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산한’ 재생에너지,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해상풍력 팩트체크②]

김다은·문준영 기자 2026. 5. 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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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생산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지역사회가 나눈다는 점에서 이익공유제는 긍정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익공유제 설계 방식에 따라, 해상풍력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덴마크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단지는 시민들이 발전기 10기를 모두 소유하고 있다. 매년 6월이 되면 조합원들이 모여 자신들이 소유한 미델그룬덴 풍력단지를 방문한다. ⓒErik Christiansen 제공

덴마크 코펜하겐 연안에 세워진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단지’는 덴마크 에너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총 20대의 발전기 중 10대를 미델그룬덴 협동조합 주민들이 100% 소유하고 있다. 미델그룬덴 협동조합이 발기된 1997년부터 운영을 맡아온 에릭 크리스티안센 미델그룬덴 협동조합 의장을 1월17일, 코펜하겐 뇌레포트(Nørreport) 기차역 앞에서 만났다.

‘그 유명한’ 미델그룬덴이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1997년, 해상풍력을 해보자는 뜻을 모으고 협동조합 사무국장과 제가 코펜하겐 유틸리티 회사를 찾아갔어요. 전기 장비가 가득한 큰 방에 수석 엔지니어가 있었고, 그에게 ‘시민들이 해상풍력을 하려고 한다’는 아이디어를 말했더니 ‘당신들은 평범한 시민이고, 나는 엔지니어다. 전기는 우리가 다룬다’라며 단칼에 거절하더군요”

하지만 협동조합 사무국은 포기하지 않고 시장을 설득하고, 조합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을 초대해 공청회를 열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발전기의 개수를 줄이고 일렬로 세우려던 발전기 배치를 부채꼴 모양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1999년 여름, 연말까지 5%의 지분을 더 팔아야 사업이 시작된다는 소식에 지역 언론과 유명 배우, 예술가들이 조합에 가입하고 시민들에게 지분 참여를 독려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렇게 덴마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주민 참여 풍력발전 단지가 도심 연안에 세워졌다.

주민이 소유한 미델그룬덴 발전기 10개 중 1개는 7~18세 사이의 ‘지분은 있지만 총회 의결권 행사 연령을 넘지 못한’ 조합원을 위한 ‘어린이와 청소년 발전기’이다. 발전기 기둥에는 미래 에너지 주인인 어린이들이 남긴 서로 다른 높이의 핸드프린팅 자국이 가득하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소유한 미델그룬덴의 지분은 주로 대를 이어 가족들에게 전해진다. 큰돈을 벌어주기 때문은 아니다. 2025년 미델그룬덴 협동조합의 배당금은 0원이었다. 오래된 발전기의 수리·보수 비용이 급증한데다 발전기의 고장, 정지로 가동률이 줄어들어 평년만큼 전기를 많이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델그룬덴 풍력단지 어린이 조합원이 ‘어린이 풍력발전기’에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다. ⓒErik Christiansen 제공

그럼에도 미델그룬덴의 ‘일원’임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미델그룬덴 발전기는 코펜하겐 해안가에서 쉽게 볼 수 있어요. 그것을 보면서 조합원들은 ‘내가 저 에너지의 주인이다’ ‘깨끗하고 좋은 에너지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져요. 풍력단지는 코펜하겐의 랜드마크가 됐고 내가 그 역사를 함께 만들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자신이 소유한 지분이 자녀, 손주에게 대를 이어 전해지길 원합니다.”

에릭 크리스티안센 의장은 ‘주민들이 발전기를 함께 만든다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돈만 투자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속감을 갖고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배웁니다. 뜻이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법을 배우고,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거대한 자본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특별한 수업을 받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주민참여 이익공유제의 목표는 ‘에너지 시민’이 되는 민주적 과정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EU가 2023년 개정한 ‘재생에너지 촉진에 관한 지침’은 2030년까지 EU 내 재생에너지 비중을 42.5%로 높이는 목표를 설정하고, 시민 중심의 재생에너지 커뮤니티를 통해 자가 발전을 확대하는 법제화 방안을 담았다. 공동체가 저렴하게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고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 에너지의 중요성을 지역에서 배워나가게 하기 위해서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인상 같은 외부 요인은 유럽에 에너지 위기를 예고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자립은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목표다.

