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로봇들이 척척”… KERI, 숙련공 부족 해결할 ‘AI 기술’ 개발

창원/김준호 기자 2026. 5. 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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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비용·시간 절감 효과 기대
한국전기연구원(KERI) 이주경 박사(왼쪽아래) 연구팀이 자율제조 다중 에이전트 AI 기술을 개발했다. /KERI

한국전기연구원(KERI) 연구팀이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똑똑한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인구 감소와 숙련공 부족으로 시름하는 지역 제조 업계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6일 KERI에 따르면, 인공지능연구센터 이주경 박사팀은 국립창원대학교와 공동으로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여러 대의 로봇이 협업해 공정을 운영하는 ‘자율 제조 다중 에이전트 AI’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에이전틱 AI(Agentic AI)’다. 기존의 로봇은 미리 입력된 규칙에만 움직이는 ‘철저한 수동형’이었다. 작업 환경이 조금만 바뀌거나, 새 부품이 들어오면 엔지니어가 며칠씩 밤을 새우며 코드를 수정해야 했다. 인력난을 겪는 지역 중소기업에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 소요에 부담을 느껴야 했다.

반면, 에이전틱 AI는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AI가 명령을 이해하고, 스스로 최적의 작업 계획을 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다중 에이전트’ 방식을 채택했다. 마치 공장 현장에서 작업반장이 지시를 내리면 숙련공이 손발을 맞추듯, 언어 담당 에이전트가 명령을 내리면 시각(비전) 담당과 로봇 제어 에이전트가 서로 소통하며 역할을 분담한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인공지능연구센터 연구진이 ‘자율제조 다중 에이전트 AI’ 기술을 점검하고 있다. /KERI

그동안 AI 로봇의 고질적 한계였던 ‘그라운딩(Grounding·현실 인식)’ 문제도 해결했다. 예전에는 로봇에게 “저기 있는 것 좀 가져와”라고 하면, ‘저기’가 어디인지 몰라 헛손질하기 일쑤였다면, 이번에 개발한 AI 기술은 작업 의도를 파악한 후 카메라로 사물의 3차원 좌표를 분석해 시나리오를 생성한 뒤 최종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가상 세계의 지능이 실제 로봇의 움직임으로 완벽하게 이어지는 ‘행동하는 AI(Actionable AI)’를 구현한 것이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와 ‘비용’이다. 과거에는 새 공정을 도입할 때 전문가가 일주일 내내 매달려 코딩을 고쳐야 했는데, 이제는 말로 지시만 하면 되기 때문에 공정 재설정 작업이 단 1시간 이내로 단축된다.

처음 보는 물체나 환경에도 즉각 적응할 수 있어, 적은 양을 다양하게 생산해야 하는(다품종 소량 생산) 중소기업에 안성맞춤이다. 비싼 소프트웨어 개조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VLA(시각-언어-행동)’라 불리는 이 분야는 구글,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격전지다. 해외 기술은 모델이 너무 무거워 특정 하드웨어가 필요하거나 실제 공장에 즉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 개발한 KERI의 기술은 제조 현장에 맞게 가볍고 모듈화(부품화)돼 있다. 기존 제조 라인을 큰 비용 없이 스마트 공장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현장 적용성’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주경 KERI 박사는 “지역 중견·중소기업들이 비용과 인력 문제로 AI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며 “이번 기술이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정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참여 학생들을 지역 산업에 즉시 투입 가능한 고도의 AI 인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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