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당업자 계약보증금 10→20%…업계“구제 절차 보완 필요”
제재 업체 계약보증금 두 배로 상향
가처분 인용률 86%…정부 “도덕적 해이 억제”
업계 “승소 업체 구제 수단 미흡” 보완 요청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입찰담합ㆍ중대재해 등으로 공공입찰 제재를 받은 업체가 법원에서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계약을 맺을 경우, 계약보증금 비율이 10%에서 20%로 두 배 오른다. 공공계약 시장의 질서를 높이려는 조치지만, 최종 재판에서 승소한 업체에 대한 구제 방법이 미흡하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재정경제부가 겨냥하는 것은 ‘집행정지’를 활용해 제재를 피해가는 관행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정부가 특정 업체를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제재하면 해당 업체는 공공입찰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런데 업체가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면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재가 일시 중단되고, 그 사이 입찰에 참여해 낙찰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이 집행정지 신청 인용률이 86.1%에 달한다. 제재를 받고도 시장에 잔류하는 업체가 잇따르면서, 규정을 지키며 입찰에 임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조항은 집행정지를 받더라도 보증금 부담을 높여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적용 대상은 입찰담합ㆍ사기ㆍ뇌물공여ㆍ중대재해ㆍ서류 위변조 등 국가계약법이 정한 중대한 위반행위다. 이에 따라 1000억원 규모 공사에서는 업체 입장에서 100억원이 추가로 묶인다. 제재 업체에게 입찰 참여 자체를 재고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도의 허점을 조심스럽게 짚는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부산 북구을)이 작년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집행정지를 받아 계약한 업체 중 최종 재판에서 승소한 비율이 24.4%에 달했다. 제재 처분이 최종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유ㆍ무죄가 가려지지 않은 단계에서 보증금을 일률적으로 두 배나 올리는 방식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제 절차의 실효성도 보완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최종 승소 시 추가로 납부한 보증금(10%)을 돌려주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계약이 완료된 뒤에는 반환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보증서를 추가로 발급받는 기간에 발생한 금전 손해에 대한 이자 보상 규정도 없다.
이에 대한건설협회 차원에서 발주기관이 업체별 위반 수위와 정황을 고려해 보증금률을 탄력적으로 결정하는 방안과, 재판에서 이길 경우 반환금에 금융기관 대출평균금리 상당의 이자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번 시행령에 협회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공공계약 질서를 바로잡으려는 취지는 맞지만, 억울한 피해를 입은 업체가 실질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안전망도 함께 갖춰져야 제도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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