안 한국은 분명 성장했지만, 앞으로 중요한 것은 성장의 속도가 아니라 국민이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질적 발전이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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