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AI 생산성 역설’, 어떻게 넘어설까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에이전틱 AI로 고도화되면서 기업에서도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문서, 이메일, 요약 등 양질의 작업물 생성을 통해 인간 업무를 보조하고, 에이전틱 AI는 업무를 위임받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대리인’으로서의 잠재력을 보유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는 AI가 2035년까지 글로벌 GDP(국내총생산)를 최대 15%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맥킨지는 생성형 AI가 2조6000억~4조4000억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BCG는 AI 에이전트가 기업 업무를 다수 자동화하며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부가가치가 두배 가량 성장하고, 전체 AI가 창출하는 총가치의 2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AI가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는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 대다수는 AI 도입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매출 증가 등 생산성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AI가 시간 절감, 품질 개선 등 개인 생산성 개선에 기여하더라도, 그 효과가 재무성과, 노동생산성 등 조직 단위의 생산성 개선으로 파급·전이되지 못하는 ‘AI 생산성 역설’(AI Productivity Paradox)이다.
이는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직 차원의 혁신·투자 그 자체가 생산성 개선을 지연하는 ‘생산성 J-커브’(J-Curve)의 한 측면일 수 있다.
미국 MIT 미디어랩 NANDA 이니셔티브가 발표한 ‘생성형 AI 격차 : 2025년 비즈니스 AI 현황’ 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의 95%가 유의미한 재무적 성과 창출에 실패한 것으로 응답했다. 미 국립경제연구소(NBER)가 세계 4개국 6000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약 90%가 지난 3년간 AI가 고용이나 생산성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왜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조직에서 AI 생산성 역설이 발생하는 이유는 전략적 목표 설정이 미비한데다 기존의 업무 절차·체계를 유지하면서 AI만 도입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큰 그림을 그리지 않은채 AI를 도입하면서, AI가 업무에 원활히 통합되지 못하며 조직 내 채택과 활용 또한 미미한 것이다. AI로 인한 직무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저항, AI 도입으로 확보된 유휴 노동력의 비효율적인 재배치 등도 요인이다.

이같은 ‘AI 생산성 역설’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조직 관점에서 AI 도입·활용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 목표 정렬-업무 재설계-AI 인프라 구축-조직 혁신-역량 강화 등으로 조직을 환골탈태 시켜야 하는 것이다.
우선 목표, 업무, 운영 등 전사적 관점에서 AI를 보조수단이 아닌 핵심주체로 간주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AI 운영은 생산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업무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
재무성과나 핵심 운영지표와 연결되는 AI 평가기준도 마련, 경영성가를 측정·관리해야 한다. 조직 내 AI 성숙도에 따라 AI 에이전트에게 업무를 ‘엔드 투 엔드’(End-to-End)로 일임하도록 확장하는 것도 요구된다.
‘엔드 투 엔드’는 맥킨지가 제시한 성공비법으로 AI를 ‘보조 도구’로 쓰는 단편적인 접근이 아니라, 문제 정의부터 최종 결과물 산출까지 전 과정을 AI가 주도하거나 통합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획(인간)→초안 작성(AI)→수정 및 편집(인간)→디자인 요청(인간)→피드백(인간)→최종본 등 기존 업무방식을 목표 입력→AI가 기획·초안·디자인·최종 최적화까지 하나의 파이프라인에서 처리→인간은 최종 승인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직원용 AI 플랫폼 및 에이전트 운영환경 등 AI 인프라 △조직 혁신 △직원이 AI로 인한 역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하나금융연구소 측은 “미국 핀테크업체인 램프(Ramp)나 중국 AI 기업인 크레오(Creao)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AI 혁신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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