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협상 급물살? 이란 "이제 호르무즈 안전통항 가능"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에 청신호가 켜졌다. 양국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거의 합의했다는 내용이 나온 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통항이 가능해졌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만 해도 호르무즈해협 억류 선박을 빼내는 과정에서 양국이 미사일을 주고받은 것을 고려하면 '반전' 분위기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5일(현지시간)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란과의 종전을 위한 1페이지 분량 MOU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란 측 고위 관리들과 직접 또는 중재자를 통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해당 내용을 이란 측에 보내 48시간 내 답변하기를 기다릴 예정이다.
보도가 나온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만약 이란이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기로 동의한다면, 이미 전설이 된 '에픽 퓨리(장대한 분노)' 작전은 종료될 것이며 호르무즈해협은 이란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개방될 것"이라며 "만약 이란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공습이 시작될 거고 그 규모와 강도는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합의문 제안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이 마련한 합의안에는 구체적인 핵 협상 틀을 마련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일단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던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에 대한 합의가 거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란은 5년 미국은 20년간의 농축 중단 기간을 요구했는데, 이 기간이 12년 또는 15년으로 합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제껏 이란이 거부한 고농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 내용도 MOU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대신 미국은 전 세계에 동결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금을 단계적으로 해제한다. 호르무즈해협 선박 통행 제한 조치를 해제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란이 MOU 내용을 받아들이면 양국은 세부 협정을 논의하기 위한 30일간의 협상을 시작한다. 대면 협상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나 스위스 제네바 등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으며, 30일간 이란과 미국의 '맞봉쇄'가 점진적으로 해제될 예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군은 봉쇄 조치를 재개하거나 군사 행동을 재개할 수 있다.
일단 이란 측 분위기는 전보다 긍정적이다.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사령부는 6일 "침략자의 위협이 무력화됐고 새로운 규칙이 마련됨에 따라 이제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안전하고 안정적인 통항이 보장될 것"이라는 내용의 간략한 성명을 냈다. 이란 외무부도 이날 "현재 미국 제안을 검토 중"이라며 "입장을 종합해 파키스탄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IRGC가 말하는 새로운 규칙은 앞서 이란 당국이 발표한 새로운 해상 규제를 의미한다. 추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고자 하는 모든 선박은 공식 이메일에 문의를 남겨 미리 통항 허가를 받고 안내 사항과 규정을 전달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호르무즈해협을 이란이 통제하겠다는 의도지만, 페르시아만에서 상선들을 탈출시키려는 미국을 향해 강한 어조로 압박하던 전날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된 태도다.

다만 이란 측은 액시오스 보도 내용을 전부 긍정하지는 않았다. 이란 외무부 측은 이란 반관영 ISNA통신에 "액시오스 보도 내용 일부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라며 "이란 협상팀이 논의 중인 것은 '전쟁 종식' 문제일 뿐, 핵 문제는 협상의 현 단계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핵 합의까지 MOU 단계에서 논의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날의 '반전' 기류는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갇혀 있는 선박들의 탈출을 돕는다는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 작전을 개시 하루 만에 무기한으로 중단하겠다고 갑자기 선언했다. 이유는 '이란 대표단과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합의를 향한 큰 진전이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같은 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프로젝트 프리덤 시행 이틀째를 맞아 이를 열심히 홍보하고 동맹국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작전 중단 선언으로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됐다. 특히 이날 헤그세스 장관이 "한국이 더 나서주기를 바란다"며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한 만큼 작전이 계속된다면 한국이 동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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