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저평가, 피크 공포 때문”
[리서치센터장 인터뷰]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금융 시장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 국면에 들어섰다. 한편에서는 전쟁이라는 전통적 지정학 리스크가 유가와 환율을 자극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산업 변화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 실적과 투자 지형을 바꾸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는 흔들리고, 투자 심리는 한순간에 공포와 안도 사이를 오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증시는 어디쯤 와 있으며, 투자자들은 무엇을 봐야 할까. 지난 4월 3일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현재 시장을 둘러싼 핵심 쟁점을 물었다.
요즘 국내 증시를 바라보면 전쟁 이슈가 모든 것을 덮어 버린 느낌입니다. 현재 조정의 가장 큰 원인은 뭘까요.
“대개 시장이 흔들릴 때 ‘비싸니 조정받는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현재 코스피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고 보기 힘듭니다. 지난해 영업이익 약 305조 원에서 올해는 600조 후반~700조 원 수준까지 기대되며, 이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보면 현재 지수 기준 밸류에이션은 8~9배에도 못 미칩니다. 이런 시장을 고평가로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정은 ‘고평가 해소’보다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투자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 즉 리스크 회피 성격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현재 가장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변수는 무엇입니까.
“고유가와 고환율입니다. 새로운 악재가 아니라 이 두 가지가 서로를 증폭시키며 영향을 키운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유가 상승은 기업 원가 부담을 높이고,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더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 수입 물가가 오르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이는 금리 경로와 주식 시장 밸류에이션, 자금조달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고유가와 고환율은 개별 요인이 아니라 시장 전반을 흔드는 연결고리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외부 변수라는 점으로, 국내에서 통제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장세는 내부 펀더멘털보다 외부 환경에 크게 좌우되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응이 제한적인 국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디까지 염두하고 계신가요.
“현실적인 리스크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상황입니다. 이는 단순한 원유 수송 문제가 아니라 ‘자유로운 항행’이라는 글로벌 무역의 전제가 흔들리는 문제입니다. 호르무즈가 막히면 다른 전략적 해협들까지 연쇄적으로 정치적 압박 대상이 될 수 있고, 결국 세계 무역망 전체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특히 치명적입니다. 해상 물류 질서가 흔들리면 단순한 시장 조정을 넘어 경제 구조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니라, 세계 무역의 기본 원칙이 흔들리는 상황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전쟁이 유의미하게 완화되거나 종전 시그널이 굳어진다면 한국 증시는 어느 정도까지 회복력을 보일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상당 부분 회복 가능하다고 봅니다. 현재 주가 하락의 상당 부분이 실적 악화가 아니라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즉, 기업이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로 할인받고 있는 상황이며, 이런 할인은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빠르게 축소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의 핵심인 반도체의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AI 관련 글로벌 빅테크 투자는 속도 논쟁은 있을 수 있어도 중단되기 어렵습니다. AI는 이미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인프라 투자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은 메모리 분야에서 구조적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AI 확산은 연산뿐 아니라 데이터 저장과 활용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으며, 기술 흐름도 ‘계산’에서 ‘기억과 데이터 운용’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다면, 현재의 저평가 구간은 비교적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D램 현물 가격 하락이나 일부 빅테크 관련 뉴스 때문에 “메모리 가격이 피크 아니냐”, “AI 수요는 선반영됐고 업황이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시장에서 제기되는 일부 비관론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거나 앞으로 무조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현재 업황이 매우 좋은 것은 분명하며, 핵심은 ‘여기서 더 개선될 수 있느냐’인데, 그 부분은 쉽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현재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률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라 자연스럽게 피크 논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주가는 항상 미래를 선반영합니다.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의 낮은 밸류에이션은 향후 이익 감소 가능성을 이미 반영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올해 영업이익 전망이 매우 높게 형성돼 있지만, 시가총액은 그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글로벌 대형 기술 기업들과 비교해도, 비슷한 이익 규모 대비 한국 반도체 기업의 밸류는 낮습니다. 이는 업황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과 메모리 산업의 사이클에 대한 기억 때문입니다. 결국, 현재 상황은 ‘업황은 좋지만, 이후 둔화 가능성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추가 개선이 없더라도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수 있고, 반대로 둔화 시점이 늦어지면 주가는 상승 여지가 있습니다.”
유독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글로벌 대비 낮은 이유는 뭘까요.
“글로벌 이익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분명해집니다. 올해 전 세계 기업 중 엔비디아와 아람코가 이익 1,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고, 그 뒤를 두고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경쟁하는 구도가 예상됩니다. 일부 추정에서는 삼성전자의 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익 규모가 비슷한 기업들과 비교하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현저히 낮습니다. 이는 단순히 국가나 시장 차이로 설명되기보다, 시장이 ‘앞으로 이익이 둔화될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지금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지금은 너무 잘 벌지만 이 상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저평가의 본질입니다. 이 배경에는 과거 경험이 크게 작용합니다. 메모리 산업은 오랜 기간 경기민감(시클리컬) 산업으로 인식돼 왔고, ‘이익이 좋을 때는 오히려 피크를 경계해야 한다’는 투자 문법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반대로 이익이 바닥일 때를 매수 시점으로 보는 인식도 뿌리 깊습니다. 결국 한국 반도체 기업의 저평가는 현재 실적이 아니라, 과거 사이클에서 학습된 ‘피크 이후 급락’에 대한 기억과 그로 인한 미래 둔화 우려가 깊게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도 반도체 업황은 ‘슈퍼사이클’인가요.
