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삼성전자 백기 들었다…중국서 대체 무슨 일이 [테크로그]

김대영 2026. 5. 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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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삼성전자, 중국서 백기…TV·가전 사업 철수
삼성전자, 중국 TV·가전 사업 철수
현지 매체들 '경쟁력 약화'로 평가
제품 기획 '한국 본사' 집중 등 지적
AWE 2024가 열리고 있는 중국 상하이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중국 TV·가전 시장에서 발을 빼자 현지 매체들을 중심으로 날선 평가가 쏟아졌다. 삼성전자 철수를 단순한 판매 품목 조정이 아닌 '경쟁력 약화의 결과'로 규정한 것이다. 현지 매체들은 삼성전자의 부진 원인으로 현지화 부족, 중국 제조사 급부상, 외산 브랜드 선호 약화, 공급망 경쟁력 저하 등을 지목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중국 본토 시장에서 TV·모니터를 포함한 모든 가전제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중국 법인은 공지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신중한 검토를 거쳐 중국 본토 시장에서 TV·모니터를 포함한 모든 가전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판매 중단 대상에는 TV·모니터를 포함한 가전·디스플레이 제품군,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세탁건조기, 의류관리기, 오디오, 프로젝터,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이 포함됐다. 스마트폰은 정상 판매된다. 반도체·의료기기 등 중국 내 다른 사업은 유지된다.

AWE 2024가 열리고 있는 중국 상하이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현지 매체들은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철수 배경에 주목했다. 동민 중국전자영상산업협회 사무총장은 펑파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네 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경영·제품 현지화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제품 기획과 경영상 의사결정 권한이 한국 본사에 집중됐다는 지적이다. 중국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중국 제조사의 급성장도 삼성전자 발목을 잡았다. 하이센스·TCL·샤오미 등 현지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 압력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들 브랜드가 유사한 사양의 제품을 앞세워 삼성전자가 갖는 브랜드 프리미엄이 유지될 수 없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소비자 인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젊은 중국 소비자들이 과거처럼 외산 브랜드 선호가 강하지 않다. 여기에 공급망 문제도 얽혔다. 삼성전자가 LCD 패널 제조에서 물러나면서 TV 사업이 중국 패널 업체에 의존하게 됐다는 것. 이 과정에서 경쟁 우위가 약해졌다는 평가다. 

중국 가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무대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TV 시장에선 하이센스와 TCL, 생활가전에선 하이얼·메이디·거리전기 등 중국 업체들이 대표 주자로 올라섰다. 스마트폰의 경우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현지 업체들이 주도권을 잡았다. 현지 매체들은 삼성전자가 자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주역'에서 '조연'으로 밀려났다고 꼬집었다.

AWE 2024가 열리고 있는 중국 상하이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들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가격 경쟁력 약화도 지적됐다. 중국 정보기술(IT) 매체 봉황망커지는 삼성 가전이 중국에서 밀려난 핵심 원인에 관해 "가격은 못 맞추고, 고급 시장은 지키지 못했고, 속도는 따라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과거 중국 소비자들이 삼성 제품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한 이유는 자국 업체들이 같은 수준의 제품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중국 브랜드들이 유사하거나 더 나은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봤다. 그런데도 삼성전자가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현지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급 TV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니 LED TV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에야 중국 시장에서 미니 LED TV를 대규모로 보급했다. 가격은 1만5000위안 이상으로 책정됐다. 반면 TCL은 2019년 미니 LED를 앞세웠고 2021년 대중형 제품을 내놨다. 지난해엔 하이센스·TCL 등 중국 브랜드가 백라이트 제어 정밀도와 분할 수 등에서 삼성전자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올라섰으면서도 절반 수준 가격을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현지 소비자들이 TV를 구매할 때 가장 많이 찾는 4000위안 이하 가격대에서 삼성전자 제품의 존재감이 약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중국 가정의 실수요를 겨냥한 고가성비 모델은 드물었다는 것이다. 서비스망의 하위 지역 침투 부족, 현지화 적응 지연 등도 겹쳐 주류 소비층에서 멀어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시장 점유율은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시장조사업체 AVC는 올해 초부터 지난달 5일까지 중국 오프라인 채널 판매액 기준으로 삼성전자 점유율이 컬러TV 3.62%, 냉장고 0.41%, 세탁기 0.38%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순위는 각각 5위, 14위, 15위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경우 각각 3.03%포인트, 0.24%포인트, 0.13%포인트 하락한 결과다.

과거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2014~2015년만 해도 중국에서 컬러TV 약 30억달러, 생활가전 약 10억달러, 휴대폰 200억달러 이상을 판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엔 판매 목표 자체가 정점 대비 1~5%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가전 판매를 중단하더라도 사후서비스(AS)를 계속 제공한다. 다만 유통 현장에서는 아직 판매 중단 공지가 모든 채널에 동시 반영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중국 철수 공지 이후 징둥 삼성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 고객센터는 "현재 모니터는 판매하지 않고 TV는 정상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타오바오 삼성 공식 플래그십스토어 고객센터는 "아직 공식 통지를 받지 않았고 현재 제품은 모두 정상 주문할 수 있으며 모니터와 TV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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