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체험기] '3,000원의 행복' 한강버스를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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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버스, 직접 타봤다
[우먼센스] 한강버스가 나들이 계절을 맞아 화제의 중심에 섰다. 4월 한 달 동안 누적 탑승객은 7만 명을 넘어서며 운항 이래 월간 최다 기록을 뛰어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4월 마지막 주말(25~26일) 이틀 동안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한강버스에 올랐다.
한강버스는 지난해 9월 첫 운항을 시작했으나 잦은 고장 등으로 열흘 만에 운항을 중단했다. 같은 해 11월 운항을 재개했으나 보름 만에 바닥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서 마곡~여의도 구간만 운영해 왔다. 안전 점검을 마치고 올해 3월 전 구간 운항을 재개한 뒤로 이용객이 꾸준히 늘었다.
한강버스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한강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운영 방식과 안전성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직접 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 기자가 한강버스에 직접 타봤다.

역에서 선착장까지 4분, 번호표 한 장 받기까지 1시간
노동절인 5월의 첫날, 오후 3시 한강버스로 향했다. 출발지는 7개 선착장 가운데 이용객이 가장 많다는 여의도 선착장으로, 잠실 선착장까지 왕복하며 한강의 오후와 해질녘, 야경을 차례로 담을 계획이었다.
여의나루역에서 선착장으로 향하며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봤다. 대표적인 궁금증은 지하철역에서 선착장까지의 접근성이었다.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서 여의도 한강버스 선착장까지 평균 성인 여자 보폭 기준으로 4분 45초가 걸렸다. 뚝섬·옥수 선착장 역시 가장 가까운 역에서 도보로 각각 3분, 5분 남짓 소요됐다. 다만 마곡(도보 12분), 망원(도보 27분), 압구정(도보 22분)은 지하철 역에서 도보로 이동하기엔 거리가 멀어 전용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여의도 선착장이 있는 한강공원에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데이트 중인 연인, 어린 자녀의 손을 잡은 젊은 부부, 나들이에 나선 노부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있었다. 선착장 주변에는 탑승을 기다리는 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선착장 내부에도 사람이 몰린 듯 해 보였다. 자칫 배를 놓칠세라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내부로 들어서자 풍경은 단번에 바뀌었다. 번호표를 받으려는 줄과 탑승을 기다리는 줄이 뒤엉켜 북새통이었다. "잠실행 아닙니다. 마곡행이에요"라는 안내요원의 외침이 사방에서 들렸고, 어르신들은 "여기가 어떤 줄이야?"라며 두리번거렸다.
선착장 입구에서 종이 번호표를 배부받았다. 한강버스는 사전 예약 없이 약 190명의 정원이 교통카드를 이용해 탑승할 수 있지만, 관광객이 모이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인파가 몰려 번호표를 배부해 번호 순서대로 탑승한다. 번호표는 직전 항차 출발 직후부터 배부되므로, 17시 5분 항차를 노린다면 늦어도 16시 5분에는 도착해야 한다.
종점인 마곡·잠실이 아닌 망원·옥수·압구정·뚝섬에서는 승객이 내린 만큼의 인원만 탑승이 가능하다. 대기 줄에서는 "왜 예약제로 운영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안내 직원은 "현행 시스템상 어렵다"고 답했다. 한강버스가 시내버스·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으로 분류되어 승객의 하차 지점을 파악할 수 없고 도중에 행선지를 바꾸는 경우도 잦기 때문이다. 안내 직원은 "휴게소 한 곳만 들르는 고속버스와 다르다"며 "목적지가 제각각인 대중교통은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후 3시에 도착해 오후 5시 13분에 선실로 들어설 수 있었다. 내부는 넓고 깨끗했고 좌석은 선수 쪽과 중앙 좌석으로 나뉘어 있었다. 좌석마다 간이 테이블이 있어 다과를 올려둘 수 있는 형태로 일반 여객선과 비슷했다. 객실 양쪽으로 난 파노라마 통창 너머로 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객실 한편에는 휠체어석 4석과 교통약자 배려석 12석이 별도로 지정돼 있었고, 좌석 아래엔 비상 상황에 대비한 구명조끼와 소화기, 구조장비가 비치돼있었다. 화장실은 위생적으로 관리돼 있었다. 자전거를 가지고 탑승하면 선박 외부 거치대에 보관하면 된다. 한 번에 최대 20대까지 실을 수 있으며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전기자전거는 제외된다. 반려동물은 전용 이동장을 갖추면 동반 탑승할 수 있다.

