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구니에 계란 다 담겼다'…AI 투자 쏠림, 금융시장 뇌관되나
글로벌 은행, 데이터센터 투자 포화
주요 은행, 대출 여력 확보 위해
기관투자가에 '중요 위험 이전'
손실 땐 연기금 등 줄줄이 위기
신흥국 지수도 반도체株 중심
분산투자 전략 효과 줄어들어
인공지능(AI)을 향한 자금 쏠림이 갈수록 커지자 과거에는 없던 리스크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은행은 데이터센터 ‘익스포저’(전체 대출 자산 대비 특정 기업·산업 비중)가 한도에 다다라 다양한 구조화 금융을 활용해 자체 규정을 우회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신흥국 증시에서 AI 관련주 비중이 높아져 신흥국 지수를 통한 분산 투자 전략도 힘을 잃고 있다. AI 인프라가 글로벌 금융 전반을 옭아매는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데이터센터 금융 리스크’ 부상

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5조2000억달러(약 7654조9454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일반 데이터센터 건설도 6조7000억달러로 1경원에 가까운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자금을 대는 주체 중 하나인 글로벌 투자은행의 대출 익스포저는 한계치에 이르렀다. 특정 산업이 위기에 처하면 은행이 직면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리 설정한 기준까지 자금이 집행됐다는 의미다.
이에 이들 은행은 대출을 중단하는 대신 관련 거래를 구조화해 위험을 분산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JP모간체이스, 모건스탠리,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이 관련 대출 일부를 사모시장 등에 넘겼다. JP모간,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미국 텍사스와 위스콘신 등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380억달러를 빌려준 뒤 관련 대출 지분을 6개월에 걸쳐 시장에 매각했다. 다른 은행은 대출 관련 지분을 할인된 가격에 기관투자가에 넘겼다.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생길 수 있는 일부 손실 위험을 보험사와 사모펀드에 이전하는 ‘중요위험이전(SRT)’ 거래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 차주에 집중된 대형 데이터센터 대출을 여러 구간으로 나눠 고위험 부분만 외부로 넘기는 방식이다. 사모펀드는 보통 해당 상품을 기관투자가에 매각한다. 데이터센터 관련 대출이 부실화하면 ‘은행→SRT→사모펀드·보험사→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로 위기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흥국 인덱스 투자도 ‘쏠림’
AI 투자 쏠림 현상은 주식시장에도 나타났다. 신흥국 증시의 주요 인덱스가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어서다. 과거 선진시장 투자자가 신흥시장에 기대한 분산투자 효과가 기술주 쏠림으로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4% 급등한 MSCI 신흥시장지수는 삼성전자, TSMC 등 아시아 반도체 기업이 견인했다.
10년 전만 해도 이 지수에서 정보기술(IT)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밑돌았다. 최근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세 곳의 비중만 20%를 넘어섰다. AI에 쏠려 있는 미국 증시 투자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신흥시장 인덱스 상품을 사더라도 여전히 관련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원자재 시장도 왜곡
원자재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핵심 광물 정제에서 상위 3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82%에서 2025년 86%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관련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은 중국을 비롯해 특정 국가와 정제 시설에 더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프로젝트 볼트’는 시장 왜곡을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미국 전략핵심광물비축’ 선언 직후 나온 이 사업은 미국 수출입은행의 100억달러 직접 대출과 민간 자본 약 16억7000만달러 등 총 117억달러가 투입되는 원자재 확보 프로젝트다.
비축 대상은 미국 지질조사국이 지난해 지정한 핵심 광물 목록 60종이다. 17개 희토류와 코발트 등이 포함된다. 모두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건설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다.
미국 정부가 안정적인 AI 인프라 건설 등을 위해 이들 광물을 비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는 관련 광물 가격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 간 글로벌 재고 확보 경쟁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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