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자의 생존권까지 끊겠다는 병무청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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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이 우리 활동가를 해직하라고 요구했다.
한베평화재단 활동가 두부(김민형)는 지난 2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체복무마저 거부하는 완전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두부는 자신의 병역거부가 대체복무제 개선의 불씨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대체복무제는 처벌이 아니라 대안이어야 하며, 병역거부자의 생존권은 어떤 경우에도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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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우 | 평화활동가·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
병무청이 우리 활동가를 해직하라고 요구했다. 한베평화재단 활동가 두부(김민형)는 지난 2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체복무마저 거부하는 완전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2020년부터 병역거부자에게 또 다른 선택지로 제시된 대체복무제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도하게 징벌적이며, 여전히 군사주의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평화주의 양심으로 이 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대체복무마저 거부할 경우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을 알면서도 고민 끝에 불복종의 길을 택했다.
4월 중순 두부는 병무청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으나 아직 재판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울지방병무청은 최근 재단에 전화를 걸어 재직 사실을 확인한 뒤, 두부를 ‘병무사범’으로 규정하며 퇴직시키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병역의무 불이행자의 경우 고용주는 임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는 병역법 제76조(병역의무 불이행자에 대한 제재)를 근거로, 고용 자체가 불가하니 퇴직시키고 그 결과까지 제출하라는 요구였다.
병역법 제76조는 1973년 박정희 독재 시기에 만들어졌다. 당시 국가는 병역기피자를 색출하기 어려워지자, 아예 생계를 끊어 버리는 방식으로 복무를 강제하려 했다. 국가가 국민의 생존을 압박 수단으로 삼았던 폭압적 시대의 유물이다. 지금도 이 법을 병역거부자에게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법과 행정이 얼마나 시대 변화에 뒤처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헌법이 요구하는 과잉금지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때문에 병역법 제76조는 몇차례 논란이 된 적이 있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개정을 권고하기도 했으나 변한 것은 없다.
이번 조치는 명백히 과도하다. 두부는 자신의 선택과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절차에 따라 조사에 응하고 있다.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기관이 선제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더욱이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구시대적 법률의 통제 논리를 오늘날에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병무청은 헌법에 보장된 무죄 추정의 원칙조차 무시한 채 ‘범법자’로 낙인찍고 생존권부터 압박하고 있다.
두부는 자신의 병역거부가 대체복무제 개선의 불씨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현행 대체복무제는 교정시설에서 36개월을 복무하도록 한다. 기간과 방식 모두 징벌적 요소가 강해, 국제 기준과 비교해도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제도 개선 필요성은 이미 수차례 제기됐지만, 5년이 지나도록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
전 지구적 전쟁의 시대와 더불어 병역거부는 더 깊고 넓은 시민사회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존재를 위한 추모미사’를 집전한 강우일 주교는 전쟁과 살상을 거부하는 인간의 본성과 역사적 사례를 이야기하며 두부의 병역거부를 미래의 평화를 여는 “예언자적 행동”이라며 시민사회의 연대를 호소했다. 병역거부가 국가 폭력과 전쟁에 균열을 내는 윤리적 결단이라는 강 주교의 메시지였다.
지금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병역거부자를 처벌하고 배제하는 데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그 권리를 제도 안에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체복무제는 처벌이 아니라 대안이어야 하며, 병역거부자의 생존권은 어떤 경우에도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두부를 시작으로 또 다른 병역거부자들이 대한민국에 평화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강 주교의 말처럼 그들의 선택과 행동은 전쟁과 폭압적 군사주의에 균열을 가하고 미래의 평화를 앞당기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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