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집주인

‘잘 집 많은 나그네가 저녁을 굶는다’는 속담이 있어. 일을 여기저기 벌여놓은 것도 모자라 내 이름 석 자로 계약을 맺어 사용하는 공간이 시내에 두 곳이나 있다. 어떻게 굴러가는지, 화장실은 깨끗하며 물은 잘 나오는지 모를 때가 있어. 집주인, 아니 집주인 양반을 잘 만나 그간 십수년째 별 탈 없이 잘 쓰고 있다. 해외에 사는 벗들 가운데 남의 집과 사무실을 빌려서 쓰기도 해. 쓰빠 씨바~(고맙습니다) 인사말조차 격한(?) 러시아에서 여행 사업을 하는 분 말을 들었는데, 집주인이 걸핏하면 찾아와 잔소리를 늘어놓고 벽에 박은 못의 숫자를 세어놓고 간대. 못이 더 늘지 않도록. 외국인 주재원에겐 재계약 때마다 수리비용을 청구한댄다. 유럽에 가봐도 외국인들은 자국민 텃세에 혀를 내두르게 돼. 나그네 신세 어디나 서럽고, 집 없는 설움은 뼛속까지 한스럽지.
부동산 중개업자를 끼고 현지인 명의로 일을 보는 건 돈이 새기 딱 좋은 구도. 해외 선교를 하는 분들이 이런 거미줄에 보통 걸려들어. 알면서도 속아주는, 사랑과 정이 넘치는 교회 동네도 요샌 예전과 공기가 다르다.
내가 사는 산골집은 내 이름으로 등기가 돼 있지만 집을 지어 살라고 정성을 보탠 분들이 있어 사실 내 집도 아냐. 주변이 개발되고 소란해 몰래 팔고 도망갈까도 해봤는데, 짐이 많아 포기. 최근 이사를 한 선배가 나더러 들으라고 한 말. “목사님은 가만히 계시쑈. 그 많은 음반과 책들 옮기다간 허리 끊어지요잉.” 나도 안다. 여기서 집주인 행세하며 더 살아야 한다는 걸. 글치만서두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신청하고 해결하느라 저녁을 굶으니 문제야.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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