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끊겨 걷던 여고생, CCTV도 비상벨도 없는 길에서 참변

김혜지 2026. 5. 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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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을 어떻게 그렇게 보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영정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말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처음에 뉴스를 보고 다른 학생인 줄 알았다"며 "시험이 끝났는데도 학원에 와서 또 공부할 정도로 착하고 성실한 아이였다"고 추모했다.

A양은 전날 오전 0시 11분쯤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보행로에서 생면부지의 장모(24)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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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끊긴 뒤 도보 귀가 중 흉기 피습
"내 딸 데려와 " 유가족 통곡 이어져
CCTV 사각지대, '통과형 순찰' 한계
안심귀갓길 미지정, 비상벨 등 부재
피의자 장모씨, 혈흔 묻은 상의 세탁
흉기는 오래전 구매, 계획 범죄 무게
경찰, 구속영장 신청… 신상공개 검토
일면식도 없는 2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고등학교 2학년생이 숨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보행자 도로에 6일 국화가 놓여 있다. 광주=연합뉴스

"내 딸을 어떻게 그렇게 보내."

하루아침에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통곡이 6일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을 가득 메웠다. 전날 새벽 귀갓길에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숨진 고등학교 2학년 A양의 영정 앞에 어머니는 주저앉아 오열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영정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말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중학생인 A양의 동생은 상복을 입고 조문객을 맞았다.

조문 온 A양의 학원 강사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처음에 뉴스를 보고 다른 학생인 줄 알았다"며 "시험이 끝났는데도 학원에 와서 또 공부할 정도로 착하고 성실한 아이였다"고 추모했다. A양 가족의 지인들은 "평소 응급구조사가 되고 싶어서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 했었다"며 "착하고 성실해서 부모 속 한 번 썩이지 않았던 아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A양이 숨진 현장 도로에는 그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이 수북이 놓였다.

일면식도 없는 2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고등학교 2학년생이 숨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보행자 도로에 6일 국화가 놓여 있다. 광주=뉴시스

택시 타고 도주, 무인세탁소 들러... 계획 범죄 무게

20대 남성이 고등학생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사망한 흉기 살인 사건이 발생한 5일 오전 0시 11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뉴스1

A양은 전날 오전 0시 11분쯤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보행로에서 생면부지의 장모(24)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공부를 하다 귀가하던 A양은 버스가 끊겨 30분 거리의 집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피의자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는 게 재미없어서 자살을 고민하던 중 여학생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충동을 느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장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 중인 경찰은 계획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씨는 범행 전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이용해 현장 일대를 서행하다 A양을 지나친 뒤 다시 돌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직후 차량을 버리고 택시를 바꿔 타며 도주했고, 도주 과정에서 흉기를 버리고 무인 세탁소에서 혈흔이 묻은 상의를 세탁해 다시 입는 등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범행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전과나 정신과 치료 이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직인 장씨는 최근까지 음식점에서 계약직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과 떨어져 범행 현장 인근의 원룸에서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날 살인 등 혐의로 장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7일 열릴 예정이다. 장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는 이르면 7일 결정된다.


학교 밀집 지역인데 CCTV도 없어

6일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학교 주변 도로를 경찰들이 순찰하고 있다. 전날 이 일대에서 일면식 없는 20대 남성에게 여고생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김혜지 기자

사건이 발생한 곳은 왕복 6차선 도로로, 인근에 고등학교와 대학 등 학교가 밀집해 있다. 낮에는 인적이 많지만 사건이 발생한 자정 넘은 시간에는 유동 인구가 급격히 줄어 안전이 취약한 지역이다. 현장 주변에는 방범용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범행 지점과는 약 200m 떨어져 있다.

안전 우려로 범행 전 사고 현장 주변에 대한 CCTV 설치 요청이 있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설치가 미뤄져 왔다. 관할 구청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골목길, 강력범죄 발생 지역 등 범죄 취약 구간을 중심으로 설치되면서 해당 구역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치안 공백 논란도 제기된다. 사고 현장은 심야 순찰이 정기적이지 않았던 데다 순찰차가 잠시 지나가는 '통과형 방식'에 그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이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질 경우 사실상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해당 구간은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되지 않아 조명, 비상벨, 집중 순찰 등 안전 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통상 순찰은 지구대·파출소별로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순찰 횟수가 규정돼 있지 않다"며 "해당 구간을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6월 정비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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