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띄운 ‘촉법소년 연령 하향’, 결국 무산되나…성평등부 ‘연령 유지’로 가닥

이강산 기자 2026. 5. 6. 17:3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 “국민 압도적 다수 연령 1세 낮추는 것에 동의” 공론화 주문
협의체, 형사처벌 기준 낮춰도 소년 범죄 억제 효과 없을 것으로 판단
이달 중순께 협의체 권고안 국무회의 안건에 상정…회의 거쳐 최종 결론

(시사저널=이강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월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조정을 위한 정부의 대국민 공론화 절차가 기존 연령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 여론과 괴리가 있는 결론이 나왔다는 목소리와 함께 해당 논의를 띄운 이재명 대통령의 의견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정부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는 지난달 30일 '촉법소년 연령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협의체' 제4차 전체회의를 열고 기존 촉법소년 연령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

실제 해당 회의에서 주요 참석자들은 직간접적으로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공동위원장인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현장에서는 일관되게 이번 논의가 촉법소년 연령 조정 논의에 그치지 않고 소년사법 추진체계 확충과 피해자 보호 강화 등 정책 개선사항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민간위원장인 노정희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도 "사회적 대화를 거듭할수록 누구도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하향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협의체 내부에서는 형사처벌 기준을 하향하더라도 소년 범죄 억제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론은 국민 여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두 차례 열린 숙의토론회 당시 약 200명의 시민들은 연령 하향에 대해 상당수가 찬성 입장을 유지했다. 또 지난 3월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연령 하향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81%에 달했고, 반대는 13%에 그친 바 있다.

3월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을 주제로 열린 공개 포럼에서 김혁 국립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년범죄 증가 추세…4년 만에 두 배 늘어나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형법상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대상이다. 이에 따라 현행법상 생일이 지난 중학교 2학년 학생(만 14세)부터 형사처벌 기준을 적용받는다. 국내의 경우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0년 넘게 촉법소년 연령이 유지돼 왔는데, 촉법소년 검거 건수 증가와 신체 조건 등 청소년 성장 속도 변화에 따른 현실이 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촉법소년의 검거 건수가 급증하기도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촉법소년(만 10~13세) 검거 수는 2021년 1만1677명에서 △2022년 1만6435명 △2023년 1만9653명 △2024년 2만814명 △2025년 2만1095명으로 4년 만에 두 배가량 치솟았다.

이에 윤석열 정부에서도 2022년 '법무부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인권단체의 반대 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 정부에서의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국무회의에서 "압도적으로 다수의 국민들이 연령을 한 살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공론화를 거쳐 두 달 내에 연령 하향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 지시 열흘 뒤인 지난 3월6일 협의체가 출범했고, 4번의 전체 회의와 12회의 분과회의, 2회의 시민참여단 숙의 토론회 등을 진행했다.

협의체의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다양한 찬반 의견이 쏟아졌다.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촉법 소년의 강력범죄 비율은 3.8~4.5% 수준"이라며 "일반 소년범죄와 비교해 특별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또 김혁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2023년 기준 소년범 중 기소된 비율이 8.8%에 그쳤고 상당수는 선도조건부 훈방이나 기소유예로 종결됐다는 점을 들며 "이를 고려하면 실제 실형 선고 비율은 1%에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책임 연령을 하향하더라도 실형 선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개정은 상징적 입법에 머물 가능성이 큰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1세 내려 범죄 건수를 낮췄다는 결과를 얻은 사례가 없다"며 "소년범들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지, 교화 처분은 이미 받고 있다. 소년범죄 발생을 막기 위한 구조적 문제 해결이 먼저"라고 봤다. 실제 덴마크의 경우 2010년 형사처벌 연령을 1세 낮춘 뒤 재범률이 상승해 2년 만에 연령을 기존 기준으로 재조정하기도 했다.

반면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정의롬 부산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 제도는 범죄 예방이라는 목적 뿐 아니라 공동체의 규범적 합의와 정의 관념도 반영해야 한다"면서 "선언적·상징적 차원에서라도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13세로 낮춰 국민의 법 감정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안산 상록경찰서에서 9년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 중인 문덕주 경사는 "현장에서 만나는 가해 소년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경찰을 조롱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다"며 "'촉법이라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범죄 억제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법조계 "연령 하향 아닌 다른 억제책 마련해야"

이처럼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전문가와 시민 의견이 있었음에도 협의체가 연령 유지로 결정한 배경에는 국제사회 기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한국 정부에 형사책임 최저 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고, 이는 2022년 정부의 논의 무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 소피 킬라제 유엔아동권리위원장은 지난달 23일 협의체와 화상으로 진행한 면담에서 연령 하향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촉법소년 하향 논의'를 띄운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고, 국무회의 심의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어 하향 관련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협의체가 의결한 권고안은 이달 중순 국무회의 안건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령조정 여부에 관한 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협의체에 참여한 시민들이 연령 하향을 주장하고 있어 성평등부 측도 더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연령 하향이 아닌 소년범죄 증가 억제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미 변호사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소년들이 소통하고, 성인들의 범죄를 배우고 있다"며 "청소년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딥페이크나 디지털 성범죄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이 소셜미디어다. 금지한다 해도 우회적 방법을 통해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있겠으나, 미래 세대를 위해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도 검토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