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산업’으로 몸집 키운 반도체 산업···“성장 아닌 분배 제도화 논의도 필요”

김세훈 기자 2026. 5. 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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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평택|문재원 기자

삼성전자 노조와 사측의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줄다기리는 올해를 넘기더라도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막기 위해 반도체 기업이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은 누구의 몫이며, 어디까지 나눠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논의할 필요가 크다. 학계 등 전문가들은 그간 전략산업으로 간주돼 국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던 반도체 산업을 분배의 관점에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6일 취재를 종합하면, 반도체 산업이 ‘전략산업화’되면서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도 전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칩스법(반도체지원법)으로 총 73조원 규모의 인센티브 기업들에 지원한다. 중국도 누적 100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기금을 조성해 지원에 나섰다.

한국 정부도 반도체 산업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에는 용인에 구축될 반도체 클러스터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지자체가 향후 반도체 시설 전력 및 용수공급 시설에 보조금 지급할 근거 담겨 있다. 반도체분야 시설투자에는 최대 20%의 세액공제가 적용되고,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의 기업 부담분 70%는 국가가 부담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올해 355조원에서 내년 438조원, 2028년 495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산업이 AI 인프라의 핵심축이 되면서 과거 ‘사이클 산업’에서 벗어나 장기 성장 국면에 들어선 것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수혜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도 반도체 투자를 이유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정부에 지난해 막대한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이유로 40년간 유지된 금산분리 완화를 요구했고, 정부도 증손회사 지분율을 완화하는 등 호응했다.

이렇게 특정 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특혜’에 가깝지만 주요국들이 앞다퉈 지원에 나서고, 첨단 기술을 선도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빠르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 역시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원은 지원대로 하되 그에 따른 ‘반대급부’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패권 국가들이 앞다퉈 반도체를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으로서도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관리해 지원할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면서 “지원은 늘리되 이를 ‘국민펀드’ 등으로 국민과 공유하는 것도 활성화하는 게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성장’에 방점이 찍힌 탓에 상대적으로 분배에 대한 논의가 미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은 칩스법에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예상을 초과하는 이익을 거둘 시 국가가 이를 환수해 산업 생태계에 재투자하는 ‘업사이드 공유’ 조항이 포함돼 있고, 노동력 개발과 지역사회 투자 등도 심사 요소로 반영돼 있다.

김 교수는 “한국 경제는 정부가 승자를 결정해 자원을 몰아주는 구조하에 성장해왔고 반도체 산업도 그 수혜산업 중 하나”라며 “성과급 논쟁은 삼성전자의 문제가 아닌 만큼 경사노위 등을 통해 공론화를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제 혜택 등은 대기업이 낸 성과가 중소기업과 산업 생태계에 돌아간다는 걸 전제로 하는 건데 그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면서 “과도한 개입은 자제해야겠지만 중소 하청 업체에 이익을 공유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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