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동전주 내쫓고 연기금 등 ‘큰손’ 부른다

정초원 2026. 5.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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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좀비기업 퇴출, 기관투자가 유입, 시장 세분화 등 코스닥 체질 개선을 위한 종합 처방을 꺼내들었다. 단기 부양이 아닌 구조적 개혁을 통해 코스닥을 명실상부한 혁신 성장 플랫폼으로 재건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커버스토리] 코스닥 레벨업

지난 2025년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등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상장 심사와 폐지 기준도 전면 재설계 등 코스닥 활성화 계획을 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코스닥의 경우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을 과감히 퇴출하지 않아 시장 전체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시장의 대형주는 코스피로 떠나는 상황에서 다수의 좀비기업은 남아 있으니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형국이 지속됐다. 

이에 정부는 부실기업을 퇴출하는 쪽으로 칼을 빼들었다. 일단 시가총액 요건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 개정을 거쳐 올해 1월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이 4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한 차례 강화됐는데, 이 기준이 오는 7월에는 200억 원, 2027년에는 300억 원으로 추가 상향된다.  

일시적 주가 띄우기를 통한 상장폐지 회피를 막기 위해 세부 적용 기준과 시장 감시도 강화한다. 앞으로는 관리 종목에 지정된 후 90거래일 이내에 45거래일 연속으로 시가총액 기준을 상회하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된다.

좀비기업의 과감한 퇴출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도 신설한다. 동전주는 높은 주가 변동성 및 낮은 시가총액 등의 특성이 있는 데다 주가 조작의 대상으로 악용되기 쉽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에도 주가가 1달러 미만인 이른바 페니 스톡(저가주) 관련 상장폐지 요건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는 상장폐지 대상에 들어간다. 액면 병합을 통한 손쉬운 우회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병합 후 액면가 미만’인 경우에도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한다. 예를 들어 액면가 500원, 주가 300원인 기업이 동전주 상폐 요건 회피를 위해 액면가 2000원으로 병합(주가 1200원)해도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완전자본잠식 요건과 공시 위반 요건도 강화된다. 사업연도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인 경우만 상장폐지 요건으로 규정했던 과거와 달리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인 경우도 요건으로 확대한다. 다만 반기 기준으로는 기업의 계속성에 대한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를 최종 결정한다. 

공시 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도 기존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5점 누적’을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0점 누적’으로 하향 조정한다. 만약 중대하고 고의적 공시 위반으로 판단되면 한 번만 위반해도 상장폐지 대상 범위에 포함한다. 

지난 4월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사진=한국경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진입 유도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기금 등 안정적인 기관투자가의 진입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기금, 고용보험기금, 산재보험기금 등 67개 기금의 중장기 자산 1183조 원(2024년 기준) 가운데 벤처 투자로 흘러간 금액은 3조1000억 원(0.3%) 수준에 불과하다. 또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액은 같은 기간 5조8000억 원 규모로, 전체 국내 주식 투자의 3.7%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평가 체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2026년 기금 자산 운용 기본 방향’에 따르면 그동안 코스피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연기금 평가 기준에 코스닥 지수를 반영한다. 기금평가 기준수익률(벤치마크)에 코스닥 지수를 5% 혼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기금 운용 평가 기준 수익률이 ‘코스피 100%’에서 ‘코스피 95%+코스닥 5%’로 변경된다. 기관에 코스닥 투자를 강제한다기보다는, 성과 평가 기준을 조정해 우회적인 투자 독려에 나서는 모양새다.  

벤처 투자에 대한 가점도 기존 0~1점에서 0~2점으로 확대한다. 가점 최소 기준 금액의 경우 대규모 기금이 2조 원에서 3조 원, 대형 기금이 1000억 원에서 1500억 원으로 올라간다. 기관들이 자연스럽게 혁신 기업에 투자하도록 만드는 유인책이다.