시민들이 에너지 전환의 주체가 되는 경험이 늘어나면서 이익공유제 역시 주목받고 있다.‘이익공유제(Benefit Sharing)’는 에너지 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다양한 방식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흔히 ▴공동소유형(Co-ownership)과 ▴수익환원형(Community Benefit Fund) 두 가지로 나뉜다. ‘공동소유형’은 주민이 지분이나 채권을 직접 보유해 투자자로서 배당을 받는 방식이다. 덴마크의 미델그룬덴 협동조합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전라남도 신안에서 이와 유사한 모델을 이용한다. ‘수익환원형’은 주민이 지분을 갖지 않고 사업자가 일정 금액 혹은 일정 비율을 기금 등의 형태로 지역에 환원하는 방식이다. 주민들에게 즉각적으로 수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지역수용성을 ‘매입’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이익공유제는 늘 정의로운가?

이익공유제라는 제도 자체가 재생에너지를 확산시키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덴마크, 독일 같은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주민들이 일정 비율의 지분을 구입할 수 있도록 발전사에 권장 혹은 의무화 하고 있다. 스웨덴 국영에너지기업 바텐팔(Vattenfall)에서 근무하는 야코브 카마라(Jacob kamara) 대외협력 매니저는 베스터하브 사우스(Vesterhav South)와 베스터하브 노스(Vesterhav North)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주민과의 공동소유 모델의 이점을 소개했다. “지역 공동체를 발전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프로젝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게 하는 아주 영리한 제도다. 공동 소유자라면 당연히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바라게 된다. 그 덕에 베스터하브 프로젝트와 바텐팔을 지지하는 4100명의 적극적인 지역 지지자를 만들 수 있었다.”

덴마크는 재생에너지촉진법에 따라 풍력발전소 건설시 지역 주민들에게 지분 구매 기회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바텐팔 역시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전체 지분의 약 20% 가량을 지역 주민 투자자에게 개방했다. 특히 베스터하브 프로젝트는 해안가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풍력 발전기가 세워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주민들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했다.

“발전기들이 해안에서 5~8km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세워질 예정이었는데 주민들이 최대한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그 요구를 빠르게 수용했고, 최종적으로는 허가 구역 경계선에 거의 닿다시피 한, 가능한 먼 곳에 발전기를 건설했다. 지역사회의 요구를 듣고 최종 설계를 바꾼 것이다. 또 항공장애등 불빛이 밤에 반짝이는 것이 불편하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항공기가 발전기에 접근할 때만 불이 켜지는 레이더 제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지역사회와 사업을 함께 키워나가기로 한 만큼, 공동소유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다비드 필리프 루돌프 덴마크 공과대학교(DTU) 풍력 및 에너지 시스템 연구소 선임 연구원. ⓒ시사IN 김다은

물론 이익공유제가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다비드 필리프 루돌프(David Philipp Rudolph) 덴마크공과대학(DTU) 풍력 및 에너지 시스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들어설 때 발생하는 ‘공간적 갈등’을 연구한다. 다비드 박사는 ‘공간적 갈등’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제안했다. 풍력단지 초기 설계부터 지역민들을 개입시키고, 사회영향평가 등을 통해 이들의 ‘장소 애착’, 즉 풍력단지가 지역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낙담과 저항 등을 조사해 신중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익공유제가 공간적 갈등을 줄이고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지만 때로 공정하게 작동되지 않기도 한다는 점을 짚었다. “농촌처럼 주변화 된 지역의 주민들은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 ‘현재의 지출’이 더 시급한 경우가 많다. 지분에 투자할 여력이 되는 사람만 참여해 경제적 여력이 없는 사람은 배제되는 경우가 생기도 한다. 일부 개발사들은 주민들에게 지분을 공유하지 않으려고 이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기도 한다.”

