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쿠팡 로켓] ① 진격의 쿠팡, 멈췄다… 1분기 3500억 적자 어닝쇼크

[대한경제=문수아 기자]쿠팡의 ‘로켓 성장’이 멈췄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고객정보 유출사고 여파로 수익 방어선 수준의 매출 증가에 실패한 결과다. ‘탈팡’현상이 멈췄고 신규 고객 유입도 재개됐지만, 관련 처분 등 불확실성 탓에 올해 말까지 사고 영향권에 놓일 전망이다.
쿠팡Inc가 6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연결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3545억원(2억4200만달러ㆍ분기 평균 환율 1465.16원 적용)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790억원)의 52% 규모가 한 분기 만에 손실로 뒤집혔다. 2022년 3분기 첫 분기 흑자를 낸 뒤 두 번째 적자다.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있었던 2024년 2분기 이후 7개분기 만이다.
쿠팡이 영업적자로 전환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동력이 손상된 결과다. 쿠팡은 대규모 물류 투자가 매출 증가로, 매출 증가가 다시 플랫폼 레버리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성장 엔진으로 삼아왔다. 매출 고도성장이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한 구조다. 쿠팡이 상장 이후 물류 투자를 확대하면서 전국 도서 산간까지 로켓배송망을 구축, 20%대 수준의 매출 성장을 이루면서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사고 여파로 쿠팡 탈퇴, 사용 기피 현상이 불거지면서 외형 성장이 꺾였다. 1분기 연결 매출은 12조4500억원으로 전년(11조4900억원대)보다 8% 늘었다. 성장을 이어갔지만,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 성장률이 한 자리 수로 떨어졌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풀필먼트 센터, 공급망 약정, 인력은 모두 사고 이전의 더 높은 수요 곡선에 맞춰져 있는데, 사고로 수요가 일시 후퇴하면서 가동률이 목표를 밑돌게 됐다”고 직접 인정했다. 정보유출 사고 보상으로 지급한 구매이용권(1조6850억원)을 매출에서 차감한 것도 영향을 줬다.
플랫폼 레버리지를 만드는 프로덕트 커머스의 성장 둔화가 특히 뼈아팠다.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ㆍ로켓프레시ㆍ로켓그로스ㆍ마켓플레이스)의 1분기 매출은 10조5139억원(71억7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9조9797억원) 대비 5% 늘었다. 사고 직후인 작년 4분기(10조7413억원)보다 매출 규모는 물론 증가율(12%)도 꺾였다. 활성고객은 직전 분기 대비 70만 명 감소한 2390만 명에 머물렀다.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1분기에 회복될 것”이라던 회사 전망과는 다른 결과다. 활성고객 1인당 지출(43만9540만원)은 전년 대비 3% 늘어 물가상승률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기존 고객이 쿠팡에서 지출을 늘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수익성 지표도 무너졌다. 조정 에비타(EBITDA)는 2900만달러로 전년(3억8200만달러) 대비 92% 줄었고,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1억1000만달러로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직전 12개월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1년 만에 71% 감소했다. 매출원가율은 70.7%에서 73.0%로, 판관비율은 27.3%에서 29.9%로 각각 악화했다.
사고 여파는 줄고 있지만, 완전한 회복은 연말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김 의장은 “지난 1월은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 성장률이 최저점을 기록했고, 이후 매달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돼 2~3월에는 개선 속도가 빨라졌다”며“4월 말 기준 탈퇴 회원의 재가입과 신규 회원 가입 증가로 사고 이후 감소한 와우 회원 수의 약 80%를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2분기 연결 매출 가이던스를 고정환율 기준 9∼10% 성장으로 내놨다. 연결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조정 EBITDA)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유출 사고와 관련해 진행 중인 미국과 한국 다중 소송에 따른 손실액 추정이 어려워 충당금으로 인식하지 않은 상태다.
김 의장은 “펜데믹을 극복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네트워크, 공급망을 조정하면서 손익계산에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수년간 수십억 달러 투자로 구축한 경험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요인으로 연간 단위의 수익 확대는 내년부터 재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총수)를 법인에서 김 의장 개인으로 변경한 데 따른 대응과 위험 인식에 관한 질문에는 김 의장 대신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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