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O암표 '환불피싱'에 2600만원 뜯겨…일회용 피싱통장된 '적금통장' / 풀버전
[앵커]
프로야구 인기에 야구 팬을 노린 사기 수법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티켓을 양도한다며 돈을 받아놓고는 이름이 틀렸다, 띄어쓰기를 안 했다 여러 핑계를 대며 돈을 다시 입금하게 한 뒤 환불을 안 해주는 '환불 사기'입니다. 하루에 수천만 원을 뜯긴 사람도 있습니다.
송혜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송혜수 기자]
SSG 랜더스 야구팬 김모 씨. 프로야구 개막전 예매를 놓친 뒤 무리하게 암표를 구하려던 게 화근이 됐습니다.
처음엔 소셜 미디어에서 티켓을 양도한단 글을 보고 거래에 응했습니다.
[야구 티켓 '환불 사기' 피해자 : 팔로워도 꽤 있어서 이 사람은 진짜 야구팬인가 보다…]
그런데 티켓값을 이체하자 입금자명을 잘못 썼다며 상대방이 다시 이체를 요구했습니다.
대신 보낸 돈은 모두 환불해 주겠다 했습니다.
[야구 티켓 '환불 사기' 피해자 : 이름 앞에 괄호가 안 처져 있다고 다시 보내라는 거예요. 20만원을 더 보내면 40만원을 환불해 주겠다…]
조금 이상했지만 일단 응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입금자명에 띄어쓰기를 안 했다며, 전산 오류가 났다며 환불받으려면 또 돈을 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야구 티켓 '환불 사기' 피해자 : 한 세 번 정도 오류가 났대요. 제가 뭐 잘못 입금한 게 60만원이면 120(만원)을 입금해야 180만원을 준다는 거예요.]
실수했다 자책하며 다시 돈을 보내기를 여러 차례.
피해액은 하루 만에 2600만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야구 티켓 '환불 사기' 피해자 : 지금 당장 입금하지 못하면 가산세가 더 붙고 그만큼 입금이 되어야 환불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똥줄이 타는 거죠.]
문제의 계정을 찾아봤습니다.
[어 이거 아이디만 살짝 다르네?]
여전히 표를 양도한다며 입금을 요구하고, 사기는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최근 이런 환불 사기의 피해자는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300명이 넘습니다.
동원된 계좌 수만 수십개입니다.
[이병찬/변호사 :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이에요. 몸통은 똑같은 애들이 지금 하고 있는 거죠. 불특정 다수 상대로 하는 것들은 다 그냥 그런 조직들.]
하지만 환불 사기는 현행법상 보이스피싱이 아닌 '일반 사기'로 분류돼 신고해도 계좌 정지가 어렵습니다.
경찰은 최근 보이스피싱이 급감했다고 발표했지만 환불 사기는 따로 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환불 사기범은 무려 8개의 통장을 돌려가며 사기를 치고 있었습니다. 한 은행에서 1인당 많아야 두세 개 정도 통장을 만들 수 있는데, 이런 규제가 없는 적금 통장을 여러 개 만들어 대포통장처럼 돌려쓰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배양진 기자입니다.
[배양진 기자]
하루 만에 2600만원을 뜯긴 야구팬 김모씨가 티켓 환불 사기범과 나눈 대화입니다.
알려준 계좌로 입금했더니 전산 오류로 이체가 안 됐다면서 고객센터에 문의하라고 유도합니다.
고객센터라는 곳에선 새로운 계좌에 다시 입급하라고 합니다.
[야구 티켓 '환불 사기' 피해자 : 이것도 또 계좌가 그때부터 또 달라져요. 저는 진짜 고객센터인 줄 알고…]
환불을 미끼로 반복해서 입금을 유도하기 위해 같은 은행 통장 3개를 돌려 써 가며 사기를 친 것입니다.
확인해 보니 사기범 명의로 개설된 사기 통장은 모두 8개로 드러났습니다.
1인당 만들 수 있는 계좌 수 2~3개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8개 가운데 7개는 적금통장이었습니다.
보통예금 통장은 대포통장으로 쓰이는 걸 막기 위해 한 번 해지하면 20일 동안 새로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적금통장에는 그런 규제가 없습니다.
이를 악용해 적금통장에 사기 피해금이 모이면 해지해 다른 통장으로 돈을 옮기고, 바로 적금통장을 새로 만들어 대포통장으로 공급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대포통장 확보를 위한 새로운 수법인데, 금융권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JTBC에 "적금 통장도 사기 의심 계좌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규제 확대는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만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구본준 영상편집 박수민 영상디자인 김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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