2019년 발표된 그의 논문 ‘풍력의 (탈)기반화 – 덴마크 풍력 발전 계획에서 사람과 기후의 조화에 대하여’에는 소멸 위기에 처한 작은 마을의 사례가 나온다. 주민들은 풍력발전 수익으로 지역을 살릴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공청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했다. 주민들의 관심에 발전사는 언론을 통해 50% 지역 공동 소유권을 제안했다. 하지만 50% 중 30%가 발전기가 설치될 땅을 가진 토지 소유자 8명에게 할당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주민들은 대지주들을 지역 공동체 대표자가 아니라 기업과 결탁한 ‘현지 개발자’라고 인식했고, 지역민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20%의 지분 역시 ‘뇌물’이라고 보고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이익공유제가 언제나 ‘정의롭게’ 운영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신안 햇빛 연금, 주민이 조합원 아닌 회원인 이유는?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안의 ‘햇빛연금’ ‘바람연금’은 주민들이 지분 혹은 채권을 보유한 공동소유형 이익공유제 모델과 유사한 구조다. 신안군은 2018년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군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할 경우 발전소 설립 법인 지분의 30% 이상 또는 총사업비의 4% 이상을 주민이 참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덴마크 모델과 차이도 크다. 우선 투자 부담이다. 신안의 경우 해당 지역에 주소지를 둔 ‘회원’들은 평생 가입비 1만원 수준을 지불한다. 1만원은 ‘조합비’가 아닌 ‘회원가입비’이며, 상징적인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연구한 ‘신안 주민참여 이익공유 태양광발전사업 사례 분석’에 따르면 “‘협동조합기본법’에도 없는, 협동조합의 조합원과는 다른 ‘회원’이란 개념의 도입에 대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협동조합이 ‘회원’에게 이익공유금을 지급하는 근거도 협동조합의 정관이나 이용규약에서도 찾지 못했다”라고 지적한다. 이에 비해 덴마크 등 해외의 에너지 협동조합들은 1구좌당 정해진 금액이 있고, 조합원들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몇 구좌를 살지, 즉 전체 투자 금액을 얼마나 지불할지 결정한다. 미델그룬덴의 경우 설립 당시 8552명의 조합원들이 자본금 약 300억 원을 모았다.

두 번째 차이는 주민에게 주어지는 수익의 재원이다. 미델그룬덴은 발전기 10기의 소유권을 직접 갖고 있고, 정부나 기업의 지원 없이 자체 발전 수익으로 운영한다. 주민 소유 발전기가 생산한 전기를 팔아서 번 돈으로 배당금을 준다. 반면 신안의 햇빛·바람 연금은 구조가 다르다. 재원은 발전사의 순수익 일부가 아니라 사실상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 수익이다. REC는 해당 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확인증인데,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도입한 주민참여 사업제도에 따르면 발전소 인근 주민이 재생에너지 발전소 총사업비의 일정 비율 이상 투자할 경우, REC 가중치를 부여하고 좀 더 높은 가격을 쳐준다. 즉, 전력구매자인 한전이 전기를 그만큼 더 비싸게 사주는 것이다.

채권형 혹은 주식형 등 주민들의 참여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모델은 REC 추가가중치 수익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어떤 의미일까?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과 같은 REC 기반 소득배분 제도는 발전사가 자신의 이윤으로 햇빛연금의 재원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참여 인센티브인 REC 추가수익금으로 이익공유제의 재원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인센티브는 전력구매자(한전)가 조금 더 비싼 가격으로 전기를 구입해주는 데서 나온다. 즉, 전기소비자인 국민들이 요금을 부담하는 것이다.”

