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43) 큰 나무 그림자-장티공원

한잠도 자지 못한 벚나무 비몽사몽
생명을 이어주려고 갖은 애를 썼지만
그 정성 외면하고 기력을 다한 나무
온기를 거부하고 호흡을 거두었다
만남 후 뒤따를 이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갑자기 떠났기에 애석하고 애석하다
빈 가지 볼 때마다 그 옛날 잊지 못해
이별의 눈물 한 방울 뿌리까지 적신다

무슨 의미를 두고 장티라고 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이다.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공원 안내도 모형이 아주 재미있다. 공원 입구는 네 군데로 표시되어 있고 안은 둥글다만 두 개의 원이 서로 붙어 있다. 언뜻 보면 서로 땅을 차지하기 위해 힘껏 당기는 모습 같기도 하고 신체의 장기를 떠올리게도 한다. 입구마다 연분홍의 타일과 흰 타일이 섞여 있어 봄 느낌을 더한다. 안내도가 있는 입구에서 보면 어린이 놀이시설이 가깝게 보인다. 여기는 모래가 깔려있지 않고 푹신한 소재로 바닥 처리를 해놓았다. 새로 생긴 어린이 시설에는 옛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다. 오른쪽으로 해서 한 바퀴를 도는 중에 고사한 작은 나무들이 보인다. 서로 군집해 있던 나무는 잎도 틔우지 못하고 결국 생명을 다했다.
홍가시나무는 어디에서 만나든 활기차고 정열적이다. 고사한 나무 옆에 있어 그런 느낌이 더 강하다. 벤치 옆에 있는 그 죽은 나무가 일부러 그렇게 된 것처럼 진갈색의 벤치 색과 동색을 이루고 있다. 둥그렇게 만든 화단에는 주된 식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야생초가 작은 키로 그 공간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수목을 식재할지 그대로 둘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키 큰 나무 몇 그루 심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가장자리 쪽에만 키 큰 나무가 있어도 되겠지만 잡초로만 여겨지는 야생초만 있으면 관리를 안 한다는 기분을 가지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버드나무 아래에서 시원한 기운을 느끼며 걸음을 옮기던 중 특이하게 생긴 소나무를 만났다. 아래쪽보다 위쪽의 가지 수가 더 많고 잎도 더 풍성했다. 그래서 가분수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각 입구에서 들어오면 좌우의 길로 나누어진다. 오른쪽으로 먼저 갈지 왼쪽으로 먼저 갈지 각자 선택하면 된다. 짙은 녹음 속에 자리한 홍가시나무는 푸름을 살짝 눌러주는 역할로 제격이었다. 잡초만 자리한 곳의 빈 화단을 채우는 검은 형체가 눈에 띈다. 큰 나무 그림자다. 그것은 둥근 화단 안에 길게 누워 있다. 빈 공간을 채우는 그림자가 또 하나의 그림이 되고 있어 잠깐 감상의 기회가 되었다. 나무 아래에 놓인 벤치는 볼 때마다 반갑다. 벤치 옆에는 으레, 나무가 있어야 비로소 풍경이 완성된다. 나무 없는 벤치는 생각하기도 싫고 벤치 없는 나무도 생각하기 싫은 게 공원의 생리일 것이다. 두 개의 파고라에는 손님이 한 명씩 앉아 있다. 학교를 파한 학생이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있는 듯하다. 나무들은 자신의 분신인 그림자를 곳곳에 앉힌다. 파고라 앞에도 나무 그림자가 함께 한다. 나도 그것의 앞쪽에 뒷그림자를 만들며 이곳을 나선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