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부채 비율 10%는 ‘연기금 착시’일 뿐”
“시도 때도 없이 긴축 노래”
李 대통령 발언 사실일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오후 ‘시도 때도 없이 긴축 노래 부르는 이상한 분들에게’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IMF, 올해 한국 순부채비율 10.3%. G20 평균보다 79.3%포인트 낮다’는 제목의 언론 기사를 링크했다. 정부 순부채비율이 낮기 때문에 재정 긴축보다는 돈을 풀어 성장률을 높이는 편이 맞다는 취지다. 3시간쯤 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맞장구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순부채비율을 보면 한국 상황은 양호하다”며 “선진국 평균의 8분의 1에 불과할 뿐”이라고 썼다.

◇낮은 순부채비율은 연기금 착시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순(純)부채비율은 정부의 총부채에서 금융자산을 뺀 뒤 계산해 낸 수치다. 이를테면 100만원 빚을 졌어도 통장에 80만원이 있다면, 순수한 부채는 20만원으로 봐도 되지 않느냐는 논리다.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중 정부부채의 비율은 54.4%로 예상되지만, 한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을 빼고 계산하면 10.3%로 확 떨어지긴 한다. 한국 정부의 순부채비율은 IMF가 집계한 G20(주요 20국) 평균 순부채비율(89.6%)이나 전체 평균(80.1%)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아직 한국은 정부 곳간을 더 풀 여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순부채비율이 낮은 이유는 정부 금융자산에 1500조원 안팎의 국민연금 적립액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은 국민들의 노후 자금 외 다른 용도로 쓸 수 없고, 국가의 실질적 재정 여력이 아니다”고 지적한다. 순부채비율 지표로 한국이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보는 것은 연기금에 의한 착시라는 것이다.
비교 대상인 다른 선진국들은 연금 적립액이 고갈된 상태라면, 한국은 아직 연금을 쌓고 있는 단계라 적립액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인구 구조상 복지 수요가 많아져 한국의 순부채비율은 상승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24년 IMF는 연금개혁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2070년이 되면 한국의 순부채비율이 170%로 급등할 것이란 경고를 한 적도 있다.
대개 확장재정론자들이 순부채비율을 앞세운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일본의 재정이 위험하지 않다며 드는 게 바로 순부채비율이다. 정부가 보유한 자산도 많기 때문에 일본의 순부채 비율은 130%로, 100% 수준인 미국과 프랑스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 빚 증가 속도
올해부터 2031년까지 한국의 국가 부채 증가 속도는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기축통화 사용 11국 중 가장 빠를 전망이다. IMF가 지난달 말 발행한 ‘재정 모니터’에 따르면 2031년 한국의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 비율은 63.1%로 전망됐다. 지금보다 10%포인트 넘게 급증한다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SNS에서 “일각에서 비기축통화국 평균과 비교해 우리나라 정부부채 비율이 높다고 지적하지만, 이는 IMF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무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은 재정 건전성이 무너지면 외국인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이라는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재정학회장)는 인구 구조, 공기업 우발채무 등 다양한 기준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의 부채 임계점은 62%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62% 아래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 안에서만 우리끼리 빚 수준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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