최기원 팀장은 신안의 이익공유제 모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할, 혹은 부담할 수 있는 ‘기후 환경 요금’에 대한 공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들이 REC 추가 가중치에 따른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지불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다. 보상금 형태의 이익공유 모델도 충분히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우리 공동체가 발전단지가 지어지는 지역에 얼만큼의 비용을, 어떻게 지불할 것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것이 아쉽다. 치열한 토론과 합의를 바탕으로 지역민들이 지역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사회가 판을 만들어주는 지속가능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해, ‘해상풍력을 하면 뭐가 좋은데: 전남 해상풍력의 경제·환경·사회적 효과와 성공적 확산을 위한 전략 토론회’에서 발표된 ‘전라남도 해상풍력의 경제·환경·사회적 효과 분석과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 연구’ 보고서는 18GW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20년 고정가격 입찰제도로 추진할 경우의 이익공유제 효과를 분석하였다. 지속 가능한 해상풍력의 확산을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인 오션에너지패스웨이가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이 수행한 연구다.

이 경우 이익공유제를 시행하지 않은 경우보다 이익공유제를 시행했을 경우(REC 추가 가중치 수익을 지역 주민들에게 배분하고 지방정부가 공유 지분 10%를 확보해 발생한 영업이익을 주민들에게 배당할 경우) 2040년을 기준으로 소득불평등 지수인 지니 계수는 0.590에서 0.582로, 소득 5분위 배율은 8.0에서 7.3으로 하락해 유의미한 불평등 완화 효과가 나타났다.

만약 한 가정에서 매달 1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낸다고 가정해보자. 우리가 지불하는 REC 추가 가중치 비용은 10만원에서 약 60~90원 가량 수준이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지역의 불평등 완화와 지역 균형을 위해 우리 사회가 이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혹은 지역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는지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가 12월1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해상풍력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물론 한국의 모든 에너지 협동조합 모델이 신안과 같은 형태인 것은 아니다. 16.68MW 규모의 경북 영덕 호지마을풍력발전사업은 주민들이 직접 투자하는 주민참여 펀드가 이루어진 사례다. 신안과는 다른 형태의 공동소유형 모델이다. 총 사업비 640억 원 중 4%인 25억6000만원을 외부 대출 지원 없이 100% 주민 직접 투자금으로 조달했다. 주민들은 연 11% 수익률로 향후 20년 간 이익을 보장받는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호지마을풍력발전사업 주민참여 펀드를 이끈 장본인이다. “고령화된 시골에서 과연 누가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겠느냐며 실패할 거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2주 만에 펀딩이 완료됐다. 영덕군 최초로 군민들이 1만원부터 3000만원까지 투자한 군민펀드 사례다. 지역 소멸이라고 말하듯이 지역에는 정말 빠른 속도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노동이 가능하지 않은 인구도 많다. 노동 수입을 대신할 ‘소득 안전망’이 필요하다. 여러 지역에서 신안 모델을 모방하는데 머물기보다 주민들이 직접 투자자가 되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재생에너지가 무엇인지, 왜 이것이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배워나갈 수 있다. 에너지에 대한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반면 신안과 호지마을과 같은 공동소유형 모델과 달리, 수익환원형 모델은 발전사업자들의 부담 악화로 이어져 사업 자체가 위험에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 발전용량이 원자력 2기에 맞먹는 2.37GW로 세간의 주목받았던 추자도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그런 사례다. 2035년까지 24조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이 사업은 지난 2월10일 단독 입찰했던 중부발전이 공모를 포기하면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제주에너지공사가 공고한 추자해상풍력사업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사업희망자는 상업운전개시년도부터 매년 최소 1300억 원 이상을 도민이익공유금액으로 지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도민이익공유기금과 생산한 전기를 제주도 안에서만 팔아야 한다는 점 등이 사업자에게 부담이 됐을 거라고 보고 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사업타당성이 맞지 않아서 공모를 포기했다”라는 입장만 밝혔다.