한강 한 가운데서 갑판이 열리는 순간
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속 22㎞ 안팎의 속도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한강버스는 풍경을 즐기기에 적당한 속도였다.
한강버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갑판 위에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운항 도중 갑판이 개방되면 한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다. 단, 좌석 앞에 부착된 QR코드로 승선 신고를 마쳐야 갑판에 출입할수 있다. 함께 비치된 운항 주의사항과 한강버스 가이드 QR코드를 미리 확인할 것.
갑판이 열리자 승객들은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갑판에 오르자 상쾌한 강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멀리서 바라봤던 한강의 한가운데 서보는 경험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손에 담길 듯 작아진 여의도의 빌딩들을 바라보면서 잠시 일상을 벗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 가족과 연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나, 타이타닉 포즈 한다?" "올라왔는데 하고 가야지" 농담을 주고받으며 포즈를 취하는 연인, 더 좋은 자리를 찾아 손짓하는 가족, 서로 번갈아 카메라를 들어주는 친구들까지. 갑판은 한강의 풍경을 배경 삼아 셔터를 누르는 승객들로 분주했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사는 60대 A씨는 마곡에서 출발해 여의도에서 환승, 잠실까지 향하는 노선을 직접 체험한 뒤 "유람선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강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유람선은 따로 예약하고 시간에 맞춰야 하지만 한강버스는 내 시간에 맞추면 되니 탑승에 부담이 없어 좋아요"고 말했다.
망원동에서 데이트를 나온 20대 커플은 SNS를 통해 한강버스를 알았다며 "의외로 속도가 빨라서 놀랐어요. 이동 수단으로도 괜찮을 것 같아요"라며 "3,000원에 한강 위에서 노을을 볼 수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만족스러워요"라고 답했다.
반면 교통수단으로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동작구 대방동에서 온 50대 B씨는 "운행 시간표가 의미 없을 정도로 운행시간이 들쭉날쭉하다. 교통수단으로서는 아직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이 빚은 선물


잠실 선착장에 도착할 즈음, 해가 강 너머로 기울고 있었다. 서쪽 하늘에 노을이 지는 동안 한강 수면은 금가루를 흩뿌려놓은 듯 반짝였다. 성수대교 너머로 떨어지는 햇살은 강변의 빌딩 유리에 부딪혀 번뜩이다 사그라들었고, 산책로를 따라 걷는 시민들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졌다. 일상을 잊게 하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이어 여의도행 막차 시간을 확인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운항 종료였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할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고 한강 라면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잠실 선착장 1층에는 한강버스 전용 라면 조리기가 있어 야외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따뜻한 국물을 들이켤 수 있다. 2층 BBQ매장을 찾으면 실내에서 라면을 먹을 수 있다.
한강버스는 선착장마다 부대시설의 개성이 다르다. 잠실, 압구정, 여의도 선척장에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치킨매장이 있다. 부대시설 중 인상적인 공간은 루프탑. 한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경관 자체가 일품이었다. 노을이 사그라든 자리에 푸른 어둠이 차오르는 풍경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단숨에 녹였다.


다음 날 오후 8시, 야경을 보기 위해 같은 항로에 다시 올랐다. 압구정 선착장에서 출발할 무렵 쪽빛이던 하늘은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에 닿기 전에 빠르게 검게 가라앉았다.
성수대교에 다다르자 다리 조명이 강물 위로 폭넓게 반사돼 황금색 띠를 만들었다. 갑판 위의 분위기는 낮과 달랐다. 단체로 탑승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쪽 난간에 서서 스마트폰으로 강 건너편을 담았다. 안내방송은 한국어로 송출됐지만, 외국인 승객의 비중은 낮 시간대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잠실이 가까워지자 풍경은 바뀌었다. 롯데월드타워가 금빛 조명을 두른 채 밤하늘에 길게 솟아 있었고, 잠실 일대 고층 아파트 단지의 노랑, 청록, 빨간색 네온이 옆으로 길게 이어졌다. 도심의 조명 하나하나가 수면 위로 반사되며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었다.
한강버스, 영국 템스강 리버버스가 될까?

출범 9개월 차, 한강버스는 런던 템스강과 시드니 항만의 리버버스가 될 수 있을까? 런던 템스강과 시드니 항만의 리버버스는 노선을 다양화하고 직장인과 관광객을 한 배에 태우며 일상에 스며들었다. 런던은 25년에 걸쳐 통근용·관광용·소형 선박을 분리해 운영하는 전략을 세웠고, 시드니는 페리·기차·버스를 모두 탈 수 있는 오팔 카드를 내놨다.
한강버스가 가야 할 길도 이 지점에 있다. 이동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노선을 확대하고 선박을 확충해야 한다. 즉, 대체 교통수단으로서 역할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통근 수요만으로는 수익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광객을 끌어들여 수익 고조를 만들어야 하며, 광고·F&B를 통한 수익원 창출 또한 필요하다. 한강버스는 수상 교통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
정주원 기자 jungjuwon05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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