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키운 아이돌… “목표는 빌보드 1위”

윤수정 기자 2026. 5. 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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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이 내놓은 보이그룹 ‘롱샷’ 등
현역가수들 잇따라 아이돌 키워
최근 조선일보 사옥에서 만난 보이그룹 롱샷이 자신들만의 손가락 인사법을 선보이고 있다. ‘큰 한방’이란 뜻을 담은 그룹명의 영문 철자를 본떠 만들었다. 왼쪽부터 멤버 루이, 률, 우진, 오율. /이태경 기자

“연습생이 되기 전부터 대표님의 노래 ‘솔로’가 최애곡(최고 애호곡)이었어요. 그런 분께 직접 지도를 받다니 정말 꿈만 같네요.”(롱샷 멤버 오율)

최근 조선일보 사옥에서 만난 4인조 보이그룹 ‘롱샷’은 그룹의 제작자이자 소속사 모어비전 대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였다. 오율(본명 권오율·20), 률(김률·20), 우진(정우진·18), 루이(임지호·16), 4인 멤버가 “최고의 멘토”라 지칭한 대표의 정체는 바로 가수 박재범. 2008년 보이그룹 2PM 멤버로 데뷔해 2010년 힙합 솔로 가수로 변신한 그는 지난 1월 롱샷이 데뷔하기까지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롱샷 리더 오율은 “18년 차 현역 선배 가수에게 ‘늘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을 듣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며 “준비 기간 대표님이 진행한 음악 토크쇼(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 녹화 현장을 견학하며 무대 감을 익혔다”고 했다.

데뷔곡 ‘문워킨’(Moonwalkin)을 비롯해 힙합을 주 장르로 삼는 ‘롱샷’의 음악에는 총괄프로듀서인 박재범의 색이 진하게 묻어난다. 멤버들은 “우리도 활동곡 전반의 작사·작곡에 직접 참여하는데, 대표님이 우리 음악관을 자유롭게 펼치도록 존중해주셔서 좋다”고 했다. 이들은 요즘 “국내 유명 힙합 레이블 ‘AOMG’의 설립자 박재범이 직접 발굴한 그룹답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최근 아이돌 출신 현역 가수들이 직접 제작자로 나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에도 유명 가수가 휴식기나 은퇴 후에 후배를 키우거나 곡을 써주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자신이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연습생 선출 단계부터 관여하며 후배 그룹을 양성하고 있다.

이달 초 데뷔한 5인조 보이그룹 ‘키빗업’은 그룹 ‘동방신기’와 ‘JYJ’ 출신인 가수 김재중이 직접 제작자와 총괄 프로듀서로 나섰다. 최근 열린 데뷔 쇼케이스에서 ‘키빗업’ 멤버들은 “김재중 PD님이 연습생 시절부터 단체 카톡방을 통해 월말 평가부터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활동 전반에 걸쳐 피드백을 줬다”고 했다. 키빗업은 오는 5월과 8월 각각 일본과 LA에서 CJ ENM이 개최하는 ‘케이콘(KCON)’에 선다. 대형 신인의 등장을 평가 하는 이 무대에 중소기획사 출신 아이돌로는 이례적으로 빨리 진출한 경우다.

김재중은 앞서 2024년 10월 데뷔한 걸그룹 ‘세이마이네임’을 통해 이미 제작자로 변신을 마쳤다. ‘세이마이네임’은 지난 1월 국내 음악방송 첫 1위를 달성했고, 올해 첫 아시아 투어 팬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키빗업’과 ‘세이마이네임’의 소속사인 인코드엔터테인먼트는 김재중이 설립 당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취임하며 자본금을 직접 투자했고, 지난해 3월 스틱벤처스, CJ인베스트먼트, SL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클럽 딜로 120억원대 투자 계약을 유치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제작자로 나선 가수들은 직접 투자 지분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신들이 쌓아온 무대 경험과 방송가 홍보 채널, 제작 인맥 등을 제공하면서 스스로 장기 활동의 기반을 다지는 일종의 윈-윈 전략”이라고 했다.

2018년 음반기획사 코즈(KOZ)엔터테인먼트를 설립, 2년 만에 하이브 산하 계열사 대표로 편입된 지코도 아이돌 출신 제작자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지코가 약 4년 반 동안 직접 제작해 2023년 코즈엔터 소속으로 데뷔시킨 6인조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는 미니 3집부터 5집까지 연이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힙합 보이그룹 ‘블락비’ 출신이자 데뷔 초부터 전문 힙합 프로듀서로 활약해온 지코의 음악색이 잘 녹아든 결과란 평이 나왔다.

가수 보아 역시 지난해 12월 음반기획사 SM을 떠나기 전까지 SM 산하 신인 보이그룹 ‘NCT위시’의 총괄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보아가 멤버 선발 단계부터 관여한 NCT 위시는 2024년 2월 데뷔 이후 빠르게 성장했고, 지난 20일 발매한 첫 정규 1집의 초동(발매 직후 일주일 간 판매량) 182만장을 달성했다.

아이돌 출신 제작자들이 만든 그룹의 특징은 제작자 본인들이 활동할 때와는 출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지금은 전 세계가 이들의 활동 무대가 됐다. ‘롱샷’ 멤버들은 본지에 “데뷔 초부터 직접 스포티파이와 빌보드 등 글로벌 음원 플랫폼 여러 개를 구독해 거의 매일 분석 중인데, 우리 월간 청취자가 하루 50만 명씩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치솟아 놀라웠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2월 데뷔 59일 만에 스포티파이 누적 재생수 1억명을 돌파했고, 월간 청취자 510만명을 넘겼다. 가수 아이유의 월간 청취자 숫자(438만명)를 훨쩍 뛰어넘은 것. 멤버들은 “최종 목표는 빌보드 1위다. 그룹명처럼 ‘큰 한방’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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