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비만약, 배고픔만 줄이는 게 아니었다… ‘식탐 도파민’도 낮췄다

최원우 기자 2026. 5. 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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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팀, GLP-1 중독 치료 가능성도 확인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는 ‘먹는 비만약’이 단순히 포만감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달고 기름진 음식을 계속 찾게 만드는 뇌 보상회로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챗GPT 생성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는 ‘먹는 비만약’이 단순히 포만감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달고 기름진 음식을 계속 찾게 만드는 뇌 보상회로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배가 불러도 맛있는 음식을 더 먹고 싶은 ‘쾌락성 식탐’을 줄이는 원리를 동물실험으로 확인한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대 알리 귈러 생물학 교수 연구팀은 먹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뇌 보상회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GLP-1은 식사 뒤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포만감을 높이고 혈당 조절에 관여한다. 위고비, 오젬픽 같은 주사형 비만·당뇨 치료제도 이 원리를 활용한다.

연구팀은 일라이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 화이자의 ‘다누글리프론’ 같은 먹는 형태의 GLP-1 약물에 주목했다. 이 중 오르포글리프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달 비만·과체중 성인의 체중 감량과 장기 유지를 위해 승인한 알약 형태 비만 치료제다. FDA는 오르포글리프론이 하루 한 번 복용하는 GLP-1 수용체 작용제라고 설명했다. 기존 주사제보다 보관과 복용이 편하고, 대량 생산도 상대적으로 쉬워 차세대 비만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파민 줄여 ‘더 먹고 싶은 마음’ 억제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기술로 쥐의 GLP-1 수용체를 사람과 비슷하게 바꾼 뒤 먹는 GLP-1 약물을 투여했다. 그러자 기존에 알려진 식욕 조절 부위뿐 아니라 뇌 깊숙한 곳의 중추편도체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중추편도체는 감정, 욕구, 보상 반응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다.

핵심은 도파민이었다. 맛있는 음식은 뇌 보상회로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를 늘린다. 이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아도 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계속 찾게 된다. 연구팀은 먹는 비만약이 중추편도체를 활성화하고, 이 신호가 보상회로의 핵심 부위에서 도파민 분비를 낮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쉽게 말해 “배가 고파서 먹는 행동”뿐 아니라 “맛있어서 더 먹고 싶은 마음”까지 줄였다는 뜻이다.

이는 GLP-1 약물이 왜 일부 환자에게서 식탐을 낮추는지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위 배출을 늦추고 포만감을 높이는 작용이 주로 거론됐다. 이번 연구는 비만약이 뇌 보상회로 자체를 조절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먹는 소분자 GLP-1 약물이 뇌 보상회로를 통해 쾌락성 섭식까지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중독 치료 가능성도… 아직은 동물실험 단계

이번 연구는 비만약의 쓰임이 체중 감량을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은 뇌 보상회로 이상과 관련이 깊다. GLP-1 약물이 도파민 신호를 조절한다면 음식뿐 아니라 다른 중독성 욕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이 약물이 음식이 아닌 다른 중독 행동에도 효과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다만 이번 결과는 어디까지나 동물실험 단계다. 사람에게서 같은 작용이 나타나는지, 실제로 중독 치료에 쓸 수 있는지는 임상시험으로 확인해야 한다. FDA가 오르포글리프론을 승인한 적응증도 체중 감량과 장기 체중 유지이지, 중독 치료는 아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이미 주사제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알약 형태 비만약이 등장하면서 접근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번 연구는 먹는 비만약이 단순한 ‘식욕 억제제’가 아니라, 식탐과 보상회로를 겨냥하는 뇌 신경 조절 약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효과가 큰 만큼 장기 복용 안전성과 실제 임상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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