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케이션을 실현시켜 줄 사이판 스폿 6

곽서희 기자 2026. 5. 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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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CATION IN SAIPAN

6개 스폿으로 살펴본 스포츠케이션 목적지로서의 사이판.

크라운 플라자 리조트 사이판은 해변을 끼고 있어 산책하기 좋다

■이 리조트의 스포츠케이션은 억지스럽지 않다
Crowne Plaza Resort Saipan
크라운 플라자 리조트 사이판

사이판은 섬이다. 섬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이런 지리적 조건은 관광의 중심을 자연스레 바다로 수렴시킨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핵심. 사이판의 바다는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관상용 바다'가 아니다. 바다를 따라 달리고, 물속으로 뛰어들고, 파도에 몸을 맡기며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무대로서의 바다'다. 그래서 사이판 호텔의 중요한 역할은 이 모든 장면을 얼마나 가까이에서, 또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느냐에 있다.

크라운 플라자 리조트 사이판은 그 역할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지난 3월 '2026 스케쳐스 사이판 마라톤'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이 리조트가 사이판 관광업계에서 지금 어떤 방향으로 자리매김하려는지 짐작케 한다. 대회의 공식 코스의 시작과 종료 지점은 물론, 엑스포와 배번 수령, 시상식, 러너 라운지와 회복 프로그램까지 모든 운영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단순한 숙소를 넘어 하나의 러닝 베이스캠프 로 기능한 셈이다.

리조트가 구현하는 스포츠케이션은 억지스럽지 않다. 아침저녁으로 투숙객을 위한 무료 요가 클래스로 몸을 깨우고, 몇 걸음만 걸으면 나타나는 마이크로 비치에 뛰어들어 땀을 씻는다. 호텔 슬리퍼에서 모래사장의 맨발까지, 5분이면 충분하다. 오후엔 해변가에서 카약를 타다 바다를 따라 리조트 앞에서 바로 시작되는 러닝 코스를 달린다. 리조트에서 출발해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를 지나 엘로이 S. 이노스 피스 공원을 돌아 가라판 시내로 이어지는 약 2km 구간은, 큰 고저차 없이 평탄해 초보자도 부담 없이 이어 달리기에 좋다. 운동과 휴식, 바다와 육지가 끊기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엔 어떠한 억지도, 강요도 없다.

사이판 관광의 중심지인 가라판에 자리하고 있다는 위치적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쇼핑과 레스토랑, 주요 관광지가 모두 도보권에 모여 있어 완전한 단절 대신 적당한 연결을 유지한다. 크라운 플라자 리조트가 '사이판의 기본값'처럼 선택되는 데에는 이런 다양한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토록 잘 갖춰진 스포츠 무대에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움직일 것인가는, 온전히 여행자의 몫이다.

■일렉트릭 블루는 이런 색이군요
The Grotto
그로토

온몸의 신경을 발끝에 쏟는 중이다. 이 계단에서 잘못 헛디디는 날엔…, 잠깐. 여행자보험 얼마짜릴 들었더라. 사이판에서 가장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 그로토는 도착부터 쉽지 않다. 입구에서부터 100개가 넘는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숨겨진 위치 덕에 신비로움이 배가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싱크홀 형태를 갖추고 있는 그로토 ©사이판어드벤쳐

그로토는 사이판 북쪽에 위치한 자연 해식 동굴이다. 파도가 오랜 시간 석회암 절벽을 깎아 만든 공간으로, 천장 일부가 무너지며 위에서 내려다보는 싱크홀 형태가 됐다. 동굴 안은 하나의 천연 수영장처럼 고여 있지만, 동시에 바깥 바다와 세 개의 수중 터널로 연결돼 있다. 내부 수심은 약 18~21m. 다이버들은 한쪽 터널로 바다 밖으로 나갔다가, 다른 입구로 다시 들어오며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곳이 '세계적인 동굴 다이빙 명소'로 꼽히는 이유다. 뇌피셜은 아니고, 국제 다이빙 단체 PADI에서 실제로 그렇게 평가한다.

스노클링 차례를 기다리는 여행객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는 크게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으로 나뉜다. 다만 해류가 강하고 환경 조건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게 볼 곳이 아니다. 전문 가이드 동반이 권장되며, 초보자에게는 일부 구간이 제한되기도 한다. 대신 그만큼의 보상은 확실하다. 한 번의 다이빙으로 거북이, 가오리, 바라쿠다, 때로는 상어까지 다양한 해양 생물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베이직' 보험을 든 필자, 스노클링을 선택했다.

일렉트릭 블루 색감은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는다

기대했던 거북이와의 조우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아쉬움이 덜했던 건 순전히 빛 덕분이다. 바깥 바다에서 들어온 햇빛이 동굴 안으로 스며들며, 물빛은 전기처럼 빛나는 짙은 파란색으로 변한다. 이걸 '일렉트릭 블루(electric blue)'라 부른단다. 가시성 또한 뛰어나 수중 시야가 무려 20~50m에 달한다. 그러니까, 물속으로 고개만 박으면 바다의 바닥을 저 끝까지 볼 수 있는데, 그 색이 온통 비현실적인 푸른색이라는 것. 진하고 파란 해왕성을 닮은, 지구의 것이 아닌 듯한. 한바탕 묘한 꿈을 꾸는 기분이다.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요트 투어 전, 선착장에 정박돼 있는 요트들을 뷰파인더에 담았다
요트 위에서 바라본 사이판의 선셋. 진득한 오렌지빛을 내뿜는데, 그색감이 도저히 현실 같지 않다

■사이판의 낭만은 배 위에서 시작된다
Yacht Tour
요트 투어

이국에서 불어오는 바람 같은 이름 세 글자, '사이판'. 그 낭만을 완성시켜 줄 단 하나의 투어를 꼽으라면 요트 투어다. 사이판의 요트 투어는 배를 타고 바다를 바라보는 일차원적인 유람을 넘어선다. 스노클링, 카약, 패들보드, 프리다이빙까지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를 종합적으로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디너, 무제한 음료, 라이브 쇼까지 곁들여지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액티비티, 식사, 주류, 공연이 모두 포함된 '종합 엔터테인먼트형' 투어다.

