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대장동 그분' 보도와 대통령의 '수상취소' 요구
2021년 나온 동아일보의 '대장동은 그분 것' 보도
보도 검증부실 책임에도, 대통령 공개 비판엔 '우려'
이 대통령 "있지도 않은 '그분', 엄청난 조작한 것"
"정보 준 사람 의도 생각하면, 쉽게 쓸 수는 없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대장동 의혹 보도로 동아일보에 상을 수여한 한국신문협회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수상취소를 요구하면서 2021년 나왔던 동아일보 '그분' 기사의 적절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의 주장을 검증 없이 전한 부실 보도라는 지적과 함께, 권력자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수상취소를 요구하는 것이 과하다는 주장이 공존했다. 동아일보가 이 사안과 관련해 입장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엑스에 동아일보 한국신문상 수상 기사를 공유하며 “팩트발굴이 아니라 엄청난 조작을 한 것”이라며 “대장동 녹취록에 있지도 않은 '그분' 이재명을 창조하여 보도함으로써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를 낙선시키고 대한민국 역사를 바꾸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라도 수상을 취소 반납하고 사과 및 보도 정정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라며 “다시는 권력기관과 언론에 의한 대선조작으로 역사를 바꾸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신문협회는 2023년 3월 한국신문상 뉴스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에 동아일보 '대장동 개발 및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의혹 보도'를 선정했다. 한국신문협회는 심사평에서 “대장동 관련 이슈는 전 언론이 치열하게 취재 경쟁을 벌인 분야였다. 지속적으로 파괴력 있는 팩트를 발굴한 동아일보가 단연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수년째 밝혀지지 않은 '그분'의 정체
동아일보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다수의 단독 보도를 내며 이슈를 주도했다. 그중 이 대통령이 언급한 '그분' 기사는 2021년 10월9일 나왔다. <[단독]김만배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김만배씨가 “그(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다. 너희도 알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내용이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김만배씨 등과 나눈 대화 녹취록에 있다”고 보도했다.
5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그분'의 존재는 밝혀지지 않았다. 동아일보 보도 당시엔 이재명 성남시장이 '그분'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2022년 2월 한국일보는 김씨가 언급한 '그분'이 현직 대법관이라고 보도했으나 지목된 대법관은 이를 부인했다. 뉴스타파는 1325쪽에 달하는 '정영학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며 기존 언론에서 보도한 맥락의 '그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현재는 김씨가 법조계 인맥을 자랑하기 위해 던진 '허언'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아일보가 의혹을 처음 제기하고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분'의 실체가 안 밝혀진 것으로 봐서, 당시 보도가 가진 파급력 대비 검증이 부실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동아일보 보도 이후 '그분'이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단정하는 식의 정치권 공방이 이뤄진 것을 보면 더욱 책임이 무겁다. 동아일보는 '그분' 기사 외에도 <유동규, 석사 논문에 “지도해주신 이재명 시장님께 감사”>, <남욱 “유동규, '진상이 형 통해 이재명 시장에 의사 전달' 말해”>, <檢 “이재명, 대장동 일당 뇌물약속 보고받고 승인”> 등의 기사를 냈다.
동아일보는 해당 보도에서 “김씨가 언급한 '그분'은 최소한 유 전 사장 직무대리보다 '윗선'이라는 것이 당시 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의 설명”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분'으로 추정된다고 암시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 측의 반론을 구하지는 않았다. 사실관계를 전하는 방식도 “있다고 한다”, “말했다고 한다” 등의 전언이라 전형적인 검찰의 '언론플레이 기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범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대우교수는 통화에서 “과거에도 검찰에서 입수한 녹취록을 근거로 한 보도 가운데 재판에서 허구로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설령 녹취록에 '그분'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해도 관련된 사람들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진실인 것처럼 보도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범준 대우교수는 “더구나 검사든 누구든 그런 정보를 준 사람의 의도를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쓸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느 부분이 '조작'인지 명확하게 짚어야”
그럼에도 언론계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엑스에 관련 글을 올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이나 사법적 대응 대신 특정 언론의 수상 취소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자협회보는 지난달 28일 편집위원회 사설 <대통령 말의 무게와 언론의 책임>에서 “문제는 대통령이 대응하는 방식에 있다. 일반 시민이 자신에 관한 보도의 부당함을 SNS에 토로하는 것과 최고 권력자인 현직 대통령이 특정 기사를 '조작'으로 단정하고 언론단체의 시상 결과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고 했다.
기사의 검증 부실 문제를 지적하는 것과 기사를 '조작'이라고 단정하는 건 다른 문제다. 대장동 의혹 보도가 권력자에 대한 감시 목적 아래 나온 것인데 대통령이 '조작'이라고 단정해 언론이 악의를 갖고 대장동 의혹 보도를 한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대장동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법조기자를 지낸 A기자는 통화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할 거면 어느 부분이 '조작'인지를 명확하게 (대통령이) 짚어야 한다. '그분'이라는 표현이 녹취록에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취재 방식이 나이브했다는 비판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권력 감시 보도다. (대장동 보도가 나올 당시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자였기 때문에 쉽게 (기사를) 쓸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범준 대우교수는 “동아일보가 검찰이 벌인 조작의 도구가 되는 것을 묵인했다는 비판은 가능하겠지만 조작에 적극 가담했다고 비판하기는 어렵다”며 “오보의 원인은 기자의 적극적 악의보다 부실한 취재에 있고, 기자들 스스로 이러한 부실에 눈을 감으려 유력한 대선 후보를 검증한다는 자기 합리화를 한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기자협회보 사설에 대해선 기자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KBS 출신 홍사훈 기자는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동아일보의) '그분' 보도는 언론사의 참사라고 기록될 정도로 큰 오보라고 생각한다”며 “그 큰 오보를 하고 왜 아무 말도 안 하는지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 하더라도 (기자협회가) 먼저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니까 사람들이 우리를 '기레기'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관련해서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어지는 '오보' 주장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서라도 동아일보가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는 경향신문 <그린 워싱과 저널리즘 윤리 워싱> 칼럼에서 “보도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이고 그러한 오보가 발생한 과정과 원인, 해당 기자와 책임자에 대한 조치와 재발 방지책까지 독자들에게 명확히 소명하는 것이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라고 했다. 정연우 명예교수는 “언론은 그동안 반환경적인 기업이 겉모습만 친환경 기업으로 포장하는 '그린 워싱'을 날카롭게 비판해왔다. 정작 스스로 세운 윤리규범을 허울로만 내건다면 그것 역시 '저널리즘 윤리 워싱'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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