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대안학교 학생들, 미국을 울렸다…보스턴독립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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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명·19)군은 다섯살 때 아빠·엄마와 함께 북한을 탈출했다. 형은 북한에 남았다. 네 가족이 한꺼번에 탈출하면 북한 당국에 적발될 우려가 있어서였다. 이후 아빠·엄마가 형을 탈북시키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박군은 일반 중학교 적응이 힘들어 2020년 기숙사를 갖춘 부산 강서구 장대현중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학업에 몰두했다. 지난겨울 5개 대학에 합격했고 올해 3월 수도권 대학에 입학했다.

장대현중고등학교는 2014년 탈북 학생 대안학교로 개교했는데, 당시 이름은 장대현학교였다. 부산시교육청이 잘 짜인 교육 프로그램과 기숙사 등을 높이 평가해 2014년과 2016년에 각각 중학교·고등학교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했다. 2022년에는 첫 부산 사립대안학교(각종학교) 인가를 받았다. 교명을 장대현중고등학교로 바꿔 2023년 3월 다시 개교했다. 이제는 ‘장대현중고등학교’가 새겨진 졸업장을 준다. 학력을 인정받는 탈북 학생 대안학교는 전국에 장대현중고등학교 등 네곳뿐이다.
장대현중고등학교 학생 20여명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지난달 25일 미국 보스턴독립영화제에서 ‘스쿨 포 디펙터스’(School For Defectors)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였다. ‘탈북자들을 위한 학교’로 번역되는 이 영화는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부모를 따라 북한을 탈출했거나, 부모가 남한 또는 중국에 정착하면서 태어난 청소년들이 정체성을 찾으면서 꿈을 찾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하이라이트는 박군과 북한에 사는 형의 대화다. 10년 전쯤 실제 통화한 것을 녹음한 것으로, 생이별한 어린 형제가 서로를 염려하는 대화를 이어가자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93분 동안 영화를 본 관객들은 10점 만점에 8.5점을 줬다. 영화는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24회째인 보스턴독립영화제에는 해마다 1200편이 출품되고, 영화제 기간에 90~100편만 상영된다.
‘스쿨 포 디펙터스’는 오스카상 후보에 세차례 오른 미국 영화감독 제러미 워크먼이 감독했다.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때 주한미국대사관 주선으로 장대현중고등학교를 방문한 게 제작 계기였다. 워크먼 감독은 임창호 장대현중고등학교 교장의 브리핑을 듣고선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24년 3월 투자자 미팅에서 제작 결정을 했다고 임 교장한테 알려왔다. 워크먼 감독과 협력한 한국 촬영팀 7명이 1년6개월 동안 장대현중고등학교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촬영을 했다. 워크먼 감독도 장대현중고등학교를 여러 번 찾아 제작을 지휘했다.

임 교장은 “난민과 다문화, 깨진 가족이 많은 시대에 아픔을 잘 견디고 무럭무럭 성장하는 탈북 학생들 모습을 심사위원과 관객이 좋게 평가한 것 같다. 하반기에 미국 등지에서 상영될 거라고 하는데 흥행 여부를 떠나 남북문제와 탈북 학생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선임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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