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기술 배우던 한국, 20년 만에 유럽 제쳤다⋯ 현대로템 고속철, 첫 질주

천원기 기자 2026. 5. 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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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영업운행을 시작한 우즈벡 고속철도차량의 모습. 현대로템 제공.

국내 기술로 만든 고속철도 차량이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K-고속철이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의 첫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6일 현대로템은 우즈베키스탄에서 5일(현지시간) 자사가 제작한 신규 고속차량이 첫 영업 운행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투입된 고속차량은 수도 타슈켄트에서 서부 실크로드 핵심 도시인 히바를 잇는 1020㎞ 최장 노선을 달린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기존 철도로 14시간가량 걸리던 이 구간의 이동 시간은 이번 고속철 개통으로 7시간 안팎까지 절반 수준으로 단축된다. 최근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히바의 교통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셈이다.

해당 차량은 국내에서 운행 중인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EMU-260)’을 기반으로 우즈베키스탄 현지 사막 기후에 맞춰 개조됐다. 최대 시속 250㎞로 주행하고, 거친 모래바람과 50도를 오르내리는 혹서기를 견딜 수 있도록 전면적인 방진(防塵) 설계가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1편성당 최대 389명을 태울 수 있고, 좌석은 승객 목적에 따라 VIP·비즈니스·이코노미 3단계로 나뉜다.

이번 우즈벡 고속철 첫 상업 운행은 한국 철도 역사에도 기념비적인 이정표다. 2004년 프랑스 알스톰사의 테제베(TGV) 기술을 들여와 KTX를 처음 개통한 지 20년 만인 지난 2024년에 이뤄낸 사상 첫 ‘고속철 수출’의 결과물이다.

당시 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을 계기로 현대로템은 우즈벡 철도청(UTY)과 약 27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시속 250km급 고속철 42량(7량 1편성, 총 6편성)을 납품하고 향후 유지·보수까지 전담하는 조건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한 금융 지원 카드를 꺼내 들며 힘을 보탰고, 덕분에 이미 현지에 고속철을 납품했던 스페인 탈고(Talgo) 등 쟁쟁한 유럽 철도 강국들을 제치고 최종 낙점됐다.

현대로템 측은 이번 성과가 국내 철도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고속차량 제작에 참여한 국내 약 600개 중소·중견 부품 협력사들 역시 이번 첫 해외 상업 운행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망과 기술력을 공인받게 됐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현지 고속차량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부품 협력사들과 함께 유지·보수까지 빈틈없이 챙길 것"이라며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성공적인 첫 운행 실적을 바탕으로 향후 K-고속철의 해외 수출 거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