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의령 작은 학교들의 생존법 ‘공동학교 체육대회’
[KBS 창원] 의령군 대의초등학교에 100여 명의 학생이 모였습니다.
응원석에선 힘찬 응원이 이어집니다.
["잘해라! 잘해라!"]
[김하솔/대의초등학교 : "(다른 학교) 친구들이랑 점점 더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공아영/대의초등학교 : "오늘 다른 친구들과 하니까 재밌어요."]
[전인애/대의초등학교 : "한 달에 한 번씩 운동회 열면 좋겠어요."]
학생 수가 적어 운동회조차 열기 어려운 농촌 학교.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 현장 속으로 가봅니다.
이른 아침부터 티셔츠를 맞춰 입은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들어섭니다.
대의초와 가례초, 칠곡초, 화정초 등 의령 지역 4개 학교 학생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공동학교 체육대회'.
의령군은 전체 학교의 70% 이상이 학생 수 60명 미만의 작은 학교인데요.
의령교육지원청은 2024년부터 작은 학교를 4개 권역으로 나눠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해 오다 지난해부터는 수업과 급식, 방과후학교까지 온종일 함께하는 모델로 발전시켰습니다.
공동학교가 아이들에게 준 가장 큰 변화는 관계와 배움의 폭이 함께 넓어졌다는 점입니다.
[주성우/칠곡초등학교 : "학교 2시 25분에 마치고 바로 가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많이 못 노는데 이렇게 운동회가 있으니까 더 친해지고 좋은 것 같아요."]
[강지우/칠곡초등학교 :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서 설레고 좋아요."]
예전에는 몇 명 안 되는 친구들과 제한적인 활동을 해야 했다면, 이제는 다른 학교 또래들과 함께 배우며 체육과 놀이까지 더 넓은 교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김연우/칠곡초등학교 교사 : "일주일에 한 번 애들이 다른 반 다른 학교 애들 만나면서 되게 즐거워하고 있고요. 친구들하고 즐겁게 노는 그런 모습도 많이 보이고 사회성도 되게 높아지는 것 같고요."]
[강선미/칠곡초등학교 교사 : "작은 학교에서는 평상시에 같은 학급의 친구가 적거나 없는 학급이 있었습니다. 소규모 학급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모둠 활동이나 게임, 체육 활동 등을 충분히 할 수 있어서 큰 학교, 작은 학교의 장점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긴 천을 손에 잡고 힘껏 펄럭이고 천 위에 놓인 큰 주사위를 반환점까지 옮기는데요.
한 사람만 빨라서는 이길 수 없는 경기.
단순한 경쟁을 넘어 서로 다른 학교 학생들이 한 팀이 되어 배려와 협동의 가치를 몸으로 배웁니다.
네 사람이 줄을 맞춰 달리는 경기에서는 네 학교의 선생님들도 다 같이 마음을 맞춰 보는데요.
처음엔 서먹했던 아이들도 경기가 하나둘 이어질수록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같은 팀을 응원하기 시작합니다.
[유세현/운동회 진행자 : "초반에 조금 어색함이 있었는데 그 어색함을 깨고 아이들이 서로 하나가 되는 게 느껴졌고요. 오늘 날씨가 많이 더웠지만 이렇게 좋은 날에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게 된 것 같습니다."]
경기의 승패보다 더 크게 남는 건 함께 웃고, 함께 뛰었던 시간.
운동장은 어느새 하나의 팀이 된 아이들의 열기로 가득 찹니다.
[한지아/화정초등학교 : "오늘 다른 친구들이랑 함께해서 재미있었어요."]
[문서우/화정초등학교 : "오늘 협동하면서 놀아서 엄청 재밌었어요."]
[김예나/대의초등학교 : "운동회를 해서 너무 재밌고 진짜 신나요."]
체육대회가 끝나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도시를 떠나 의령의 작은 학교를 선택한 가족을 만났는데요.
경상남도와 경남교육청, LH가 함께 추진하는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으로 대의초등학교와 화정초등학교 인근에 공공임대주택이 마련되자 10명 남짓하던 학생 수는 30명 안팎까지 늘었습니다.
[박혜수/학부모 : "도시에서는 공부가 전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게 공부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제 사고방식이 바뀌다 보니까 아이들이 이제 밖에 나와서 뛰어놀고 좀 다양한 방법으로 좀 폭넓게 자기를 탐색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학교와 자연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박혜수/학부모 : "생각보다 학교 교육의 질이 높아서 너무 놀랍고 학원 가는 것보다 학교에서 제공해 주는 교육만으로도 아이들이 충분히 커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방학 되면은 아이들이 학교를 다 가거든요. 주요 과목들을 교육해 준단 말이에요. 시골 생활에서 아이들이 그렇게 다 같이 함께 공부하고 끝나고는 또 다 같이 놀고 이런 삶이 저는 더 좋다고 생각이 들고 저는 도시보다 지금의 시골 생활이 더 만족스럽습니다."]
의령군 11개 작은 학교는 더 넓은 세상에서 배우기 위해 해외로 수학여행을 떠나고 있는데요.
작은 학교의 내일을 바꾸는 공동학교의 실험은 어디까지 계속될까요.
[이보영/대의초등학교 : "앞으로도 다인수 학급에서 할 수 있는 모둠 활동이나 토의 활동, 그다음에 협동 학습 정도를 중점적으로 할 거고, 체육 시간에 팀 경쟁 활동이랑 또래가 같이 가는 체험 학습 이렇게 다양하게 시도할 예정이고요. 작은 학교를 살리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습니다."]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 변화.
작은 학교의 변화가 지역 교육의 미래를 바꾸는 첫걸음이 되고 있습니다.
구성:정현정/촬영·편집:한동민/내레이션:신유진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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