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산불이 삼킨 삶터에 178억 대형 파크골프장?

이상엽 기자 2026. 5. 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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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경북에서 난 대형 산불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안동시가 여기에 파크 골프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면 피해 주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요. 정작 주민들은 고개를 갸웃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사과나무 700그루, 이 농부의 전부입니다.

15년 동안 사과 덕분에 자식들 키웠습니다.

[김태진/경북 안동시 임하면 : {25년 3월로 돌아가면 그땐 어떤 시기였어요?} 사과를 준비하는 단계죠. 사과잎이…새싹이 터질 무렵.]

1년 전 산불로 사과밭을 잃었습니다.

집은 타지 않아 정부 보상은 없었습니다.

모아둔 돈으로 다시 나무를 심었습니다.

[김태진/경북 안동시 임하면 : 농사짓는 사람이 불에 탄 밭을 그냥 둘 수 없잖아요. 사과나무는 심으면 한 5년 돼야 조금씩 수확을 하고.]

집 잃은 8살 결이, 7살 솔이 형제. 할머니가 은행 대출로 빚을 보태서 새집을 지었습니다.

[솔이/7살 : 안녕하세요. {솔이가 많이 컸네?}]

[결이/8살 : {삼촌 기억나?} 네. {누군데?} 옛날에 교회에서 살 때 온 삼촌이요. 방송하는 삼촌.]

이 형제는 숲과 동물이 다시 돌아오길 바랍니다.

[결이/8살 : 검은색 됐다가 갈색으로 변하고. 이제 초록색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조금씩 초록색이 돌아오는 산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태공원 안으로 더 들어와보니 산불 피해 지역 바로 옆에 흙이 쌓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쪽에 공사중이라는 안내판도 붙었네요.

알고 보니 이곳에 파크골프장을 또 만든다는데 국민 건강을 위한 목적이라고 적혔습니다.

안동시는 축구장 45개 크기 산불 피해 숲에 파크골프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예산은 178억원, 32만 제곱미터 넓이입니다.

[결이/8살 : 나무가 아플 것 같아요. 그럼 동물들의 집이 없어지고.]

지금 안동시에 파크골프장 6곳 117홀이 있습니다.

[안동시청 관계자 : 턱없이 부족합니다. 파크골프 회원들만 해도 한 4천명이 넘게… 나무 그늘이 만들어진 그 밑에서 오히려 자연친화적인 체육시설로.]

하지만 5곳 210홀을 더 만듭니다.

피해 주민들을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안동시청 관계자 : 산불 피해 지역 안에 넣으면서 관광자원이라든지 이런 형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지만 컨테이너 임시숙소에 사는 주민들은 골프장을 왜 짓는지, 누가 쓰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이승숙/경북 안동시 임하면 : {어머니 잠깐 집 실례해도 돼요?} 네. {제가 좀 반가우세요?} 그럼요. 사람이 귀해요. 누구 오면 반가워요. 너무 너무 고맙고. 고맙고 반갑고.]

집 잃은 주민들에게 중요한 건 사람의 온기였습니다.

[이승숙/경북 안동시 임하면 : {어머니 요리 솜씨 좀 봐야겠다.} 영 솜씨가 없습니다. 재료도 없고. 그릇도 없어요. 그릇도 정부에서 주는 걸로. 맛있어요? {네. 맛은 없어보이거든요? 그런데 맛있어요.} 맛이 진짜 있는지…할머니 마음 녹이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 컨테이너 임시숙소는 곧 사용 계약 기간이 끝납니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승숙/경북 안동시 임하면 : 밤에 자려고 누우면 내가 어디로 갈까. 고향을 내버리고 어디로 갈까.]

어쩌면 주민들을 위해 짓는다는 골프장보다 더 급한 일들이 아직 많습니다.

산불에 모든 것을 잃고도 주민들은 삶의 회복을, 아이들은 숲의 모습을 기다립니다.

스스로 다시 살아나는 이 자연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먼저 살피고 지켜야 할지 묻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류효정 VJ 김동규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이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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