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CJ·신세계 한 방향···베트남에서 커지는 ‘K소비 생태계’
대기업 총수까지 현지 공략 가속
고성장·소비확대 맞물린 핵심 시장

국내 유통·식품 기업들이 베트남을 차세대 핵심 시장으로 삼고 전방위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기업 총수의 현장 경영부터 식품·패션·뷰티 기업의 유통망 확장,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까지 이어지며 'K소비재 생태계'가 현지에서 입체적으로 구축되는 흐름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4월 21~24일 베트남 하노이를 찾아 올해 첫 해외 현장 경영을 진행했다. 이번 일정은 단순 점검을 넘어 베트남을 글로벌 성장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와 롯데센터 하노이 등 주요 사업장을 둘러보고 하노이시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도시 개발 및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2023년 9월 개장 이후 누적 방문객 3000만명을 돌파하며 현지 K리테일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6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연내 1조원 달성이 예상된다.
이 복합몰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호텔·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등 그룹 핵심 계열사가 집결한 형태다. 단일 유통시설을 넘어 체험형 소비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식품과 유통 중심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첨단 도시 개발·친환경 소재·물류 등 신사업 확대를 주문했다.
식품업계 현지 생산·유통망 결합 확대
식품기업들은 현지 생산과 유통 인프라 결합을 통해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 1위 유통 체인 박화산과 협력을 강화하며 K푸드 확산에 나섰다. 박화산은 MWG 산하 슈퍼마켓 체인으로 전국 276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 채널을 통해 비비고 만두·김치·김·롤 등을 판매하며 최근 4년간 연평균 20% 성장률을 기록했다. 양사는 △현지 맞춤형 가공식품 공동 개발 △냉장·냉동 인프라 투자 △식품 안전 관리 고도화 △체험형 마케팅 및 CJ존 운영 등을 추진한다.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식문화 변화까지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은 2015년 베트남 진출 이후 인수합병과 생산기지 구축을 통해 사업을 확대했다. 지난해 매출은 2016년 대비 약 7배 증가했으며 만두와 김치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확보했다.
오뚜기는 2007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이후 호치민시에 본사를 두고 하노이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생산 거점은 남부 빈증과 북부 박닌성 공장으로 나눠 지역별 수요 대응력을 높였다. 현지 원료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산층 확대와 도시화에 따른 고품질 수요 증가에 대응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2025년 매출은 약 890억원을 기록했으며 최근 5년간 연평균 18% 이상 성장했다. 제품군은 라면·카레·마요네스·케첩·식초·프리믹스 등 가정·외식용 소스를 포함한다.
특히 라면 시장 공략이 두드러진다. 오뚜기는 베트남 라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불림면에 대응해 2023년 오빠라면 6종을 출시했다. 한국식 짜장라면 선호도를 반영해 15종의 현지화 제품도 선보이며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베트남 최대 유통 기업 푸타이 그룹과 협력해 조제분유 사업 확대에 나섰다. 푸타이 그룹은 16만개 소매 판매처와 1000여개 슈퍼마켓, 2000여개 편의점 등 전국 단위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이 유통망을 활용해 향후 3년간 2000만달러 규모 매출 기반 확보를 추진한다. 베트남 분유 시장이 오프라인 중심 구조라는 점을 고려해 전통시장과 베이비 전문 매장 중심 전략을 강화한다.
유통·패션·뷰티 전방위 확장
유통과 식품을 넘어 패션·뷰티 기업도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하노이에서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 쇼케이스를 열고 K뷰티 브랜드 8개사를 소개했다. 쿤달·네시픽·아이레시피 등이 참여해 현지 기업과 협력 및 공동 상품 개발을 논의했다.
W컨셉은 K패션 쇼케이스를 통해 프론트로우·토니웩 등을 선보였다. 신세계는 2023년 이후 168개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패션업계도 속도를 내고 있다. LF의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는 하노이에 3호 매장을 열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하노이는 금융·행정 중심지로 고소득 소비층이 밀집된 지역이다. 해당 매장은 호치민 대비 2배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고성장 시장 베트남 주목
기업들이 베트남에 집중하는 배경은 명확하다. KB증권에 따르면 2026년 베트남 GDP 성장률은 8.5~8.7%로 예상된다. 주요 신흥국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소비 기반 확대도 주요 요인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개장 약 1년 6개월 만에 3000만명 방문객을 기록했다. 이는 높은 소비 잠재력을 보여준다.
유통 인프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박화산 2760개 매장, 푸타이 그룹 16만개 소매망 등 전국 단위 유통망이 구축돼 있어 기업의 빠른 시장 확장이 가능하다.
식품 시장에서는 냉장·냉동 인프라 확대와 위생·품질 기준 강화로 가공식품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CJ제일제당과 남양유업 전략과 맞물린다.
지역별 소비 특성도 뚜렷하다. 하노이는 프리미엄 소비 중심, 호치민은 캐주얼 소비 중심으로 나뉘며 기업들은 이에 맞춰 제품 전략을 세분화하고 있다.
K-라이프스타일 확산 본격화
현재 흐름은 단순 수출 단계를 넘어섰다. 롯데는 복합몰을 통해 유통·호텔·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생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식문화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오뚜기는 현지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신세계는 브랜드 해외 진출 플랫폼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
개별 기업 진출을 넘어 K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패키지로 확산되는 구조다. 국내 유통업계의 베트남 전략은 시험 단계를 넘어 시장 선점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고성장 경제·소비 확대·유통망 구축이라는 조건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은 생산·유통·브랜드를 동시에 구축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베트남은 한국 유통기업 글로벌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콜드체인= 신선식품이나 냉장·냉동 제품을 생산·보관·유통 전 과정에서 일정한 저온 상태로 유지하는 물류 시스템을 의미한다. 식품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핵심 인프라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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