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통합시장, 유권자가 힘 실어줘야 성공한다

6·3 지방선거 때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으로 누굴 뽑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쓸데없는 고민이다. 민주당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이라는 ‘정치적 관성’은 이번에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광주와 전남은 원래 이랬다. 전체 인구의 10%도 채 되지 않는 민주당원이 90% 이상의 미래를 결정하는 아주 기묘한 구조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참여 민주주의가 깡그리 무시되는 일들이, 매번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된 지 오래다.
민주성지서 ‘반민주주의 정치’ 되풀이
민주주의의 성지로서 변혁을 이끌어온 광주·전남이지만, 역설적으로 특정정당의 독점화가 고착화되면서 일당체제라는 어두운 그림자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정치적 다양성과 정당 간 경쟁이 사라지면서 유권자의 투표 무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정치적인 반민주주의가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 지방선거도 서울, 부산, 대구 등 다른 광역시·도와 달리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선거 분위기는 민주당 경선이 끝나자마자 차갑게 식어버렸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광주와 전남을 뜨뜻미지근하게 대하고 있다. 잘하든 못하든 오로지 민주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광주·전남이 푸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텃밭’인 광주·전남을 ‘주머니 속 공깃돌’ 정도로 여긴 듯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야당의 핵심 텃밭인 PK(부산·경남)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여당 지도부가 연일 영남권 격전지를 훑고 다니는 등 민주당 당력을 쏟아부으며 파격적인 ‘선물 보따리’를 풀고 있다.
당장 대구만 보더라도, 민주당의 대우는 가히 파격적이다. 대구시장에 도전한 김부겸 전 총리의 캠프 개소식에 ‘블록버스터급’ 현역 의원들이 총출동해 수십조 원에 달하는 현안 사업을 약속하며 대구 표심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황금연휴 내내 부산 등 영남과 수도권에서 적극적인 구애가 이어졌다.
왜 그럴까? ‘보수 표’가 많은 서울과 영남권에서는 끝까지 전력을 다해야 그나마 민주당에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고착화된 광주와 전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당이 어려울 때나 당 대표 선거 등 꼭 ‘표 필요할 때’만 핵심 텃밭이라고 치켜세울 뿐, 막상 화력은 다른 곳에 쏟아붓는 민주당 지도부의 행태를 보며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남의 집 잔치’를 바라보는 듯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는 사이 행정통합의 주도권을 쥔 광주·전남은 통합시 출범에 필요한 핵심 예산마저 외면받고 ‘찬밥 신세’로 전락한 것 같다. 더욱 기가 찬 것은 민주당 지도부 중 누구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청래 대표 주도로 야심 차게 출범한 호남발전특별위원회도 아직 이렇다고 할 성과가 없다.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광주와 전남이 40년 만에 다시 한 가족이 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통합인구 320만 명, 연간 예산 17조, 여기에 매년 5조씩 4년간 지원되는 전례 없는 행정 실험이다.
특히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한 새로운 지역 균형발전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도 안고 있다. 한마디로 초대 통합시장의 권한과 책임은 기존 시장·지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제도도, 이해관계도, 지역 간 균형도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모두가 답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광주와 전남이 한뿌리라고는 하나, 조직 통합과 예산 배분, 지역 갈등, 수도권에 대응할 경제권 형성이라는 현실의 벽은 예상보다 높고 견고하다. 당장 주청사, 군공항 이전, 국립전남의대, AI와 반도체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싸고 잠재된 갈등과 지역주의도 풀어야 한다.
맹목적 지지보다 현명한 투표 필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의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저이자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당시에도 유권자들은 “공천이 당선인데 굳이 투표소에 갈 필요가 있겠냐”는 마음이 대부분이었을 테고, 일부는 일당체제에 대한 반감이 기권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28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도 4년 전 최저 투표율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초대 특별시장을 뽑는 중요한 선거인데도 낮은 투표율이 예상된다는 것은 이번에도 지역 독점정당인 민주당에 대한 회의론 및 심판론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선이 유력한 민형배 민주당 통합시장 후보로서는 지방선거에서 높은 투표율과 압도적 득표율이 뒷받침돼야 역대급으로 치열했던 경선 과정에서의 후유증 극복은 물론 거대 행정기구인 통합특별시를 이끌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참정권의 소중함을 잘 아는 광주·전남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지지하더라도 때에 따라선 비판적 지지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닌 필요할 땐 언제든 회초리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고, 그래야 민주성지로 자랑스럽게 불릴 수 있다.
유력한 초대 통합시장이 몰표를 받게 해 ‘힘’을 실어주든지, 다른 정당 후보를 선택해 ‘견제’를 시키든지 그건 유권자의 몫이다. 그래야만 민주당 지도부의 광주·전남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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