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끝났지만 갈등은 여전…삼성바이오 노사, 신뢰 균열에 CDMO 경쟁력 시험대

임태균 기자 2026. 5. 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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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노사정 재협상 예정…준법투쟁·소송전 속 생산 안정성 우려 확대
항암제·바이오시밀러 납기 변수 부상…“글로벌 공급 신뢰도 관리가 핵심”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둘러싸고 다시 충돌하면서 갈등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면 파업은 일단 종료됐지만 준법투쟁과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단순 노사 분규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의 공급 안정성과 대외 신뢰도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약사공론DB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오는 8일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노사정 3자 협의체에서 다시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6일 오후 3시 예정됐던 노사 대표교섭위원 간 1대1 면담은 결국 열리지 못했다.

회사 측은 면담 전날 진행된 노사 간 통화 내용과 녹취 일부가 외부에 공개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신뢰 기반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사측 태도 변화가 없다는 점을 조합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일부 내용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노사 신뢰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전면 파업 종료 직후 어렵게 마련된 첫 대화 자리마저 무산되면서 갈등 봉합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양측의 입장 차는 상당하다. 노조는 기본급 14.3% 인상과 350만원 정액 인상, 1인당 3000만원 규모의 타결금 지급, 영업이익의 20% 수준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임원 임면 통지, 성과배분 및 인력배치 과정에서의 노조 의결 참여, 회사 분할 및 외주화 추진 시 노조 심의·의결 권한 부여 등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 측은 이러한 요구안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기본급과 성과급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인건비 부담 증가뿐 아니라 경영 안정성과 투자 여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부 요구사항은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도 회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으로 꼽힌다.

노사 갈등은 이미 생산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지난달 28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전면 파업을 진행했다. 이후 6일부터는 현장에 복귀했지만 연장근무와 휴일근무를 거부하는 방식의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 특성상 추가 근무 제한이 생산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라인은 24시간 연속 가동 체계로 운영되며, 긴급 상황 대응과 일정 조정을 위해 잔업·특근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업계에서는 준법투쟁이 장기화될 경우 납기 대응과 지연 공정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일부 항암제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생산에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현재까지 손실 규모를 약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쟁의행위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생산 차질 범위와 대체 인력 투입, 향후 일정 조정 여부에 따라 실제 손실 규모는 달라질 수 있어 확정 손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업계가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CDMO 시장 핵심 기업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1~5공장과 미국 록빌 공장을 포함해 총 84만5000L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조2570억원, 영업이익 5810억원을 기록했고 누적 수주액은 214억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글로벌 CDMO 시장에서는 단순 생산설비 규모보다 공급 안정성과 납기 준수 능력이 더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컨설팅 기업 알리라헬스(Alira Health)는 지난 4월 공개한 '2026 바이올로직스 CDMO 퍼블릭 마켓 업데이트(2026 Biologics CDMO Public Market Update)'에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시장이 설비 확대 중심에서 안정적 생산과 상업 공급 신뢰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증권업계에서는 노조 이슈가 수주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으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생산 지연이 고객사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과 연결될 경우 장기적인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특정 고객사의 계약 이탈이나 공급 중단이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다만 공개된 계약 기준으로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암 항체의약품,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등 글로벌 주요 품목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BMS(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와는 상업용 항암 항체의약품 원료의약품 생산 계약을 확대했고, 화이자(Pfizer)와는 항암·염증·면역질환 분야 바이오시밀러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영국 제약사 GSK의 루푸스 치료제 벤리스타(Benlysta) 생산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계약 대상 품목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의 핵심이 단기 매출 손실 규모 자체보다 생산 일정 관리와 글로벌 고객 대응 능력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생산은 단순 제조업과 달리 연속 공정과 품질관리 비중이 절대적인 산업"이라며 "노사 갈등 장기화는 결국 생산 안정성과 공급 신뢰도에 대한 시장 우려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회사는 파업 기간 중 생산 현장에 출입해 공정을 감시하며 조업을 방해한 노조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회사 측은 비인가 인원의 생산 현장 활동이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및 표준작업지침서(SOP) 기반 안전관리 체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에 대해 안전 작업과 노조 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적법한 조합활동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사 갈등이 준법투쟁을 넘어 소송전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8일 예정된 노사정 협상이 향후 갈등 장기화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