요트 투어에선 스노클링도 즐길 수 있다. 사진 속 뒷배경은 마나가하섬

투어 업체 선정이 고민이라면 트래블리즈를 추천한다. 최대 12명까지만 탑승할 수 있어 프라이빗하게 이용 가능한데다, 선장님이 요트 한 대로 세계여행을 한 유명 인사다. 그의 고농축 여행 노하우를 쏟아부어 만든 게 바로 트래블리즈의 요트 투어.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90분 코스로 이뤄진 인생숏 투어, 180분 코스의 선셋 디너 & 스노클링, 프라이빗 단독 투어. 이중 90분 코스는 인원 제한 없이 2명만으로도 상시 출발 가능해 가장 인기가 많다.

태평양 위, 노을을 배경으로 카약을 탄다는 건 '낭만'이란 단어와 치환할 수 있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180분 코스를 추천한다. 사이판 액티비티의 성지인 마나가하섬은 오후 4시를 기점으로 단체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덕분에 텅 빈 섬의 고즈넉함을 독점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열린다. 하이라이트는 해 질 녘부터 시작된다. 선상에 몸을 던지듯 누워 붉은 선셋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밤하늘엔 별들이 빼곡히 들어찬다. 생애 그토록 많은 별을 요트에 누워 본 건 처음이었다. 누군가 양동이에 별을 가득 담아 머리 위로 쏟아붓는 느낌이다. 사이판의 모든 낭만을 이곳에 다 끌어온 듯, 이국의 바람을 타고 별들이 눈동자에 쏟아져 내린다.

■스포츠케이션에서 '베케이션'의 역할
'스포츠케이션(Sportscation)'이라는 테마에 매몰되어 전 일정을 액티비티로만 채울 요량이라면, 조심스레 말리고 싶다. 스포츠케이션에서 '베케이션(Vacation)'이 거세된다면 스포츠만 남게 된다. 여행이 아닌, 고된 훈련과 다를 게 없을 거란 얘기다. 운동으로 소모된 에너지를 밀도 있게 회복시키는 장치이자, 여행 전체의 거친 리듬을 완만하게 다스리는 균형축. 그것이 바로 스포츠케이션에서 '베케이션'의 역할이다. 익스트림한 움직임 위에 곁들여질 잔잔한 관광을 위해, 다음 세 가지 장소에 주목해 보자.

포비든 섬 전망대

Forbidden Island Lookout
포비든 섬 전망대

먼저, 포비든 섬 전망대부터. 사이판 동쪽 카그만(Kagman) 지역에 위치한 전망대로, 태평양과 포비든 아일랜드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뷰 포인트다. 절벽 바로 아래로 펼쳐지는 태평양과 거친 해안선, 암석 섬인 포비든 아일랜드까지. 세 개의 피사체만이 눈앞을 가득 채운다. 평화로운 휴양지라기보단 훨씬 야생적인 풍경이다. 인생숏 촬영하기 좋은 스폿이긴 하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절벽 지형 특성상 미끄럽고 경사가 급한 구간이 많아 낙상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 어떠한 인생숏도 현생을 걸 만큼 중요할 순 없다.

제프리 비치

Jeffrey's Beach
제프리 비치

포비든 전망대가 자연을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관조의 공간'이라면, 제프리 비치는 바다와 눈높이를 맞추는 '수평의 공간'이다. 이곳의 미덕은 단연 '손대지 않은 야생성'이다. 정글처럼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오프로드 레이싱을 방불케 하는 운전을 감수해야만 비로소 그 자태를 드러낸다. 상업 시설 하나 없는 고요한 해변에는 웅장한 절벽과 완만한 수심이 빚어 낸 태고의 풍경만이 남아 있다. 해안선이 오목하게 파고든 코브(Cove) 지형 덕분에 주변 절벽이 포근하게 감싸 안은 듯한 구조다. 마치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비밀스런 물웅덩이 같은 곳.

​​​​​​​밀키웨이 팜

Milky Way Farm
밀키웨이 팜

바다를 충분히 탐닉했다면, 이제 육지에서의 휴식을 위해 밀키웨이 팜으로. 옛 미군 주둔지를 개조해 탄생한 이곳은, 오직 별을 감상하기 위해 설계된 사이판의 유일무이한 프라이빗 천문대다. 사실 사이판의 별 관측 명소로는 만세절벽이 손꼽히지만, 야생의 별빛을 즐기기엔 복병이 많다. 수시로 오가는 차량의 헤드라이트나 주변의 미세한 조명들이 은하수의 선명도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면 밀키웨이 팜은 인위적인 빛을 철저히 차단해, 밤하늘의 주인공인 별들을 가장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덕분에 군중의 소음 없이 우주의 고요를 독점할 수 있다는 점은 이곳만의 독보적인 호사다. 깔끔한 화장실과 사장님의 '개취'가 듬뿍 담긴 포토존 역시 안락한 별 감상을 돕는 요소다. 약 450그루의 야자나무 숲 사이에서 즐기는 신선한 코코넛 음료 한 잔, 그리고 머리 위의 은하수. 스포츠로 고양된 신체의 긴장을 녹여 줄, 가장 완벽하고 정갈한 피날레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마리아나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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