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원이 만든 K고속철, 실크로드를 달리다
한국 기술 세계 확장 통로 기대

지난해 12월 10일 창원시 성산구 마산항 제4부두. 우리는 대한민국 첫 수출 고속철 1호기를 바다로 내보냈다. 같은 장소를 통해 27년 전, 프랑스 떼제베 고속철이 우리 땅으로 들어왔다. 들어오던 항구에서 나가는 항구로. 그 시간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을 우리는 그 자리에서 함께 목격했다.
그날 출항식에 함께한 우즈베키스탄 인사가 내게 말했다. "실크로드를 달리는 한국의 고속철을 꼭 한번 타보십시오." 의례적 인사로 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두 나라 미래를 함께 그려보자는 초대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반드시 그 열차를 타러 가겠다고.
그 다짐의 약속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우즈베크 정부로부터 공식 초청장을 받은 나는 5월 1일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타슈켄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출하 현장에서 시작된 장면이 이제는 실운행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마산항에서 멀어져 가던 열차의 뒷모습이 이제는 우즈베키스탄 철로 위에서 정면으로 다가오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5월 2일 사마르칸트에서 타슈켄트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직접 시승한 K고속철은 기대 이상이었다. 가속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웠고, 주행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객실 안은 정숙했고, 바닥에서의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한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동의 질이 한 단계 올라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험이었다.
같은 노선을 운행한 타국 열차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더욱 분명해졌다. 기술은 결국 현장에서 드러난다. 설계도면 위 성능이 아니라, 실제 철로 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가 진짜 경쟁력이다. 이번 시승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실운행 경험'으로 기술을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현지에서도 성능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고, 우즈베크 대통령도 직접 시승한 뒤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차량 기지에서 확인한 장면은 그 기술 이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열차는 한국에서 한 량씩 선적돼 중국 톈진까지 해상으로 옮겨진 뒤, 다시 육로로 대형 트레일러에 실려 현지에 도착한다. 차량을 연결하고 시험 운행을 거쳐 실제 상업 운행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단계에 우리 최고 기술진이 직접 참여하고 있었다. 하나의 열차가 완성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기술과 사람의 시간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극한 환경을 견디는 설계였다. 모래 바람을 걸러내는 장치, 50도가 넘는 고온과 영하 40도 혹한을 버티는 내구성, 폭설에도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여기에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더해져 어떤 조건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열차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실운행 경험'이 하나씩 쌓이면 그것은 곧 '트랙 레코드'가 된다. 그리고 그 트랙 레코드는 기술의 언어를 넘어 신뢰의 언어로 바뀐다. 특정 지역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달릴 수 있는 열차. 그것이 바로 글로벌 경쟁력이다. 우즈베크에서 시작된 이번 경험은 한국 고속철이 그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장면이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우리는 고속철 기술을 들여오던 나라였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기술로 만든 고속 열차를 대륙 위에 올려놨다. 30년이라는 시간이 이번 여정 한 편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었다.
시승 사흘 뒤인 5일 '잘로리딘 망구베르디호'는 본격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현지에서는 K고속철 추가 도입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한 번 운행이 아니라 지속하는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실크로드 위에 놓인 이 철로가 단순한 노선을 넘어 한국 기술이 세계로 확장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함께 자라고 있다.
길은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더는 기술을 배우려 길을 나서는 나라가 아니다.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자 길을 나서는 나라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대한민국 고속철은 이미 달리기 시작했다.
/허성무(더불어민주당·창원 성산)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