추자 해상풍력 공모지침서 중 도민이익공유금액에 관한 부분 갈무리

최종적으로 공모가 유찰되면서, 사업계획이 무리하게 설계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명동 에너지공사 사장은 “제주도와 협의해 (추자해상풍력사업) 재공모하든지, 아니면 사업계획을 전체적으로 변경해 다시 공모할지를 판단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1300억 원을 매년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설계나 사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단계에서 사업성을 확신할 수 없는데도 비용만을 확정한 것이 문제다. 공급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모이자, 주민수용성이 오히려 도구화된 안타까운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그냥 돈이나 받자는 분위기”

주민들이 단순 보상의 수동적 주체로 남아있는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동아시아에서 해상풍력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타이완이 이런 경우다. 지난 1월, 타이완 해상풍력 설비용량은 4.5GW로, 세계 5위권으로 올라섰다. 이는 타이완이 첫 해상풍력 단지를 운영하기 시작한 지 10년 채 안 돼 이뤄낸 성과다. 그렇지만 타이완에서는 지역 주민이 개발 단계부터 직접 투자에 참여해 이익을 공유하는 모델이 아직 실현된 적 없다. 대신 어민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사가 ‘보상금’ 성격의 돈을 지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타이완 농업부 어업청은 2016년 어민들의 손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지급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인 ‘해상풍력발전소 어업 보상 기준’에 따르면 보상금은 어업 손실액, 어선이 해상풍력 단지를 우회하면서 추가된 비용, 어획량 손실액, 시공 기간, 면적 등이 포함된 계산식에 따라 산출된다. 이와 별개로 타이완 경제부는 전력 사업자가 전력 단지 운영 기간에 생산된 전력량에 따라 매년 일정 금액(전력개발지원금)을 추가 적립하도록 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전력개발지원금의 38.5%는 어민협회가 수령하고, 나머지는 지방정부와 육상 변전소가 위치한 지역의 행정사무소에 할당된다.

대만 윈난현 타이즈촌 항에서 본 윈난현 해상풍력단지 ⓒ시사IN 이명익

그러나 어민 개인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금액은 어민협회 재량에 달려 있다. 여기서 관건은 어민협회 대표성이다. 우페이쥔 타이완해양과환경지속가능성법률센터(Taiwan Ocean and Environment Sustainability Law Center) 연구원은 이익이 어민에게 직접 분배되는 게 아니라 기관에 흘러가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정부는 어민협회가 어민을 대표한다고 간주하지만, 사실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타이완에서 어민협회는 반관반민 형태의 기구에 가깝다. 지역 단위로 존재하는데 주로 정부가 지시한 일을 수행하고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게다가 해상풍력 발전소는 모든 어민에게 똑같은 타격을 주지 않는다. 배를 몰고 바다에 나가 조업하는 어민이 영향을 더 받는다. 하지만 어민협회 내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이다.” 결과적으로 해상풍력 개발로 인해 생계에 직접 타격을 입는 어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대변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상금이 어민의 생애 기대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어선 소유 여부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점도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우 연구원은 “예를 들어 동일한 크기의 배를 소유하고 있는 65세 어민과 40세 어민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두 어민에게 똑같은 보상금 200만 타이완달러가 지급된다고 하면, 65세 어민에게는 퇴직금이 생긴 셈이지만, 앞으로 20년은 더 조업해야 할 40세 어민에게 연간 10만 타이완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젊은 어민들은 개발사가 적은 돈으로 일터에서 자신을 내쫓으려 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취재진은 타이완 정부에 어민 개인에게 직접 보상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타이완 경제부 산하에 있는 타이완전력공사는 해상풍력 단지(타이완 전력 1·2기)를 개발하면서 산업의 플레이어로 직접 뛰고 있다. 송윈팡 타이완전력공사 재생에너지처 과장은 “(보상금이 어민협회를 통하는) 시스템이 비교적 잘 마련돼 있고, (어민협회를 통해야) 곤란한 상황이나 불분명한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결국 주민 수용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타이완에서는 개발사가 현지에 파견한 ‘소통 담당 매니저’가 주민들과 대면하며 갈등을 중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 연구원은 “지금은 다들 무력감을 느끼고 그냥 돈이나 받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단비뉴스〉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김다은·문준영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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