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흔들리자 뜨는 '바이오플라스틱'…대체재 너머 전략소재로

임서아 기자 2026. 5. 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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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 정세 불안에 원료 공급망 리스크 확대
EU·中 규제 강화 속 시장 급팽창...'35년 117조
"탄소규제 대응 핵심"…국내도 생태계 구축 속도
황성연 교수 "정책 연결, 통합 전략 필요" 조언
2026년 3월 9일, 미국과 이스라엘 간 이란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 바레인 시트라 섬의 바프코 정유 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최근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플라스틱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심화하면서 석유 기반 플라스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 바이오플라스틱이 주목받고 있다. 한때 '친환경 대체재' 정도로 여겨졌던 바이오플라스틱이 이제는 공급망 안정과 탄소규제 대응을 위한 전략 소재로 재평가받는 분위기다.

7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연구센터가 발간한 '지속 가능 소재 바이오플라스틱 : 석유에서 바이오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플라스틱은 옥수수·사탕수수 등 바이오매스(생물 유래 자원)를 활용하는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과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나뉜다. PLA(폴리락트산)·PHA(폴리하이드록시)처럼 두 특성을 동시에 가진 소재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단순 포장재를 넘어 자동차·농업·생활소비재까지 적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팩트엠알(FactMR)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은 2025년 184억 달러(약 26조7000억원)규모에서 2035년 807억달러(약 117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만 15%를 웃돈다. 환경 규제 강화와 순환경제 체계 전환, 글로벌 제조기업들의 탈탄소 전략이 동시에 시장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플라스틱 개요.[출처=유럽바이오플라스틱협회]

생산설비 투자도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바이오플라스틱협회(EUBP)는 글로벌 생산능력이 2024년 약 247만톤에서 2029년 573만톤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 수요 증가를 넘어 산업 전반이 본격적인 양산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규제가 시장 키우는 유럽…AI 접목하는 미국

현재 시장 주도권은 유럽이 쥐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에 이어 올해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까지 시행하며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성과 자원 효율성을 의무화했다. 규제 대상도 단순 폐기물 처리 수준을 넘어 포장재 전 생애주기로 넓혔다.

유럽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바이오경제 전략까지 꺼내 들었다.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과 화학소재, 바이오정제 산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은 이미 생산과 소비 양 측면에서 시장 중심 국가로 자리 잡았다.
바이오플라스틱 시장 전망(2025~2035년).[출처=시장조사기관 팩트엠알(FactMR)]

미국은 결이 조금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연방 차원의 친환경 정책은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이지만, 캘리포니아·뉴욕 등 주 정부 중심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바이오플라스틱 공정 최적화와 고성능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국 역시 공격적이다.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그린 포장' 정책,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결합하며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일본은 탄소중립 전략 아래 고기능 바이오플라스틱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국도 투자 확대…"이젠 정책 일관성이 관건"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메타볼릭스 인수를 통해 PHA 기술을 확보했고, 동성케미컬은 국내 유일 바이오플라스틱 기술개발센터인 '바이오플라스틱 컴플렉스'를 구축해 상용화 확대에 나섰다. 최근에는 식품·화장품·의료·물류 산업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는 약 150억원을 투입해 바이오플라스틱 지원센터를 세웠고, 국가기술표준원과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은 국제표준화 논의에 들어갔다. 한국바이오협회 역시 탄소순환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바이오플라스틱 관련 EU 주요 법·제도.[출처=유럽바이오플라스틱협회]

다만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아직 석유계 플라스틱 대비 생산단가가 2~5배 수준에 달한다. 기술 경쟁력 못지않게 가격 경쟁력 확보가 산업 확산의 핵심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제 바이오플라스틱을 단순 친환경 소재 산업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공급망 안정성과 탄소규제 대응, 자원안보까지 연결된 전략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황성연 경희대학교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유럽은 이미 규제와 인프라, 기술을 패키지로 묶어 산업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며 "국내 역시 부처별로 흩어진 정책을 연결하고 초기 시장 창출까지 이어지는 통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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