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종목 200개, 내린 종목 679개… 7000 찍어도 80%는 남의 잔치

곽창렬 기자 2026. 5. 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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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도 ‘K자형 양극화’ 심화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7,000선을 돌파하며 장을 마친 6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6일 6.45% 폭등하며 ’코스피 7000′ 시대를 열었지만, 이날 코스피의 하락 종목(679개)은 상승 종목(200개)보다 3.4배나 많았다.

‘코스피 7000′이라는 주가 활황세가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쏠려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47%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이날 679개 종목이 하락했지만, 삼성전자(14.4%)와 SK하이닉스(10.6%)의 폭등세에 코스피 전체가 급등한 것 같은 ‘착시’를 부른 것이다. 중소형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은 이날 0.29% 하락했다.

/그래픽=양진경

이렇다 보니 “내 주식은 안 올랐다”며 탄식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달 말 이후 코스피가 12%가량 급등하는 동안 오른 종목은 전체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절반을 훌쩍 넘는 나머지 종목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와 마찬가지로 증시에서도 ‘K자형’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반도체 강세로 최고가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지만 중소형주와 코스닥 전반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코스피의 최고가 행진을 한국 경제 전반의 강세로 착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AI 호황에 올라탄 코스피, 외국인도 올라타

코스피가 단기간에 7000대로 올라선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다. 전 세계 AI(인공지능) 산업 팽창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칩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삭소뱅크는 “이란발 악재에도 AI 반도체 수요 등에 힘입어 한국의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해 7384.56으로 마감한 6일 오후 서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종가 7300선 마감을 기념하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6936.99)보다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에,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1213.74)보다 3.57포인트(0.29%) 하락한 1210.17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62.8원)보다 7.7원 내린 1455.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뉴시스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증시로 밀려들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56조8000억원가량 순매도(매수보다 매도가 많은 것)했는데, 지난달부터 ‘사자’로 돌아서면서 이날까지 7조1836억원가량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도 외국인은 3조1096억원가량 사들이며 코스피 급등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외국인이 국내 증권사 계좌를 직접 개설하지 않고도 현지 증권사 등을 통해 삼성전자 같은 국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 통합 계좌’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고 있는데, 이에 향후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더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이 AI산업 초기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코스피 1만 포인트 달성은 시간 문제”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업종별 상승률도 양극화

하지만 다수 종목은 소외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지난달 말 이후 이날까지 12% 오르는 동안 주가가 오른 종목은 전체 948개 중 215개(22.6%)에 불과하다. 나머지 733개는 주가가 내렸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피가 7,300선을 넘겨 7,384.56에 마감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6936.99)보다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1213.74)보다 3.57포인트(0.29%) 하락한 1210.17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62.8원)보다 7.7원 내린 1455.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공동취재) /뉴시스

업종별로도 희비가 크게 엇갈린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증권주들을 모아 지수화한 ‘KRX증권’은 이날 하루에만 12.9% 폭등했고, ‘KRX 정보기술’과 ‘KRX반도체’도 각각 7%, 6% 넘게 급등했다. 반면 ‘KRX방송통신’(-2.74%)·’KRX K콘텐츠’(-2.18%)·’KRX헬스케어’(-1.79%) 등 다수 업종은 하락세를 보였다.

주식 시장 상승세에 반도체 쏠림이 심한 만큼 우려도 나온다. LS증권은 삼성전자 이익 증가율 추세가 올해 2분기(4~6월)를 정점으로 둔화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연간 코스피 범위 하단을 6000으로 제시했다. 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단장은 “투자자 입장에선 특정 업종에 집중하기보다 다른 유망 종목에도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자칫 반도체 수퍼 사이클(초호황기)이 끝나면 주식시장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고 이는 다시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 경제 성장이 반도체 부문에만 집중되고, 내수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전통 제조업과 내수 기반 기업들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쏠림에 나타나는 주가라는 ‘가격표’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고용이라는 ‘성적표’도 함께 좋아질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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