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해진 美 패권… 韓, 미국에 ‘필요한 동맹’으로 인식돼야"
“미국은 이제 ‘선택적 공공재 제공자’”
전력 인프라, 적극적 산업 정책 주문도

“이란 전쟁 이후 미국의 패권은 불규칙하고 거래적인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가치와 한국의 후방 지원 능력 등을 미국에 더 선명하게 보여줘야 합니다.(전재성 서울대 교수)”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주최로 열린 ‘중동 전쟁,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좌담회는 최근 진행 중인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한국의 대응책 등을 다뤘다. 참석자들은 이란 전쟁의 국제 정치적 의의와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 한국의 경제적 대응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이날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유엔, 국제법, 핵 협상, 해상 통행의 원칙은 약화되고, 강대국의 해석이 사실상의 규범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란과 미국이 서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 재봉쇄하면서 그간 통용돼 왔던 자유 통항 등 국제법 원칙이 무시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국제법의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라고 했다.

전 교수는 한국이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전략 우선순위가 중동·유럽·인도태평양 사이에서 흔들릴수록 한국은 인도·태평양에서의 전략적 가치, 특히 해양 안보, 공급망 안정, 후방 지원 능력을 더 선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대미 의존의 안정적 관리’에서 나아가, 미국이 한국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동맹으로 인식하도록 전략적 기여의 언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더 이상 ‘보편적 공공재 제공자’가 아니라 ‘선택적 공공재 제공자’로 역할을 바꾸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뜻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스라엘 생존 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란 전쟁은) 이란과 이스라엘 등 현상을 변경하려는 두 국가 간 충돌에 반(反)이란 노선을 견지하는 미국이 관여하는 ‘연루 전쟁’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과 직접 싸우는 상황에 대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40년 만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환호할 정도로 이스라엘이 바라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우리가 이스라엘에 완전히 포획됐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인 교수는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이란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이란의 내부 혼란 및 불안정성 유도를 통한 반이스라엘 집중력 약화를 추구하는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전쟁 동력은 내부적으론 네타냐후 현 총리의 정치권력 유지를 위한 수순으로 해석되기도 한다”고 했다.
박원주 동국대 석좌교수는 ‘중동발 비상 경제 상황과 위기 극복 전략’ 발표에서 “(이란 전쟁 등 여파로) 에너지 공급망 위기와 산업 경쟁력 위기가 동시에 진행 중”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전력 인프라 로드맵을 제시하고 공세적 산업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며 태양광 시설에 대한 특별 융자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공세적인 산업 정책을 위해 보조금과, 관세 감세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미국의 대 이란전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봤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형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이 계속되는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어려움은 지상군을 투입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길 수는 있겠지만, 그 순간 (이란 전쟁이)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적인 계산보다 단기적인 계산이 앞선 것 같다”고 했다.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 박종일 세종대 초빙교수는 이번 이란 전쟁이 ‘저비용’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았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란이 저비용 드론을 활용해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맞서고 있고, 미국도 그에 대응해 이란의 드론을 역설계한 저가 자폭 드론을 쓰는 등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드론 관련 민간 기술을 활용해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택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이란 전쟁은 단순히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상당한 정도의 영향을 우리에게 주게 될 것”이라며 “한국이 앞으로 어떻게 슬기롭게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갈 수 있을지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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