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을 덜고, 건물을 조경으로 이었다… 도시를 바꾼 작은 선택들[김대균의 건축의 미래]

얼마 전 일본 도쿄 여행을 하면서 건축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느껴 볼 수 있는 동네 몇 곳을 둘러봤다. 사람, 물건, 문화, 문자, 인프라, 제도 등 나라 간 당연히 있는 차이 이외에 ‘도쿄와 서울의 동네 풍경은 무엇이 다를까?’라는 궁금증을 여행하는 내내 품고 다녔다. 여행 둘째 날, 패션으로 유명한 아오야마 골목을 걷고 있는데 문득 새로 지은 작은 건물마다 있어야 할 주차장이 보이지 않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건물을 지으면 주차장 설치 제한지역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용도에 따라 건물 연면적 100∼200㎡마다 1대씩 주차 공간을 둬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층 면적이 100㎡인 4층짜리 상가건물을 짓는다면 3대의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

대신 일본에서는 차량을 구매할 때 운전자가 주거지로부터 2km 이내에 전용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차량 소유자가 주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소규모 건물은 책임을 면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소규모 건물이 많은 아오야마에는 골목마다 주차장이 없는 1층 상점들이 이어져 있다. 또 불법 주차 시 상당한 범칙금이 부과되고 단속도 엄격해 좀처럼 불법 주차를 볼 수 없다. 주차장이 적고, 주차요금은 비싸다 보니 이곳을 올 때는 대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오가는 차량 수가 적어 결과적으로 걷기 좋은 지역이 됐다. 작은 제도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 셈이다.
성수동, 을지로, 서촌 등 요즘 서울에서 주목받는 지역은 오래된 건물이 밀집한 골목들로 이뤄져 있다. 사람들이 붐비면 건물 수요가 늘고, 이는 땅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지역에 새로 진입하게 된 건물주는 오래된 저층 건물의 임대료로는 오른 땅값을 충당할 수 없어 층수를 높여 짓는다. ‘이러한’ 선택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건물 가치의 핵심인 1층의 상당 면적을 주차장으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면적을 크게 늘리는 신축을 하거나 면적을 늘릴 수 없는 경우 대수선이나 일부 증축을 한다. 작은 도로에 새 건물이 몇 개만 생겨도 길 중간중간에 부설 주차장이 들어서고, 차량과 사람이 교차하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예전에 느꼈던 것과는 다른 가로 풍경에 실망하게 된다.
그나마 서울에서 홍대나 성수동을 갈 경우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도산공원이나 압구정동을 갈 때는 그렇지 않다. 주차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주차장은 한정돼 있으므로 적지 않은 차들이 길가에 불법으로 늘어서 붐비는 시간대에는 차와 보행자가 뒤섞여 매우 혼잡하다. 넓은 차도로 획지를 구획해 만든 도시 구조와 단조로운 직선형 도로를 비롯해 강남에서 걷는 문화를 만들기 어려운 몇 가지 도시 구조적 이유가 있지만, 이런 골목 주차 문화도 영향이 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건물이 대형 부동산회사 모리빌딩이 개발한 미나토구의 ‘도라노몬 힐스’다. 모리빌딩의 창업주 모리 미노루(森稔·2012년 사망)는 도쿄의 높은 인구밀도를 감당할 초고층 빌딩에 업무·주거·생활·교육시설 등 다양한 기능을 집약하고 녹지를 입체적으로 건물과 결합한 방식이 미래에 유용한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수직정원도시(Vertical Garden City)’를 핵심 철학으로 발전시켰다.

복잡한 도시의 물리적 기반을 크게 나누면 결국 건물, 도로, 자연이다. 여행 중 느꼈던 지점은 도시와 건축을 빚어내는 수많은 인과관계 중 미미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차이들이 도시의 풍경을 만든다. 현재 서울에는 용산, 한남동, 을지로, 성수 등 많은 지역에서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각각의 건물과 도로, 자연의 경계를 살피는 세심함은 즉각 드러나지 않더라도 앞으로 서울의 풍경에 큰 차이를 만들 것이다.
김대균 건축사·착착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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