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 운동화, 새벽 러닝 크루…지속 가능한 운동의 비밀 [과학적, 내 몸 사용 설명서]
편집자주
환자를 고치는 게 의학이라면 건강한 내 몸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스포츠과학의 몫이다. 스포츠과학 전문가들이 평범한 시민들이 일상에서 건강을 지켜내는 방법을 격주 연재로 제시한다.
운동, '목표' 아닌 '일상'이 돼야
'유혹 묶기', '시각적 신호' 방식
개인 기질에 맞는 선택도 필요

#. A는 필자의 친구다. 활동적이고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결혼과 육아로 바빠지면서 운동을 그만뒀고, 몇 년이 지나자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다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며 러닝을 시작했고 가벼운 마음으로 반복해 나갔다. 그리고 첫 5㎞ 마라톤 완주라는 작은 성취를 경험했다. 꾸준한 운동의 '결과'였던 그 경험은 지금도 그를 아이들과 함께 뛰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 MBTI가 때로는 운동 효과를 높이는 기제가 될 수 있다. 외향적(E) 기질이 높다면, 러닝 크루에 가입하거나 소셜 미디어로 운동 목표와 결과를 공유하는 게 좋다. 반면, 내향적(I)이라면 북적이는 커뮤니티는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장벽이 될 수 있다.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홈트레이닝 공간을 꾸미거나, 혼자 운동 기록만 체크하는 독립적 트래킹 앱이 유리하다. 새벽이나 늦은 밤을 나만의 운동 시간으로 고정하는 것도 소위 'I'들에게 맞는 환경 설정일 수 있다.
왜 어떤 사람은 운동을 계속하고, 어떤 사람은 멈출까? 건강, 체중, 수명 등 운동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고 명확한데도 많은 사람들은 시작조차 못 하고 시작해도 오래가지 못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히 운동을 한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저 사람은 의지가 정말 강하네." 그런데 스포츠 과학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운동을 오래 계속하는 사람들은 의지가 강한 게 아니라, 운동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앞서 소개한 A의 경험은 특별한 사람만 맞이하는 게 아니다. 외적 동기를 넘어 운동 자체를 즐기게 되면 지속성은 저절로 따라온다. "살을 빼야 한다" "건강해야 한다" 등 운동의 외적 동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외적 동기는 시작을 도울 수 있어도 지속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운동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더 이상 자신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행동이 따라온다.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선 내적 동기가 필요하고, 그 핵심은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미의 힘'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어떤 운동 지도자들은 운동 중 긍정적인 감정을 촉진하도록 지도했고, 반면 다른 지도자들은 표준 운동 지침만 따랐다. 결과는 명확했다. 운동 중 느끼는 즐거움이 증가할수록, 그 운동을 계속할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움직임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사실 처음엔 모든 운동이 대부분 힘들고 재미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적응하고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 그 순간 생기는 것이 유능감 즉, "내가 할 수 있다."는 감각이다. 거기에 자신이 선택했다는 자율성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해진다. 그러면 운동은 더 이상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로 변한다. A가 가족과 함께한 5㎞ 완주 경험이 계속된 러닝의 힘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지속 가능하려면 처음에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해야 한다. 10분 걷기, 가벼운 스트레칭. 그렇게 시작된 행동이 반복되면서 부담이 줄어들고, 어느 순간부터는 하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해진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각자의 기질에 맞는 환경을 조정하는 것이다. 운동은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회적 행동이다. 외향적 기질이라면 혼자보다 친구와 함께하거나 커뮤니티에 속할 때 지속률이 훨씬 높다. 요즘의 러닝 앱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도 이런 환경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운동을 지속하는 비결은 특별하지 않다. 내게 맞는 방식으로, 조금씩, 즐겁게 반복하는 것이다. 즉, 자신을 알고 자신에게 맞는 동기 유발 요소를 찾아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 운동 수업료를 미리 결제해서 책임감을 느끼게 하거나, 헬스장 사물함에 미리 운동복을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좋아하는 드라마나 듣고 싶은 음악은 '러닝머신 위에서만' 즐길 수 있도록 스스로 규칙을 정해두거나(유혹 묶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발이 닿는 침대 밑에 러닝화를 놓아두는(시각적 신호) 방식도 훌륭한 방법이다.
이제, '나는 어떤 상태일까' 점검해보자. 나는 금전적 자극에 반응하는가? 친구와의 약속 같은 사회적 자극에 반응하는가? 나의 MBTI 성향처럼 내가 에너지를 얻는 방식은 외부의 사람들을 향해 있는가, 아니면 내면의 고요함을 향해 있는가?
답을 찾는 순간, 운동은 더 이상 목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일상이 된다.

조진경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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