“지난해부터 이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저는 단순한 슈퍼사이클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울트라 슈퍼사이클’이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그만큼 지금은 매우 이례적인 구간입니다. 다만 이 표현이 ‘오래 지속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지금이 너무 좋기 때문에 추가 개선은 쉽지 않습니다. 일부 제품은 마진이 90%에 근접할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높아, 이런 수준이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습니다. 또 시장에서는 HBM이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보지만, 실제로는 일반 D램의 기여도도 상당히 큰 것으로 해석됩니다. 즉, 특정 AI 메모리만의 호황이 아니라 전반적인 메모리 업황이 동시에 강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런 비정상적 호황은 언제든 정상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울트라 슈퍼사이클은 현재의 강도를 설명하는 표현이지, 장기 낙관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를 가정하고 있으며, 변수에 따라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지금은 너무 좋고, 그렇기 때문에 시장은 오히려 이후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코스피에 비해 코스닥은 변동성이 훨씬 심합니다. 문제가 뭘까요.
“냉정하게 평가하면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약한 편입니다. 실제 코스닥의 시가총액은 600조 원을 넘지만, 이익 규모는 작아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보면 90~100배 수준에 가까워 저평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코스닥이 기대감 중심 시장이라는 점은 맞습니다. 원래 실적보다는 성장 스토리와 미래 가치로 움직이는 성격이 강합니다. 다만 지금은 기대감을 제외하면 이를 뒷받침할 요소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실적이 약하고, 금리와 환율 등 외부 변수도 불안해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개선을 위해서는 금리와 환율 안정, 그리고 실적 회복이 필요합니다. 기대감은 이미 존재하므로, 그것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와야 합니다. 현재는 그 연결이 약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최근 정부의 코스닥 시장 구조 개편,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방향 자체는 맞다고 봅니다. 시장은 결국 투자자를 위한 곳이고, 투자자가 혜택을 얻으려면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상장된 기업의 질이 좋아야 하고, 다른 하나는 그 기업에 대한 설명이 충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가 부족하면 시장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실하거나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업들이 과도한 거래만 유발하는 구조는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퇴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자신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문화도 함께 자리 잡아야 합니다. 미국은 대부분의 상장사가 실적 발표와 함께 콘퍼런스콜을 통해 실적과 전망을 설명하지만, 한국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이런 기업설명회(IR) 문화가 약한 편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최소한의 공시에 그치다 보니 투자자 신뢰가 낮아집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설명할 내용이 부족한 경우, 다른 하나는 IR에 필요한 비용과 인프라 부담입니다. 따라서 정책 방향이 맞더라도, 단순한 퇴출을 넘어서 유망 기업이 시장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 구축이 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상대적으로 좋게 보는 업종 세 가지를 꼽아주신다면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반도체입니다. 현재 업황이 매우 강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까지 기회가 확산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방산입니다. 전쟁이 구조적 이슈라면 군비 확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는 조선입니다. 물류와 안보 측면에서 해양의 중요성이 커지며 단순 경기 업종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반도체 소부장은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하며,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는 무엇입니까.
“핵심은 기술 변화입니다. 국내 기업만 보지 말고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나타나는 흐름을 봐야 합니다. 최근에는 첨단 패키징, 후공정, 테스트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고, 광네트워크 역시 중요한 변화 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이 흐름이 더 분명해집니다. 일본 기업 어드반테스트는 후공정·테스트 기업의 위상이 크게 올라가며 밸류 재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에서도 한미반도체, 리노공업 등이 상위권에 올라온 것은 같은 맥락입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광네트워크와 AI 관련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소부장 투자는 ‘반도체니까 다 좋다’가 아니라, 기술의 무게중심과 밸류 이동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글로벌 기준에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흐름이 최근 AI 투자 열풍과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AI를 둘러싼 과열 논란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저는 설명회 마지막에 과거 버블 사례를 자주 붙입니다. 튤립, 사우스시, 철도, 전기 버블 등이죠. 중요한 건 ‘기술이 거품이었다’는 결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철도와 전기는 실제로 세상을 바꿨습니다. AI도 마찬가지로 실체가 있는 혁명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자금입니다. 버블은 대개 금융에서 발생합니다. 과거에도 세상을 바꾼다, 인프라 투자다, 이번엔 다르다는 표현이 반복됐습니다. 지금 AI도 비슷합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 있지만, 그럴수록 금융을 경계해야 합니다.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고, 레버리지가 늘고, 시장이 한 방향으로 확신할 때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립니다. 역사적으로도 금리 상승이나 자금 환경 악화가 버블 붕괴의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AI의 펀더멘털과 함께 금리와 통화 정책을 반드시 같이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AI 투자 붐에서도 금리가 핵심 변수라는 뜻이군요.
“맞습니다. 시장은 AI 성장성을 거의 상식처럼 받아들이고 있고, 방향 자체는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투자 규모를 보면 자금조달과 현금흐름 문제가 뒤따릅니다. 금리가 낮을 때는 공격적 투자에 프리미엄이 붙지만, 금리가 오래 높거나 인하가 지연되면 평가가 달라집니다. 같은 투자라도 시장의 시각이 바뀌는 것이죠. 따라서 AI니까 무조건 좋다는 접근은 위험합니다. 산업과 함께 금융 환경을 같이 봐야 합니다. 금리는 밸류에이션, 투자 속도, 심리를 모두 바꿀 수 있는 변수입니다.”
그렇다면 금리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미국 기준으로 1회 정도 인하 가능성을 보지만, 확률은 낮아졌습니다. 유럽도 기존 경로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쟁, 유가,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금리를 따로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시장의 가장 큰 전제는 결국 ‘세계 질서의 안정’입니다. 전쟁이 불안정하면 모든 전망의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물류와 글로벌 질서가 흔들리면 금리, 성장, 실적 전망도 모두 수정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금리 숫자 자체보다, 그 배경이 되는 세계 환경이 안정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