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창립자 테드 터너 별세…말년 앓은 ‘루이소체치매’는 어떤 병인가
24시간 뉴스 시대 연 미디어 거물…80세 앞두고 직접 투병 사실 공개

미국 24시간 뉴스채널 CNN을 창립한 미디어 사업가 테드 터너가 6일(현지시간) 87세로 별세했다. 생전 루이소체치매(Lewy body dementia, LBD) 투병 사실을 공개했던 그는 24시간 뉴스 시대를 연 인물이자 현대 방송 뉴스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가로 평가받는다.
CNN은 터너 엔터프라이즈의 발표를 인용해 터너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마크 톰슨 CNN 월드와이드 회장은 성명을 통해 "테드는 CNN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영원히 그럴 것"이라며 애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터너가 2018년 루이소체치매 투병 사실을 공개한 이후 오랜 기간 건강 문제를 겪어왔다고 전했다. 1938년 11월생인 터너는 80세 생일을 앞둔 시점에 CBS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해당 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는 정해진 시간에만 보는 것이 아니다"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터너는 언론인 출신이 아닌 사업가였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옥외광고 회사를 물려받은 뒤 라디오와 지역 TV 방송국을 인수하며 미디어 산업에 뛰어들었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미국 TV 뉴스는 저녁 시간대 정규 프로그램 중심이었다. 터너는 "언제든 뉴스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파격적인 발상으로 1980년 6월, 세계 최초의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인 CNN을 출범시켰다.
초기에는 하루 종일 뉴스만 내보내는 채널의 생존 가능성을 두고 회의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CNN은 1991년 걸프전 당시 바그다드 폭격 현장을 실시간 생중계하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입증했다. 위성을 활용한 현장 생중계와 글로벌 뉴스 네트워크 구축은 시청자들의 뉴스 소비 방식과 언론 산업 구조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츠하이머병과는 다른 치매"…루이소체치매란
터너가 앓았던 루이소체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치매 다음으로 흔한 치매 원인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퇴행성 치매로 범위를 좁히면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뇌 신경세포 내에 '루이소체(Lewy body)'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면서 인지·운동 기능을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은 루이소체치매를 증상 발현 순서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한다. 인지 기능 저하가 먼저 두드러지는 '루이소체 동반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 DLB)'와 파킨슨병이 먼저 진행된 뒤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파킨슨병 치매(Parkinson's disease dementia, PDD)'다. 두 질환은 발현 양상만 다를 뿐, 뇌세포에 루이소체가 축적되어 환시·수면장애·운동장애를 유발한다는 공통의 병리를 공유한다.
기억력 저하가 주로 나타나는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루이소체치매는 초기부터 복합적인 증상이 뚜렷하다. ▲하루 중에도 인지 능력이 맑았다가 흐려지기를 반복하는 인지 변동 ▲실제처럼 선명한 사람이나 동물이 보이는 환시 ▲몸이 굳고 걸음걸이가 느려지는 파킨슨 증상 ▲꿈속의 이상 행동을 실제로 행하는 렘수면행동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는 루이소체치매만 별도로 분리해 집계한 정부의 공식 통계는 없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의 역학조사에서도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치매를 제외한 '기타 치매' 범주로 분류돼 별도 통계가 제시되지 않는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루이소체치매가 전체 치매 환자의 약 3~5% 수준일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국내 치매 환자 규모가 약 100만 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루이소체치매 환자는 약 3만~5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로빈 윌리엄스 이어 테드 터너까지…사회적 인식 높여
루이소체치매는 지난 2014년 세상을 떠난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사례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생전 우울증과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던 윌리엄스는 사후 부검을 통해 광범위한 루이소체 병리가 확인됐다. 그의 유족은 고인이 생전 심각한 불안과 혼란, 환시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미국 신경학계는 그의 사례가 루이소체치매의 복합적 증상을 세상에 알린 결정적 계기였다고 평가한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문화 콘텐츠를 통해 질환의 인지도가 높아진 사례가 있다. 2018년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배우 장미희가 루이소체치매 환자를 연기하며 인지 기복과 환시 증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
전문가들은 루이소체치매를 단순한 '기억력 장애'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특히 이 질환은 일부 항정신병 약물에 치명적으로 민감해, 잘못된 약물 처방 시 급격한 의식 저하나 사지 경직을 부를 수 있어 정확한 감별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전 터너는 투병 사실을 밝히며 자신의 상태를 "가벼운 형태의 루이소체치매"라고 덤덤하게 표현했다. 미국 언론들은 그가 '24시간 뉴스 시대'를 연 미디어 혁신가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투병을 통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루이소체치매를 사회적으로 알린 인물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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