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신화·역사, 홀로그램으로 되살아난다… 중문에 새 문화관광 거점 탄생

강석봉 기자 2026. 5. 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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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대할망·탐라국 건국 신화, 720° 몰입형 영상으로 재현… 날씨 걱정 없는 실내 프리미엄 체험 공간
5월 9일 개관 자롤로 뮤지엄, 제주 중문 관광권의 새 랜드마크로 부상

제주도가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숙제가 있다. 날씨와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실내형 프리미엄 문화관광 콘텐츠의 부재다.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올레길로 대표되는 제주 관광은 아름답지만 야외에 집중되어 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거세지면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수십 번 제주를 다녀온 방문객도 “더 볼 게 없다”는 말을 되풀이해왔다.

공백 채울 공간, 이달 제주 중문서 오픈

오는 5월 9일, 서귀포시 중문 관광권에 자롤로 뮤지엄(Zarolo Museum)이 개관한다. 설문대할망과 삼성혈, 탐라국 건국 신화 등 제주 고유의 신화적 세계관을 시작으로 수천 년의 역사와 근현대사까지 아우르는 제주의 서사를 Naked Eye 3D와 720° 홀로그램 기술로 재현한 복합 문화체험 공간이다. 단순히 영상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관람객이 공간 속으로 직접 들어가 제주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프리미엄 몰입형 미디어 뮤지엄을 표방한다.

제주 1만 년 서사2층 신화·역사 전시

자롤로 뮤지엄 2층은 제주의 정체성을 이루는 신화와 역사, 근현대사까지 이어지는 스토리 전시공간이다. 치마폭에 흙을 날라 한라산과 360여 개의 오름을 빚었다는 설문대할망의 창조 신화, 삼성혈에서 솟아난 세 신인이 탐라국을 세운 건국 신화에서 출발해, 동아시아 해상 교역의 거점이었던 탐라국의 역사, 고려·조선 시대를 거치며 겪은 변화, 유배와 저항의 기억, 그리고 근현대에 이르는 제주의 굽이진 역사가 하나의 동선 안에 펼쳐진다.

기존 박물관과의 차이는 방식에 있다. 긴 설명문과 유물 진열장 대신, 빛·음향·공간 연출이 역사를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관람객은 신화 속 창조의 섬 제주에서 출발해 해양 왕국 탐라의 시대를 지나 근현대 제주에 이르는 시간 여행을 마치 그 안에 직접 들어선 것처럼 체험하게 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제주 역사 교육의 살아있는 현장이 되고, 제주를 처음 찾는 관광객에게는 이 섬이 단순한 자연 관광지가 아니라 신화와 역사, 삶의 기억이 쌓여온 특별한 땅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공간이 된다.

안경·헤드셋 없이, 영상 속으로…3층 Naked Eye 3D 체험 공간

3층은 Naked Eye 3D와 720° 홀로그램 기술이 집약된 체험 공간이다. 별도의 VR 기기나 특수 안경 없이도 눈앞에서 입체 영상이 실제로 펼쳐지는 이 기술은, 벽면·천장·바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 캔버스로 연결한다. 사방이 영상으로 가득 찬 공간 안에 서면, 관람객은 제주 신화 속 거대한 여신의 숨결, 용암이 폭발하며 한라산이 솟아오르는 태초의 순간, 제주 바다의 깊은 수중 세계가 실제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압도적인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을 위한 인터랙티브 체험 요소도 빠짐없이 갖췄다. 아이들이 직접 움직이고 반응하며 즐길 수 있는 체험 중심 구성으로, 재미와 교육적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제주를 방문하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날씨에 상관없이 반나절 이상을 머물 수 있는 제주 최초의 실내 몰입형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문 관광권 활성화의 새 촉매

자롤로 뮤지엄이 들어서는 중문 관광권은 롯데·신라·하얏트 등 특급 호텔과 리조트, 단체 관광 동선이 밀집한 제주 최대 관광 거점이다. 이 지역에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실내형 프리미엄 콘텐츠가 새로 생겨난다는 것은, 단순히 전시관 하나가 추가되는 것을 넘어 중문 관광권 전체의 집객력을 높이는 의미를 갖는다.

제주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서귀포시 등 5개 기관·단체와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지역 관광 동선과의 연계, 패키지 상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콘텐츠 구성도 눈에 띈다. 언어 장벽 없이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영상 체험은 중국·동남아·일본 등 해외 방문객에게도 강한 흡인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가 오랫동안 찾아온 답이 중문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5월 9일, 자롤로 뮤지엄이 문을 연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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