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분만 책임으로 단정 안 돼…국가 보상체계 전환 필요”
산부인과학계 “다인자 질환 고려한 상생형 보상제도 시급”

더불어민주당 소병훈(보건복지위원장)·서미화 의원 공동 주체로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분만과 뇌성마비: 의학적 사실과 상생 보상제도 국회 토론회'에서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문가들이 최신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뇌성마비 원인에 대한 재정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날 고대의대 산부인과 설현주 교수는 "뇌성마비의 상당수는 분만 과정이 아니라 임신 중 이미 형성된 요인에서 비롯된다"며 기존 책임 구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설 교수에 따르면 전체 뇌성마비의 약 70~80%는 임신 기간 중 태아 뇌 발달 이상, 유전·대사질환, 감염 등 산전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분만 중 저산소증과 직접 연관된 경우는 10~14% 수준에 불과하다.
그는 "원인 미상의 뇌성마비를 모두 분만 과정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의학적 근거와 맞지 않는다"며 "다인자적 관점에서 원인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최근 유전체 분석 연구에서는 기존 원인 미상으로 분류되던 뇌성마비의 약 25~30%에서 유전자 이상이 확인되며, 질환의 개념 자체가 '분만 사고'에서 '신경발달질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분만 과정에서 핵심 감시 수단으로 활용되는 전자태아심박동 모니터링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설현주 교수는 "태아 심박동 이상 소견은 전체 분만의 약 80% 이상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고 위양성이 높다"며 "이 소견만으로 뇌성마비를 예측하거나 의료 과실을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0년 전 연구에서도 심각한 이상 소견을 보인 사례 중 실제 뇌성마비로 이어진 경우는 0.2% 수준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연세의대 소아청소년과 이순민 교수는 신생아 예후 분석 발표를 통해 분만 과정만으로 뇌성마비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이순민 교수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뇌성마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대동맥 pH가 매우 낮은 경우에도 실제 뇌성마비 발생은 4~5%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의학적으로 예방 가능한 뇌성마비는 전체의 약 15% 수준에 불과하다"며 "현대 의학으로는 발생 시점과 위험을 완전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의료사고 보상체계 구조적 전환 필요
아울러 뇌성마비가 산전·분만·출생 후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의료사고 보상체계 역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의학계의 의견도 나왔다.
현재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제도는 최대 3억원 한도로 운영되고 있으나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소송 중심 구조와 책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산부인과학계는 일본·대만 사례처럼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는 '상생형 보상체계'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
설현주 교수는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을 모두 의료 과실로 귀속시키는 현재 구조는 분만 인프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환자 보호와 의료진 안전을 동시에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역시 이순민 교수도 "뇌성마비는 단일 원인이 아닌 다인자 질환"이라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 보상과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