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해방된 소녀상…마침내 ‘평화’를 되찾다

최서은·안효빈 기자 2026. 5. 6. 20: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호’ 명목 바리케이드 철거
다시 시민 곁으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바리케이드가 약 6년 만에 철거된 6일 시민들이 소녀상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시민들, 수요시위서 직접 걷어내
주변 청소 등 ‘보수작업’도 진행
“정치색 떠나 상징 훼손해선 안 돼”

“평화가 이겼다.”

6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바리케이드가 약 6년 만에 전면 철거됐다. 시민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이렇게 외쳤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역사 조작 세력으로부터 소녀상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었다”며 “시민들의 노력으로 본래 취지로 다가갈 수 있게 돼 정말 기쁜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도 어김없이 소녀상 앞에서 제175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시민들은 “일본은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을 하라”며 “이 바람들이 모두 이뤄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여성 인권과 전쟁 없는 평화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2월14일 제1000차 수요시위 때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졌다. 이후 시민들은 소녀상과 함께 매주 수요시위를 이어왔다.

2019년부터 일제의 동원 역사를 부정하는 이들이 “일본군 ‘위안부’는 가짜”라며 소녀상 철거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소녀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경찰은 2020년 6월 소녀상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이후 시민들은 예전처럼 소녀상 곁에 다가가거나 소녀상 옆 의자에 앉을 수 없었다.

지난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모욕 시위를 주도하던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가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구속되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대표 구속 이후 바리케이드 철거 논의가 본격화됐고, 이날 시민들이 직접 바리케이드를 걷어냈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지 5년11개월 만이다.

수요시위 참가자들은 소녀상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는 ‘다시 만난 소녀상’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들은 “진실은 언제나 이긴다” “소녀상은 지켜야 할 역사다” “일본 정부는 역사 부정을 중단하라” 등 손수 만든 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소녀상 뒤편에선 한 시민이 직접 만든 ‘함께 나비’ 리본을 나눠줬다. 소녀상의 머리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보라색 화환이 올려졌다.

이날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수요시위에 참여한 20대 직장인 A씨는 “그동안 소녀상이 갇혀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자유로워 보인다”며 “정치색을 떠나서 피해자들이 계시니 그 상징이 훼손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혜순 양심수후원회장은 “그동안 바리케이드가 쳐진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안 좋았는데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김운석 작가도 현장을 찾아 소녀상 보수 작업을 했다. 김서경 작가는 “처음으로 만든 이 소녀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소녀상이 퍼져 나갔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며 “다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자들이 와서 또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된다”면서도 “당국과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현장 안전을 위해 소녀상 인근에 기동대를 배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매번 현장 상황이 다른 만큼 이에 따라 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수요시위 장소 주변에는 경찰 10여명이 배치돼 바리케이드 철거 상황 등을 끝까지 지켜봤다.

최서은·안효빈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