세제 혜택으로 기관 투자 진입을 촉진하는 정책도 내놨다. 코스닥 시장의 핵심 기관투자가인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해서는 기존 3000만 원의 세제 혜택 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새롭게 시행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의 세제 혜택도 신설될 예정이다. 또 대형 투자은행(IB)의 모험자본 공급의무 이행 실적에 코스닥벤처펀드와 BDC 투자를 인정해, 투자 수요를 확충하는 방안도 나왔다. 최근 종합투자계좌(IMA),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5개 대형 IB의 자체 사업 계획에 따르면 2028년까지 코스닥벤처펀드와 BDC에 1조2000억 원 내외의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스닥 시장, 승강형 세그먼트로 나눈다

코스닥 시장은 성숙 기업에서 초기 성장 기업 등이 한데 섞여 있어 ‘우량 기술주 시장’이라는 본연의 정체성이 약화하는 측면이 있었다. 편차가 큰 기업들이 하나의 시장에 묶여 있는 탓에 시장의 전체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는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등 과거 코스닥 시장을 대표하던 우량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게 되는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코스닥 시장을 승강형 세그먼트로 나눠 역동성과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시가총액 상위에 속하는 대형 기업은 ‘프리미엄’, 코스닥 일반 스케일업 기업은 ‘스탠다드’로 나누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 외 상장폐지가 우려된다거나, 거래 위험으로 격리가 필요한 부실기업은 ‘관리군’으로 구분해 별도 관리한다. 

상위 세그먼트에 진입할 요건이 충족된 기업은 승격해주고, 이미 상위 세그먼트에 소속됐다고 하더라도 요건을 미충족하면 강등되는 구조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으로 코스닥 각 세그먼트의 진입·유지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시 제도도 각 세그먼트의 특성에 맞게 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세그먼트는 ‘자율과 책임’이라는 특성 아래 수시 공시 항목을 축소하고, 지배구조 보고서와 영문 공시를 도입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스탠다드 세그먼트는 ‘성장과 신뢰’를 모토로 실적 전망, 잠정 실적, 성장 계획 등의 공시를 확대하고 기업설명회(IR)를 정례화할 전망이다.

또 금융당국은 프리미엄 세그먼트 내 최상위 대표 기업 중심 지수를 개발하고 연계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관 투자 기반을 더 확대할 수 있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이 성숙 기업에서 초기 성장 기업까지 모두 섞여 있어 ‘우량 기술주 시장’이라는 본연의 정체성이 약화된 것이 코스닥 승강제 도입의 주된 이유로 꼽혔다”며 “기업들의 경쟁 유도를 통한 질적 수준 개선과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기대된다. 특히 단순 자금 투입에 의한 단기 부양책이 아닌 구조적 변화를 통한 지속 가능 정책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거래소 내 코스닥본부 독립성 강화

코스닥 시장이 혁신 기업의 성장 플랫폼으로 거듭나도록 한국거래소 내 코스닥본부의 독립성과 자율성도 강화한다. 특히 혁신성, 시장 신뢰 제고 등 업무 난이도가 높은 코스닥본부의 특성을 고려해, 타 본부 사업과 분리한 독립평가(book in book)를 실행하고 별도 인센티브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혁신 기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상장을 위해서는 기술의 개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심사 기준이 필요하다. 앞서 정부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한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을 전면 도입했다. 2019년 바이오 산업에 이어 지난해 말 인공지능(AI), 에너지(ESS·신재생), 우주 산업 등 3개 산업의 맞춤형 기술 심사 기준을 우선 마련한 바 있다. 올해도 성장 잠재력, 국내 기업 밸류체인 등을 고려해 대상 기업을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 2025년 11월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금융산업위원회 제44차 전체회의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다변화되고 있는 흐름을 고려해, 기술 심사의 전문성도 강화한다. 한국거래소가 기술 자문을 위한 전문가 회의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전문 인력 풀이 일회성으로 운영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는 세부 기술 분야별로 자문역을 임명할 예정이다. 자문역은 AI(10명), 우주(10명), ESS(5명), 신재생에너지(5명), 바이오(10명), 기타 IT·로봇·소재(20명) 등 총 60인 내외로 구성해 효율적인 상장 심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코스닥 종목의 리서치 보고서 발간이 코스피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도 오랜 문제점으로 꼽힌다. 2024년 증권사 기업보고서 발행 현황을 보면 코스피는 2만221건인 데 비해, 코스닥은 6874건으로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펀드 운용역 입장에서도 증권사 보고서조차 없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이에 정부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코스닥 리서치 보고서 확대를 추진한다. 코스닥 기업 투자 정보가 확대되면 투자 수요도 촉진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