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오늘 지방선거, 노동·보수 동반 참패 예상… 100년 양당제 무너지나

김지원 기자 2026. 5. 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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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당·웨일스당 등 돌풍 전망

영국에서 7일 잉글랜드 지방선거와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 웨일스 의회 선거가 열리는 가운데 노동당과 보수당이 모두 참패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100년 가까이 영국 정치를 양분해 온 두 거대 정당이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지지율 하락으로 동시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반(反)이민 등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킨 영국개혁당을 비롯해 녹색당, 자유민주당 등이 양대 정당의 의석 상당수를 빼앗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은 현대적 양당제의 원형이 탄생한 나라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다당제가 등장하면서 영국 현대 정치사의 분기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타머, 웃는 게 웃는 게 아냐 7일 영국 잉글랜드 지방선거와 스코틀랜드·웨일스 자치의회 선거를 앞두고 키어 스타머(오른쪽) 영국 총리가 지난 5일 런던 남부 올 세인츠 홀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AP 연합뉴스

◇거대 양당 모두 ‘빨간불’

선거의 최대 화두는 노동당 정권 심판이다. 중도좌파 성향 노동당은 2024년 7월 총선에서 압승하며 정권 탈환에 성공했지만, 이후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해 집권 2년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달 유고브 여론조사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는 70%에 달했다. 집권 한 달 차(43%)보다 2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겨울철 연료비 지원 삭감이 서민·고령층의 분노를 샀고, 고물가와 공공 서비스 마비 등 경제적 실책이 이어지며 지지층에서도 회의론이 확산했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 주재 대사로 임명된 피터 맨델슨 상원 의원이 미성년자 성 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사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노동당은 잉글랜드 전역의 지방의회 의석 2550석(전체 5066석) 중 70% 이상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텃밭’인 웨일스 자치의회 선거에서도 참패 전망이 커지고 있다. 5일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은 웨일스 민족주의 성향 웨일스당(플라이드 컴리)과 영국개혁당에 이어 3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웨일스당이 승리할 경우 노동당은 1999년 웨일스 자치의회 출범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을 내주게 된다.

제1 야당인 보수당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신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의 전국 지지율은 17~19%에 그쳤다. 노동당에 정권을 내준 2024년 총선 당시(23.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웨스트미들랜드 등 일부 지역에서는 군소 정당에도 밀려 4~5위로 추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티븐 피셔 옥스퍼드대 정치사회학 교수는 가디언에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에는 막대한 손실이, 노동당에는 전례 없는 손실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좌우 포퓰리즘 정당 득세

동반 추락하는 거대 양당의 반대편에서는 좌우를 막론하고 포퓰리즘 정당들이 기성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를 흡수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강경 우익 성향 영국개혁당(Reform UK)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기존 보수당 지지층은 물론, 노동당에 실망한 백인 노동자 계층까지 파고들며 현재 전국 정당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여론조사 결과 잉글랜드에서는 영국개혁당이 노동당·보수당의 기존 의석 1500석 이상을 빼앗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고, 스코틀랜드에서도 양당을 제치고 스코틀랜드국민당에 이어 원내 제2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웨일스에선 민족주의·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웨일스당이 노동당 일당 우위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는 웨일스당은 “중앙 정부에 더 이상 굽히지 않겠다”며 지역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진보 성향이 강한 런던 등 대도시에서도 ‘환경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녹색당과 중도 좌파 자유민주당이 노동당 이탈층을 흡수하며 의석을 대폭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영국의 양당제는 17세기 후반 제임스 2세의 왕위 계승 문제를 놓고 토리(보수당의 전신)와 휘그(자유당의 전신)가 갈라선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여야가 번갈아 집권하며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양당 체제가 정착했고, 이는 미국 등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 영향을 미치며 의회 정치의 대표적 모델이 됐다.

20세기 들어 노동계급이 정치 세력을 형성하면서 노동당이 자유당을 대체했고, 노동당과 보수당이 정권을 주고받는 현재의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양당이 참패하고 군소 정당의 의석 점유율이 크게 늘어날 경우 다당제 협치 체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조너선 통 리버풀대 정치학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영국이라는 국가의 미래가 도전에 직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스타머 퇴진론 불붙나

키어 스타머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집권 노동당을 이끄는 스타머 총리는 다음 총선이 열리는 2029년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는 이미 교체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 앤디 버넘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 등이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가디언은 “여론조사 결과가 현실화할 경우 스타머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현직 총리가 치른 지방선거 중 최악의 성적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총리의 리더십을 둘러싼 당내 압박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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