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악기, 5배 비싸게 산 日골프장…소액주주 "고의적 자산 훼손"

신준혁 기자 2026. 5. 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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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혼치바 컨트리클럽 전경 / 사진 = 혼치바CC

삼익악기가 장부가액 대비 5배가 넘는 고가의 일본 골프장을 인수하면서 주가누르기 방지법을 회피하기 위한 고의적 장부 훼손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도 페이퍼컴퍼니를 통히 전액 대출 방식의 인수를 택해 일반주주들에게 우발채무 리스크를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의적 자산 훼손, 과세 회피 의심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익악기는 최근 종속회사인 체크포인트(CheckPoint)를 통해 일본 혼치바 컨트리클럽(CC) 주식 1만5000주를 442억원에 신규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연결 자산총액 대비 8.61%에 해당하는 규모로 취득 후 지분율은 100%다.

일반주주들은 회사가 장부가액의 약 5.3배에 달하는 442억원을 인수 대금으로 지불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순자산과 회원권 시가, 토지 재평가액 등을 종합했을 때 과도한 프리미엄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혼치바 컨트리클럽은 지난해 자산 280억원과 부채 197억원을 포함해 자본총계 8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79억원을 거뒀지만 당기순이익은 4억4000만원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삼익악기가 해외 자산을 고가에 인수한 것을 두고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의 순자산 기준 과세,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장부가액과 실제 매입가의 차액인 360억원을 연말 회계감사 시점에 손상차손으로 처리할 경우 장부상 순자산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순자산이 인위적으로 깎여나가면 과세 기준 자체가 낮아져 세부담을 덜 수 있다는 논리다. 자산 가치가 하락한 지분을 2세 경영자인 김민수 부회장의 개인 회사인 넥사코리아가 사들여 승계와 세금 비용을 낮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김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삼익악기 지분 43.86%를 보유했지만 김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말 지분 7.24%(655만3983주)를 개인 회사인 넥사코리아에 전량 넘겼다. 현재 김 부회장의 삼익악기 지분은 0%다. 

넥사코리아는 지난해 9월 자본금 230억원으로 설립한 신생 법인이다. 주요 사업은 부동산개발업이다.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본점 소재지는 삼익악기 음성 공장과 동일하다.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왼쪽)과 김민수 삼익악기 부회장 / 사진 = 삼익악기
6% 모은 소액주주, 주주 행동주의 예고 

자금 조달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삼익악기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 1038억원을 보유했지만 신규 편입한 체크포인트를 통해 매입 자금 전액을 대출로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체크포인트에 채무보증 512억원을 제공하고 대출 리스크를 스스로 떠안는 구조를 만들었다. 사외이사 전원과 감사위원은 이 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체크포인트는 현지 경영 컨설팅과 투자 지주 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자산이 1억5929만원에 불과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것이 일반주주들의 분석이다.

삼익악기가 해외 골프장을 사들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라덕연 전 호안투자자문 대표가 소유한 미국 캘리포니아 더 팜밸리CC를 최근 약 15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미국 판매법인 삼익뮤직이 라스베이거스CC를 267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삼익악기는 자금 조달을 위해 계열사에 자기자본 13%에 달하는 294억원을 출자했다. 2015년에는 캘리포니아 테메큘라 소재 레드호크 골프코스를 인수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의 순자산가치(BPS)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면서 일반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주주들은 신사업을 내세운 회사가 국내 현금을 해외 자산으로 전환해 승계 과정에서 세부담을 줄이거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주주들은 회사의 고의적 장부 훼손과 편법 승계 의혹을 제기하고 천막농성을 예고하는 등 집단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 가치 대비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단기간에 손실 처리하는 방식은 고의적 훼손이라는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며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로터·넘버스>는 삼익악기 측에 해외 자산 매입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삼익악기는 사업 다각화와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혼치바 컨트리클럽의 주식을 신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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