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지능형 운영 체계'로 초격차 굳힌다 [기고]

올해 정부가 3,200억 원을 투입해 인공지능(AI) 기반·친환경 조선 산업 육성에 나선 것은 산업 구조 전환의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모처럼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는 국내 조선업은 동시에 경쟁 심화, 환경 규제 강화, 숙련 인력 부족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흐름에는 재정 투자뿐 아니라 제도적 기반과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AI 기본법'은 산업 현장의 AI 적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강화와 자율운항선박 논의는 사업 환경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즉, 자본, 정책, 기술이 맞물리면서 한국 조선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골든타임이 도래한 것이다.
조선업과 같은 자본 집약적 거대 산업에서 비효율은 주로 설계와 현장, 엔지니어링 단계 간 정보가 원활히 연결되지 않는 접점에서 발생한다. 설계 모델이 현장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현장 데이터가 엔지니어링 단계로 환류되지 않는 이른바 '사일로 현상'(silo effect)은 납기 지연과 품질 저하를 초래한다. 여기에 많은 조선소가 여전히 숙련공의 경험적 암묵지에 의존한다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 따라서 결국 경쟁력의 핵심은 이러한 지식과 데이터를 전 공정에서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개념이 '맥락 인식형 지능'이다. 이는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고, 단계별 공정을 통합 관리하며, 위기 상황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디지털 역량을 의미한다. 일례로 설계 변경이 감지되면 지능형 스케줄러가 공정 파급 효과를 즉각 시뮬레이션하고, 기상 상황과 설비 가동률을 분석해 작업 순서를 실시간으로 재조정하는 식이다. 즉, 분산된 데이터가 설계·건조·운영·보안 전 단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돕는 '통합 라이프사이클 인텔리전스'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은 이미 건설·EPC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입증되었다. 실시간 자재 추적과 공정 데이터 통합을 통해 공사 지연을 줄이고 일정 예측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사례는, 복잡한 공정이 이어지는 조선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데이터와 맥락의 통합이 의사결정의 정밀도를 높이고 운영 효율로 이어지는 만큼, 설계에서 생산·운영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지능형 운영 체계'로의 전환은 국내 조선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전략적 투자 과제다.
과거 국내 조선업이 전통적 철강 중심의 '규모의 경제'에 기반해 왔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맥락을 결합한 지능을 더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지능형 운영 체계를 얼마나 선제적으로 정착시키고, 현장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가 기업 간 격차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수진 옥타브 한국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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